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채널A <아빠본색>과 TV조선 <엄마가 뭐길래>는 어떤 면에서 닮은꼴 프로그램이다. 적어도 <아빠본색>의 김구라 부자(父子)와 <엄마가 뭐길래>의 조혜련 모녀(母女) 케이스는 그렇다. 두 프로그램은 이혼한 연예인들의 자녀와의 갈등을 다루는 전혀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 김구라, 조혜련은 각각 이혼을 했고, 이혼 당시 자녀들은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이었으며, 아이들은 상처를 받았다. 여기까진 비슷하다. 그러나 방송을 통해 본 두 가족의 모습은 천지차이다. <아빠본색>은 부자가 갈등을 풀어가고 서로의 이견을 맞춰가는 치유 과정에 초점을 뒀다면, <엄마가 뭐길래>는 과거의 상처와 갈등까지 모두 끌어 모아서 불꽃놀이처럼 한 번에 터뜨린다.

아빠본색

이 주의 Best: ‘독설가’ 아닌 ‘아빠’ 김구라의 발견, <아빠본색> (7월 6일 방송)

<아빠본색> ‘김구라 편’의 시작은 아들을 깨우고 아침상을 차리는 아빠 김구라의 모습이다. 손톱과 발톱을 깎으라고 잔소리하고, 아들을 위해 어설프게나마 달걀 프라이를 해서 아침 밥상에 올린다. 집 밥 먹은 지 오래됐다고 투정부리는 아들에게 “다른 집도 다 그렇다, 신혼부부들도 그래”라며 슬픈 상황을 재치 있게 넘긴다. 아침을 먹으면서 점심 메뉴를 고민하고, 아침을 다 먹고 나면 아들의 데뷔곡 차트 석권에 대해 뿌듯해하며 지인들에게 전화를 건다. ‘이혼남’ 김구라가 아닌 그냥 ‘아빠’ 김구라다. 이혼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볼 수 있었던 아빠의 모습.

<아빠본색>에서 ‘이혼’이라는 단어는 김구라와 김동현의 개별 인터뷰 때만 종종 등장한다. 부자간의 대화에서는 직접적인 언급이 없다. 이혼해서 불편한 점, 힘들었던 점을 끄집어내서 갈등을 부추기는 대신, 아들의 데뷔곡이 얼마나 반응이 좋은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방송 말미에 아빠를 떠나 엄마와 함께 살게 되는 일에 대해 얘기를 하긴 하지만, 왜 엄마랑 살게 됐는지보다는 어떻게 엄마랑 살 것인가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과거보다는 현재, 현재보다는 미래에 초점을 둔 구성이었다.

제작진의 시각은 따뜻하면서도 조심스러웠다. 엄마 얘기로 부자 사이가 어색해지고 그들을 둘러싼 공기가 차가워졌을 때도 제작진은 이 상황을 자극적으로 편집하지 않았다. 그저 이 상황에 대한 당사자들의 인터뷰를 적절히 배치해서 넣으면서 시청자에게 최종 판단을 맡겼다. 자막 역시 당사자들의 속마음을 왜곡하지 않고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그래서 <아빠본색>은 김구라-김동현 부자의 치유 방송이다.

엄마가 뭐길래

이 주의 Worst: 이혼부터 유산까지, 막장드라마급 <엄마가 뭐길래>

엄마가 과거 딸에게 무릎을 꿇었던 사연을 이야기한다. 당연히 눈물도 보였다. 엄마는 딸에게 대화를 강요하고, 딸은 끝까지 입을 다문다. 모녀의 갈등이 상승곡선을 그리던 중, 갑작스럽게 엄마가 재혼 후 유산했다는 고백을 한다. 딸의 충격적인 표정과 함께 방송은 끝. 아침 드라마로도 전혀 손색없는 흐름이다.

<엄마가 뭐길래>는 초반부터 조혜련의 이혼 이슈를 끄집어낸다. 조혜련은 자신의 집에 놀러온 알렉산더 엄마 이승영 씨에게 “딸이 과거 허재 이모에게 엄마, 아빠의 이혼 과정을 물어봤다”면서 고민 상담을 했다. 그러면서 딸에게 너무 미안해서 무릎을 꿇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이혼, 이혼, 또 이혼. <아빠본색>에서는 부자의 수많은 대화 이슈들 중 하나가 이혼이었다면, <엄마가 뭐길래>는 처음부터 멍석을 깔아놓았다. ‘어린 윤아가 아픔을 견딜 유일한 방법이었던 공부’라는 하단 자막과 함께 고개를 숙인 채 공부하는 윤아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막, 음악 그리고 화면까지 흡사 <인간극장> 수준이다.

제작진은 조혜련 모녀의 갈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지나치게 부각시킨다. “진짜 얘기해! 엄마가 고칠게!”라는 조혜련의 강압적인 말투와 머뭇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는 딸의 표정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심지어 조혜련이 재혼 후 아기를 가졌다가 유산했다는 이야기를 할 때, 제작진은 화면 상단에 [충격고백! 조혜련 임신하다?]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조혜련의 유산 고백보다 더 충격적인 자막이었다. 심지어 조혜련의 눈물 고백을 온전히 내보내지 않고, 친정 엄마의 “(아이가) 잘못됐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라는 말에서 방송을 끝냈다. 당사자들의 진심보다 방송의 흥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엄마의 눈물과 진심을 이렇게 이용해도 되는 걸까. 정말, 방송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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