웹툰 속 세상과 현실을 오가는 사랑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시청자들의 기대는 첫 방송에 높은 시청률로 화답했다. 아직 <W>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했다고 보인다. 판타지 스릴러를 표방하는 <W>는 시작부터 흥미롭게 이어졌다.

웹툰 속 그가 그녀를 불렀다;
괴물을 먼저 집어 삼키려는 작가와 이를 막는 웹툰 속 주인공의 대결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사격 결선에서 강철은 극적으로 마지막 한 발로 금메달을 따냈다. 코치인 아버지와 행복해하는 고등학생 사격선수 강철의 삶은 그렇게 화려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전 국민이 사랑하는 금메달리스트는 갑작스럽게 살인용의자가 되고 말았다.

강철의 집은 화목했다. 하지만 자상했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해맑은 두 동생까지 남부러울 것 없는 그 가족의 삶은 한순간에 종료됐다.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마중을 나간 어머니부터 사격대회에서 사용하는 권총으로 머리를 관통당하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MBC 새 수목미니시리즈 〈W〉

아버지와 두 어린 동생들까지 모두 잔인하게 죽은 이 사건에서 강철이 범인으로 지목받았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쓰던 권총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당연하게도 그 권총에 강철의 지문이 다수 존재했다. 이를 빌미로 검찰은 강철에게 살인을 구형하고 2차까지 사형 선고를 받은 강철은 대법에서 겨우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는다.

무죄로 풀려나기는 했지만 1년이 지난 그 집에는 아무도 없다. 그리고 세상은 여전히 강철이 범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술을 마시는 게 전부였다. 술로도 채울 수 없는 고통은 그를 자살로 이끌었고 그렇게 한강에서 뛰어내리던 순간 그는 올림픽에서 마지막 한 발을 쏘던 그 상황을 떠올렸다. 범인을 잡기 전에는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한 강철은 그렇게 죽음보다는 복수를 다짐하며 살아났다.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깬 오연주는 의사다. 아직 정식 의사라고 부를 수 없는 신분이기는 하지만 그녀는 의사다. 담당 교수의 전화를 씹어 혼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한껏 긴장한 채 박 교수에게 불려간 연주는 의외의 상황에 웃을 수 있었다.

박 교수가 자신의 아버지인 웹툰 작가 오성무의 'W'의 광팬이었기 때문이다. 박 교수로 인해 아버지와 연락을 하게 된 연주는 아버지가 작업실에서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분명 작업실에서 나오지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사라졌다는 아버지 작업실 식구들의 이야기에 연주는 당황한다.

MBC 새 수목미니시리즈 〈W〉

마감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는 성무라는 점에서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간 것이라 생각한 연주는 이상한 이야기를 듣는다. 10년 동안 연재했던 만화 'W'가 곧 종영을 앞두고 있고, 그 상황에서 오 작가가 주인공인 강철을 죽이고 끝내겠다고 작정했다는 말이다.

실제 웹툰 상에서는 강철이 피투성이가 되어 누워있는 장면이 있다. 오 작가가 강철을 죽인다는 말을 하며 환하게 웃었다는 말을 듣고 의아했던 연주는 더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된다. 웹툰 속 피투성이 강철의 손이 현실 속으로 나와 연주를 그 안으로 데려가 버렸으니 말이다.

호텔 옥상에서 피투성이가 된 강철 앞에 선 연주는 그게 웹툰 속이라 상상하지 못했다. 그 상황에서 급하게 응급처지를 하기에 여념이 없던 연주는 이 모든 게 웹툰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음을 예고하는 글이 눈앞에 등장하고 연주는 현실 속으로 돌아와 있었다.

자신이 경험했던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웹툰 속에 그대로 등장했다. 자신의 이름과 얼굴이 그대로 노출된 웹툰 내용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웹툰 속 남자와 현실의 여자 만남은 시작되었다.

MBC 새 수목미니시리즈 〈W〉

작가의 의지를 막고 스스로 삶을 개척하기 시작한 웹툰 속 주인공의 모습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국내 드라마에서는 시도되지 않은 설정이라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온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웹툰과 현실 속 상황을 전달하는 과정은 그룹 아하의 '테이크 온 미' MV를 그대로 채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영감을 얻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유사성이 너무 많다는 점에서 <W>의 중요한 매개는 그 안에서 찾았다고 보인다.

극사실주의 만화를 그리는 일본의 이케가미 료이치의 화풍을 닮은 듯한 <W> 속 만화 장면 역시 묘한 느낌이 들기는 한다. 실사에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한 방식으로 보이는 이 장면들은 미묘하게 다가온다.

또한 고야의 그 유명한 작품인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는 중요한 화두가 될 것 같다. 시간의 신인 '크로노스'가 바로 '사투르누스'라는 점에서 시간의 경계를 허물고 이질적인 공간까지 넘나드는 <W>로서는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잡아먹히기보다는 먼저 잡아먹겠다는 오 작가의 글은 결국 이 드라마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보여주고 있다.

완벽한 새로움이라기보다는 익숙함 속에서 이종석과 한효주를 내세운 이 독특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 이야기 전개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흥미로움이 배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판을 벌어졌고, 이제 어떤 방식으로 이를 풀어갈지는 작가의 손에 달렸으니 말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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