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 정원을 21.2% 줄이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직제개편안을 오는 31일 국무회의에 올리기로 한 가운데, 인권위원회 출입 기자들이 “사회 약자에 대한 인권위 기능이 축소될 것”이라며 인권위 정원 축소를 우려하고 나섰다.

인권위를 출입하는 12개 언론사 기자 12명은 27일 “국가인권위원회 축소, 우려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정부가 강제적으로 국가인권위를 축소한다면 국내외의 높은 평가를 받아온 국가인권위의 위상이 흔들리게 된다”며 “하소연할 곳 없어 사회적 약자들이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인권위의 기능도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이들은 “국가인권위는 지금까지 공권력에 의한 피해자의 구제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며 “국제사회가 한국 인권위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21%의 인력 감축은 타 부서와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과도하고 △행정안전부는 축소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고 △행정안전부가 직제개편안을 해당부처와 상의없이 법제처에 심의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행정안전부는 직제개편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방침을 일단 유보해야 한다”며 “행정안전부와 국가인권위원회 측이 진지한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인권위 출입기자들의 성명 전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축소, 우려된다>

논란을 빚어오던 국가인권위 축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인권위의 동의없는 직제개편안을 31일 국무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정부의 일방적인 국가인권위 축소 강행이 몇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

먼저 행안부는 정부전체의 행정효율화에서 인권위가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1%의 인력 감축은 타 부서와 비교했을때 지나치게 과도하다.

행안부는 또한 축소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200명 남짓한 인권위는 통계가 보여주듯 업무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과 올해 연령차별금지법 시행으로 업무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직제개편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 행안부는 지금까지 50%, 30%, 21% 축소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 행안부가 직제개편안을 해당부처와 상의없이 법제처에 심의를 요구한 것도 이례적이다.

국가인권위는 지금까지 공권력에 의한 피해자의 구제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국제사회가 한국 인권위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가끔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곤 했지만 이념적 사안은 인권위가 처리하는 업무의 5%미만에 지나지 않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에 쓴소리를 하는 것이 인권위의 고유한 업무이기도 하다.

정부가 강제적으로 국가인권위를 축소한다면 국내외의 높은 평가를 받아온 국가 인권위의 위상이 흔들리게 된다. 이는 곧 경제발전과 인권향상을 동시에 이룩한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적인 평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소연 할 곳 없어 사회적 약자들이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인권위의 기능도 크게 흔들릴 것이다.

행안부는 직제개편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방침을 일단 유보해야 한다. 행안부와 국가인권위 측이 진지한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
 
2009년 3월 27일
경향신문 강병한, 뉴시스 배민욱, 매일노동뉴스 한계희, 민중의소리 박유진, 서울신문 박건형, 세계일보 나기천, 오마이뉴스 이경태, 한겨레 권오성, CBS 윤지나, MBC 조재영, KBS 한승연, YTN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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