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2위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티브로드(대표이사 김재필)에 정규직 노동조합이 설립된 지 1년이 됐다. 노조는 회사에 교섭을 요청했고, 그 동안 19차례의 교섭이 있었다. 그런데 여전히 티브로드에는 단체협약이 없다. 회사는 “19차례 교섭을 성실히 진행했다”고 자평하지만, 노조는 “대표이사 등 권한 있는 사람은 단 한 차례도 교섭에 나오지 않았고, 업계가 어렵다는 말만 하면서 제대로 된 ‘안’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회사가 교섭을 해태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서울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더불어 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티브로드지부(지부장 이건용)가 13일 고발에 앞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밝힌 교섭 경과는 이렇다. 지난해 5월 노조는 설립과 동시에 교섭을 요청했다. 그러나 회사는 고용보장, 사회공헌활동, 타임오프, 여름휴가 등에 관한 노조 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으나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쟁의조정 과정에서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인사”가 교섭에 나오게 해 달라고 요구했고 지노위는 “자율 교섭”을 권고했으나, 티브로드는 “입장 변화는 없다”며 교섭을 거부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더불어 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티브로드지부(지부장 이건용)는 13일 오후 서울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티브로드를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다른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노조는 이를 두고 회사가 ‘불성실 교섭’을 하며 교섭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노조는 “회사 측으로부터 제대로 된 ‘안’을 못 받았다”고 주장했다. 티브로드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티브로드는 2015년 7625억원의 매출에 143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1036억원이다. 이건용 지부장은 “천억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했는데 뼈가 빠지게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관심이 없다. 회사가 어렵다고만 얘기하면서 교섭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노조는 “사측은 노동조합의 요구에 성실히 응하기는커녕 ‘조직활성화‧업무 개선 TF’를 구성해 노동조건 전반에 대해 논의하는 단체교섭을 무력화시켰다”고 주장한다. 이 TF는 이후 ‘열린 티브로드 위원회’로 발족됐는데, 회사가 노동조합을 무시하고 별도의 노사협의회를 구성한 것이라는 게 노조 주장이다. 애초 이 TF에는 핵심 조합원들도 포함돼 있었다고 노조는 전했다. 윤진영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은 “교섭 중에 이런 TF를 만든 것은 노조를 깨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진수 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법률지원센터)는 “노조를 만들고 교섭하고 쟁의행위를 하는 것을 방해하는 모든 것이 ‘부당노동행위’다. 교섭에 책임 있는 자가 나오지 않고, 대화와 협상에 필요한 자료를 공유하지 않는 것은 불성실 교섭으로 부당노동행위”라며 “노동청은 이런 노사 분쟁을 예방하고 지도할 의무가 있지만 단 한 차례도 나서지 않았다.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티브로드는 “19차례 교섭을 성실하게 진행했다”며 “교섭 결렬을 선언한 것은 노조”라고 주장했다. “단체협약안도 제시했다”고 밝혔다. 티브로드 관계자는 ‘열린 티브로드 위원회’에 대해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소통과 화합의 커뮤니티이지 (노조가 주장하는 것처럼 노사협의회 같은) 법적 기구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티브로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업체 변경과정에서 해고된지 16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티브로드는 ‘협력업체’ 문제로 선을 그은 바 있다. 해고자 51명 중 20여명은 백일이 넘게 티브로드 명동 사무실과 전주지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영진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장은 “인간답게 살려고, 노동조건 개선하려고 노조를 만들었고 싸웠지만 노동청은 아무런 감독도 하지 않고 티브로드는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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