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들의 수난시대다. YTN노동조합 노종면 위원장이 구속됐다. 그리고 MBC <PD수첩> 수사과 관련해 이춘근 PD가 긴급체포됐다. YTN노조는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MBC 시사교양국 PD들은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MBC 노조 또한 비상총회를 열어 언론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며 검찰을 규탄하고 나섰다.

이럴 때일수록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이 바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다. 첨예한 사안이니만큼 지상파 방송3사의 뉴스보도 역시 ‘심의’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방통심의위는 <PD수첩>에 대해 ‘시청자사과’ 결정을 내리지 않았던가. 오늘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서 방통심의위가 등장한 것 역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 3월 27일자 중앙일보 33면 기사
조선일보는 오늘자 신문 10면에서 “지난해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오역과 과장 보도로 ‘미국소=광우병소’라는 인식을 퍼뜨렸고, ‘촛불집회’의 도화선이 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7월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MBC에 대해 오역 및 오보, 편향적 인터뷰를 통해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며 ‘시청자 사과’라는 중징계를 내렸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역시 33면에서 “같은 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역시 ‘방송 심의 규정의 공정성·객관성을 위배했다’며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중징계를 의결했다”고 실었다. 물론 검찰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근거로서 방통심의위 ‘심의’결과가 등장한 것은 두말해 잔소리다.

그렇다면 어제 26일 지상파 방송 3사의 관련보도는 어떠했고, 여기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어떠한 ‘심의’를 내릴 수 있을까?

KBS <뉴스9>와 SBS <8시뉴스>보도 어땠나?

KBS <뉴스9> 보도는 “MBC PD 수첩 제작진 한 명이 긴급체포됐다”며 “언론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로 시작됐다.

▲ 지난 26일 KBS '뉴스9'ⓒKBS
그러고는 검찰이 “이 PD를 상대로, 당시 제작과정에서 사실에 대한 의도적인 왜곡이 있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으며 “소환에 불응한 나머지 5명에 대해서도 신병확보에 나선 가운데, 오늘 제작진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고 전했다. 또한 “MBC노조는 언론에 대한 정치 탄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PD수첩팀은 정치수사에 응할 수 없다며 소환 불응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도 전했다. 여기까지는 같은 비중으로 다뤘다. 검찰과 MBC노조의 입장을 함께 다루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KBS는 송일준 MBC PD의 “국민이 쥐어 준 칼자루를 언론탄압에 이용하는 권력 하수인 검찰 요구에 절대 응할 수 없다”는 말을 전했고, 또한 ‘국경없는기자회’의 뱅상 브로셀의 인터뷰를 통해 “이춘근 PD 체포는 아주 충격적이며 한국 언론자유의 아주 위험한 퇴보다”라는 말과 “전국언론노조는 언론 탄압에 맞서 정권 퇴진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으로 보도를 마무리했다.

▲ 지난 26일 SBS '8시뉴스'ⓒSBS
SBS <8시뉴스> 역시 마찬가지다. 앞에서는 검찰의 수사와 언론계의 반응을 같은 비중으로 다뤘지만 SBS 역시 송일준 PD의 “언론의 비판·감시 기능을 말살하는 그런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검찰 조사에) 절대 응할 수 없다”는 말을 전했으며, YTN사태로 넘어가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도주의 우려도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는 YTN노조위원장의 구속이나, 담당검사가 사표까지 내가며 저항했던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체포는 명백한 검찰의 수사권 남용이자 언론탄압”이라는 말을 전했다. 한쪽 입장만 다루고 있는 것이다. 이어 “오늘 저녁 촛불문화제를 열고 언론인을 강제연행, 구금하는 것은 독재정권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라는 언론노조의 말로 끝을 맺었다.

방통심의위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여기서 다시 한 번 <PD수첩>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징계를 상기해보면, ‘편향적 인터뷰’를 통해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였다. 그것이 ‘방송 심의 규정의 공정성·객관성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PD수첩>에 ‘시청자 사과’ 중징계를 내렸던 방통심의위의 잣대를 그대로 적용하면 어제 26일 방송된 KBS ‘뉴스9’와 SBS ‘8시뉴스’는 확실히 PD수첩에 유리하도록 편향된 보도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 지난 26일 MBC '뉴스데스크' ⓒMBC
이에 비해 MBC <뉴스데스크> 보도는 달랐다. KBS 와 SBS에서는 다루지 않은 “하지만 고소가 된 만큼, 제작진이 성실히 수사에 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김춘식 교수의 “법집행 과정의 일부로 봐야 한다. 그러므로 언론 탄압으로 본다는 것은 좀 곤란하다”는 말을 전달했다. 이춘근 PD의 긴급체포가 언론탄압으로 보기 곤란하다는 인터뷰가 MBC <뉴스데스크>에 등장한 것은 방통심의위의 ‘심의’를 비켜가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미 제작자의 표현의 자유는 위축돼 가고 있다.

이제 방통심의위의 선택만이 남은 듯하다. 어제 26일 MBC <PD수첩> 및 YTN사태에 대한 KBS와 SBS의 보도에 대해 ‘시청자 사과’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PD수첩>에 대한 결정이 잘못됐던 것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니 말이다. 물론, 방통심의위가 그같은 결정을 내린다면 조중동은 그 결정 내용이 마치 예수의 산상수훈인양 두고두고 되뇌고 확대재생산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26일자 KBS·SBS보도는 편향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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