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가운데). 왼쪽은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오른쪽은 이영 차관.

11일 오후 '개·돼지'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했다. 나 기획관은 지난 7일 경향신문 기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 등의 망언을 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날 열린 국회 교문위 전체회의에 나향욱 기획관이 불참하자 여야 의원들은 나 기획관의 출석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현재 나향욱 기획관의 심신이 불안정해 고향인 마산에 내려가 요양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면서 회의는 파행이 이르렀다. 결국 나 기획관이 국회에 직접 나오기로 하면서 회의는 오후에 재개됐다.

오후 4시30분 쯤 국회 교문위에 나향욱 기획관이 출석하자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이 "국민께 무엇을 잘못했는지 사과하라"고 하자 나향욱 기획관은 "제 불찰로 인한 일이고 국민께 누를 끼쳐서 정말 죽고 싶을 정도의 죄를 지었다"고 사과하며, "(해당 언론사에 가서) '뜻하지 않게 과음해서 실수했다. 물의를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고, '제 본심이 아니'라는 말도 했다"고 밝혔다.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사퇴할 생각이 없냐고 하자 "사퇴를 생각하고 있다. 죄송하다"고 거듭 사죄했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돼지', '신분제 공고화' 등의 발언을 했냐는 질문에 나 기획관은 "제가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라 영화에서 나온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신 의원이 "기획관이 기자를 만났을 때 그런 발언의 파장을 고려하지 못했나"라고 질문하자 나향욱 기획관은 "그 자리에서 논쟁이 있었고, (기자가) 오해하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아침에 기사를 보고 제가 진짜 저런 말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기사 내용이 논리적이지도 않았고 제 뜻과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나 기획관은 "제일 문제가 된 것이 영화에 나오는 (개·돼지) 대사인데, 그 부분은 제가 분명히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신 의원이 "신분제 공고화 얘기는 영화에 나오지 않는다"고 하자, 나 기획관은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우리 사회가 미국처럼 점점 신분사회로 가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민석 더민주 의원이 '민중은 먹여살리기만 하면 된다'라는 말을 한 것이 사실이냐고 묻자, 나 기획관은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은 없다"고 주장했다. 나향욱 기획관은 "(기자가) 자기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면서 화를 냈다. '오해하는구나'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라, 그런 취지가 아니다'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안민석 의원은 "나 기획관의 답변과 보도 내용이 다르다"며 "진실 규명을 위한 특별상임위원회를 열어 본인 억울함이 있으면 풀 기회를 주고 거짓말이면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나향욱 기획관에 대해 파면 등의 강력한 조치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 부총리는 "직위 해제는 검찰 기소의 경우 하게 돼있다"며 "대기 발령 상태에서 경위를 조사하고 징계를 요청하게 되면 그때 가서 직위 해제를 하는 것이 절차상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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