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21.10.16 토 15:30
상단여백
HOME 미디어비평 탁발의 티비 읽기
바벨 250, 말이 안 되는 외국인 예능[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6.07.12 12:26

말장난이지만 11일 tvN이 새로이 선보인 예능 <바벨 250>은 말이 안 되는 예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출연자 일곱 명이 서로 다른 언어권에서 모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묘하게 말이 된다. 

월요일 밤 9시 40분. 곧 지상파 드라마들이 머리끄덩이 잡고 싸울 시간이다. 이 시간에 tvN이 예능을 하나 내놓았다. 지상파 드라마들이 월화수목 때를 가리지 않고 부진할 때라면 몰라도 요즘 지상파 주중 드라마는 기세를 다잡은 상태라 시청률 잡기가 쉽지 않다. 어찌 보면 무모한 시도라 할 수도 있는데 사람 심리라는 것이 묘해서 오히려 끌리는 사람도 분명 있을 법 하다. 

tvN 새 예능 프로그램 <바벨 250>

<바벨 250>은 바벨탑의 전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또한 구약성경에도 언급된 내용이기도 하다. 바벨탑 사건 이전 인류는 하나의 종족이었고 하나의 언어를 사용했다는 정도는 누구나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다. 이 <바벨 250>은 그렇게 갈라진 인류의 제각각인 언어를 하나로 만들어가는 아주 참신한 발상에 기인한다. 250이란 숫자의 의미는 1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사용하는 언어의 숫자다. 

아주 기본적인 틀은 삼시세끼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번 이 마을에 들어가면 며칠 동안 출연자들은 자급자족으로 생활을 한다. 다만 삼시세끼와 정말 다른 것은 차줌마도 없고 참바다도 없다. 당연히 이서진 역시 없다. 대신 한국 대표 배우 이기우를 비롯하여 중국, 태국, 러시아, 프랑스,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에서 온 남녀가 함께 한다. 

그런데 정말 이 예능이 말도 안 되는 부분은 언어에 있다. 적어도 이 점은 국내 어떤 예능과도 분명한 차별성을 갖는다. 지금까지의 외국인 예능은 기본적으로 한국어 구사를 전제로 했다. 멀리는 <미녀들의 수다>가 그렇고 가깝게는 <비정상회담>이 그렇다. 외국인이면서 우리의 모국어를 잘 한다는 사실만으로 출연자들은 연예인 반열에 들어서는 모습이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갖는 은밀한 자부심은 이 예능에서 기대할 수 없다. 배경이 한국이어서 상대적으로 한국어의 노출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지만 프로그램 안에 움직이는 출연자들에게 한국어는 그저 여섯 개의 낯선 언어 중 하나일 뿐이다. 제작진 스스로 ‘지금부터 말도 안 되게 답답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라고 할 정도인 이 예능은 한국어는 전제가 아니라 배제의 대상이다. 

tvN 새 예능 프로그램 <바벨 250>

또한 영어도 금지다. 출연자들은 반드시 자신의 모국어로만 소통을 해야 한다. 설혹 부분적으로 알아듣는다고 하더라도 리액션은 자신의 모국어로 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와의 소통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바벨이라는 단어가 히브리어로 ‘혼돈’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일곱 명의 일곱 언어가 주는 혼돈과 혼란이 과연 예능의 재미를 줄지가 무척이나 궁금한 일이다. 

<바벨 250>의 촬영지는 남해 다랭이마을이다. 다랭이는 산자락에 만든 계단식 논을 의미한다. 보통 중국과 필리핀에 널리 분포된 다랭이논은 국내에는 흔치 않지만 이곳 다랭이마을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제작진이 해석한 다랭이의 의미는 따로 있었다. 많을 다(多), 영어 랭귀지의 랭 그리고 다를 이(異)로 다랭이마을이 <바벨 250>의 촬영지로는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바벨 250>이 지금까지의 외국인 예능과 근본적으로 다른 또 하나의 특징은 야외 예능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자급자족을 조건으로 걸어놓았다. 결국 생고생을 시킨다는 것이다. 그런 생고생은 언어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일곱 명의 출연자가 언어와 상관없이 몸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재미를 제공하게끔 잘 짜놓았다. 뭔가 무모한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예능의 구성이 탄탄하다. 물론 처음 하는 포맷이니 고쳐가야 할 것도 많다.

그렇지만 첫 회의 소감은 혼란스럽지만 흥미롭다는 것이다. 자막이 있어 시청자는 그나마 출연자들의 말을 조금씩 얻어듣지만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답답해 죽을 지경인데 이상하게도 채널을 돌릴 수는 없었다. 신규 예능이라고 해봐야 같은 내용물에 포장지만 바뀐 복제 시대에 이처럼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그래서 성공할지 어떨지 감도 잡히지 않는 새로운 시도는 일단 성공 여부를 떠나 그 참신함에 호감을 갖게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탁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개인정보책임자 : 안현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수현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안현우 02-734-9500 webmaster@mediaus.co.kr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Copyright © 2011-2021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