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녹취록’과 관련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자사를 비판한 칼럼을 쓴 KBS 기자가 제주로 발령이 나면서 ‘보복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KBS 안팎에서는 “보복인사를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의 신문·방송·통신사 소속 현직 기자들이 다수 활동하고 있는 한국기자협회가 이에 동참했다.

한국기자협회(회장 정규성)는 18일 <KBS는 정연욱 기자 보복인사 철회하라> 성명을 통해 “KBS 보도국의 침묵을 용기 있게 말했을 뿐인데 돌아온 것은 제주 전보 발령이었다”며 “보복인사를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KBS 정연욱 기자는 지난 13일 기자협회보에 <침묵에 휩싸인 KBS…보도국엔 ‘정상화’ 망령> 칼럼(▷링크)을 기고했다. 그 후, 15일 제주총국으로 인사조치 받았다. KBS 사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KBS안팎에서는 보복인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기자협회보에 실린 정연욱 기자의 칼럼 화면 캡처

한국기자협회는 정연욱 기자의 ‘제주발령’과 관련해 “현 부서인 경인방송센터에서 근무한 지 6개월 밖에 안됐고, 급박한 인사 요인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갑작스럽게 제주로 전보 발령을 냈다”며 “(그렇기에)기자협회보 기고 때문에 벌어진 비정상적 인사라는 지적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자협회는 “다수 언론이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가 KBS 보도에 개입한 실상이 담긴 ‘이정현 녹취록’을 대서특필했지만 KBS는 이상하게도 침묵을 이어갔다”며 “보다 못한 젊은 기자들이 비판 성명을 잇달아 냈고, 정 기자도 저널리즘 상식에 입각해 문제제기를 했다. 정연욱 기자는 단지 KBS 보도국의 침묵을 용기 있게 말했을 뿐인데 돌아온 것은 제주 전보 발령이었다. 보복성 인사로 비춰지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보복성 인사’로 비춰질 수 있게 된 까닭은 이정현녹취록에 대한 KBS의 무대응에 원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기자협회는 “KBS가 정연욱 기자의 비판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 보복성 인사가 아닌 해명이나 설명을 하는 것이 맞다”면서 “기자협회보는 기자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쓰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이런 기자협회보에 비판 글을 썼다는 이유로 구성원들조차 납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인사조치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는 “KBS의 이번 조치는 구성원의 비판에 대해 생산적이고 건전한 논의를 하는 대신 힘으로 비판을 억누르려는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사회 곳곳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사가 구성원의 비판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은 이중적이다. KBS는 정연욱 기자에 대한 보복인사를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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