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한일전으로 ‘한일베이스볼클래식’이라 불렸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가 어제(24일) 한-일 결승전으로 막을 내렸다. 언론들은 연일 막대한 분량의 야구관련 뉴스들을 대거 쏟아놓으며 흥분해왔는데, 이제 야구로 채워 온 신문과 방송 뉴스들을 어찌 채울 요량인지 걱정도 된다.

야구 얘기 아닌 화제를 찾기가 힘들었던 요 몇 주, WBC는 끝났지만 야구를 둘러싸고 수많은 뉴스들이 홍수처럼 넘쳐났다. 언론에 쏟아진 WBC 관련 말들을 모아봤다.

◇ 애국심 때문에 결승 갔다…국무위원들도 야구선수들처럼

▲ 3월 22일자 SBS <8뉴스> 클로징 코멘트.
“‘나라가 있어야 야구도 있다.’ 모두가 꺼리던 감독직을 맡아서 신화를 창조해낸 김인식 감독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작은 것에 집착하지 않고 부진한 선수도 계속 믿고 배려하는 그 리더십을 우리 사회 다른 분야에서도 좀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2일치 SBS <8뉴스> 클로징 코멘트)

“‘나라가 있고, 야구가 있다’는 정신이 놀라운 감격을 일궈냈다”, “선수단과 임원이 하나가 되어 그려낸 승리로 향한 길은 한 편의 감동의 드라마였다”, “한국야구가 심어 놓은 희망과 함께 대한민국의 국운도 함께 융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의 24일 논평)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우리 감독은 선수들에게 ‘국가가 있고 그 다음에 야구가 있다’며 애국심을 불어 넣었고, 선수들은 명예감을 갖고 불리한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치하했다고.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이기느냐 지느냐를 떠나 목표를 국가에 두고 열심히 뛴 우리 야구선수들처럼 국무위원들도 조금더 힘을 쏟아준다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이동관 대변인이 전했다. (24일치 연합뉴스 기사 ‘이 대통령 “WBC 결승진출 힘은 애국심·명예”’)

◇ 야구로 위기 극복?

▲ 3월 22일자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 코멘트.
“우리 대표팀의 위대한 도전, 야구에서만 말고 어렵고 혼탁한 정치·경제·사회에서도 계속됐으면 좋겠습니다.”( 22일치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 코멘트)

야구를 잘할 수 있다면 다른 분야도 잘할 수 있다. 야구에 김인식이 있다면 다른 분야에도 뛰어난 리더들이 있지 않겠는가. WBC에서 온 세계에 과시한 한국인의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해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에 나서자.(25일치 중앙일보 사설 ‘한국 야구, 정말 잘했다’ 중)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 야구대표팀을 벤치마킹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조직 구성원이 똘똘 뭉치는 ‘한국식 야구’가 척박한 국내외 경영 여건을 돌파할 수 있는 모범 답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25일치 동아일보 B1면 기사 ‘한국야구는 성공경영 산교재’)

▲ 3월 25일자 동아일보 B1면 기사.
◇ 정치도 야구 배우자

▲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 ⓒ여의도통신
“아쉬운 준우승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얻어낸 9회말 동점 투혼에 큰 박수를 보낸다”, “특히 준결승전에서 메이저리거들로 뭉쳐진 베네수엘라를 완파했을 때 우리 국민은 많은 감동과 속 시원함,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한나라당의 절반도 안 되는 민주당이지만 베네수엘라전에 임했던 우리 선수들처럼 더욱 힘내서 열심히 일하겠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의 24일 브리핑)

“WBC 쾌거는 애국심의 승리이며 완벽한 팀워크와 집중력으로 한국 야구를 세계 정상수준으로 올려놓은 백전노장의 탁월한 용병술과 리더십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도자부터 이러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의 24일 브리핑)

“뇌졸중으로 몸이 불편한 가운데서도 소속팀보다 국가와 국민을 우선 생각한 김 감독의 모습은 우리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정치도 이와 같아 민의를 모아야할 국회는 소속정당의 이익을 우선하기보다 국민과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 “일본팀의 빈볼에 대응하려는 선수단을 다독여 끝까지 ‘페어플레이’를 이끈 ‘김인식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 “날치기, 문 걸어 잠그기를 일삼는 ‘더티플레이’로는 ‘변방의 3류 정치’를 벗어날 수 없다”(창조한국당 24일 브리핑)

◇ 야구에 열광한 사이…

▲ 3월 24일자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 코멘트.
야구에 열광한 사이 박연차 리스트는 신구 권력층을 맹수처럼 할퀴었고, 장자연 수사는 거북이처럼, YTN 수사는 토끼걸음으로 갔습니다.” (24일치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 코멘트)

주목할 대목은 국민 여론이 스포츠에 쏠려 있을 때마다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모습이다. 국민 여론에 편승해 스포츠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한편 ‘권력의 칼날’을 휘두르며 언론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25일치 미디어오늘 기사 ‘스포츠보도 홍수, 정권 치부 최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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