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장애인방송 편성의무 평가 결과가 나왔다. 의무로 일정 비율 이상의 자막방송, 화면해설방송, 수화통역방송을 해야 하는 145개 사업자 중 141개사는 목표를 채웠고, 셋 중 하나라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사업자는 4개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화면해설과 수화통역의 경우, 목표가 각각 2~10%, 1~5%로 장애인의 시청권을 지원하기에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화면해설방송은 ‘프로그램 인물들의 행동, 의상, 몸짓과 기타 장면의 상황 변화 요소들을 음성으로 설명하는 서비스를 실시하는 프로그램’이고, 수화통역방송은 ‘화면 안에 또 하나의 분리된 화면을 통해 프로그램의 청각 메시지를 수화로 통역하는 서비스를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정부 목표치와 사업자들의 실적을 보면 시각장애인들은 전체 프로그램의 90% 정도, 청각장애인들은 방송프로그램의 95%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셈이다.

15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공개한 평가 결과에 보면 중앙지상파 4개사, 위성방송 1개사,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6개사는 정부가 정한 장애인방송 편성 목표치를 100% 달성했다. 46개 지역지상파 중에서는 청주MBC와 제주MBC 두 곳이 자막방송 목표에 미달한 것으로 평가됐다. 청주MBC와 제주MBC의 자막방송 실적은 99.9%와 96.4%로 목표(100%) 아래다.

장애인방송 고시의무사업자인 종합유선방송사업자 66개 중에서는 JCN울산중앙방송이 자막방송(목표 60%, 실적 39.6%)과 화면해설(목표 6%, 실적 4.3%) 실적이 좋지 않았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 22개사 중에서는 SBS플러스만 자막방송 실적이 저조했는데 이 회사의 목표치는 60%인데 실적은 22.9%로 평가됐다.

달성 사업자수와 달성률 등 평가결과를 놓고 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업자별 장애인방송 편성비율 목표치를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높여왔으며, 2015년 달성률은 97.2%로 장애인방송 의무화 제도가 비교적 양호하게 안착되어 가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화면해설방송과 수화통역방송의 경우, 정부가 정한 목표치가 낮아 장애인의 방송접근권에 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사업자집단 중 가장 목표치가 높은 지상파의 화면해설방송 목표는 10%, 수화통역방송 목표는 5%다. 대다수 사업자들의 실적은 목표치를 갓 넘긴 수준이다. KBS만 보더라도 화면해설방송 편성비율은 11.2%, 수화통역방송 편성비율은 5.7%에 그친다.

정부가 전체적으로 목표치를 올리고 채널과 장르의 특성을 고려해 세부목표를 만드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2014년도 각 방송사의 장애인 시청지원방송 실시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KBS 1TV의 보도프로그램 중 화면해설이 지원된 프로그램은 전무했고 수화통역방송 또한 전체 보도프로의 4분의 1 수준이다. EBS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교양프로그램 중 화면해설은 10.5%, 수화는 3.8%에 그친다. CJ E&M 프로그램 중 자막, 화면해설, 수화를 지원하는 오락프로는 46.4%, 4.0%, 1.7%뿐이다.

특히 화면해설방송과 수화통역방송의 목표를 대폭 끌어올리고 사업자들의 목표 달성을 독려하거나 강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를 위해 공영방송과 보도프로그램부터 목표치를 올리는 방법도 있다. 이번 평가를 진행한 시청자미디어재단 시청자지원부에 따르면, KBS는 지난해 뉴스프로그램의 26%에 수화통역을 지원했다. 방통위가 “장애인방송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올해 10월 관련 고시를 개정하면서 목표치를 얼만큼 높일지, 또 어떤 제도적 대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