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네트워크센터는 정보인권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분야는 가장 중요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통신 비밀의 보장은 프라이버시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중요성은 우리 헌법이 통신 비밀의 보호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는 데에서 잘 드러난다. 우리에게 휴대전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가까운 이들의 안부를 묻고 업무를 처리하고, 심지어는 은행 업무도 전화로 처리한다. 청소년들의 문자 사랑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난해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시절 문자를 통해 집회 참가를 촉구하고 집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었던 기억은 이제 휴대전화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없는가가 더 적절한 질문이 되게 하였다.

우리는 통신을 이용하면서 나와 통신의 상대방을 제외하고 누군가 이것을 엿듣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사람은 자기의 통신 내용을 제삼자가 엿듣을 수 있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쳐오를 것이다. 다른 이로부터 침해 받지 않을 자신의 공간과 관계를 가질 자유는 그만큼 우리들에게 본능과 같이 박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듯이 유선전화에 대한 도청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왔다. 그리고 2005년 검찰의 수사를 통해 밝혀진 것처럼 군사정권 이후의 김영삼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다양한 형태로 불법적인 도청이 이루어졌고 정부가 계속해서 불가능하다고 했던 휴대전화 도청도 자체 장비 개발을 통해 불법적으로 이루어졌다.

▲ 통신비밀보호법 규정에 의해 각 기관들의 통신감청 건수 표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이러한 불법적인 도청의 문제만이 아니라 합법적인 절차를 통한 감청,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그리고 통화내용 제공 등과 관련한 제도와 기술에 대한 연구가 급속한 정보화의 진전과 휴대전화의 일반화라는 환경에서 프라이버시의 보호를 위해서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연구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ONI Asia (OpenNet Initiative Asia; http://opennet.net/)가 주축이 되어 아시아 5개국 (필리핀,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한국)이 참여하는 ‘휴대전화 감시 (Mobile Surveillance)’ 연구 프로젝트에 진보네트워크가 한국 보고서를 작성하는 연구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을 제외한 4개국은 한국과 비교하여 광대역 인터넷 접속이나 일반 전화 보급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휴대전화 보급은 다른 통신 수단에 비해서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 접속은 안되더라도 휴대전화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차이를 낳고 있다. 이들 나라는 정치적으로 많은 변화를 (빈번한 정권교체와 같은 급격한 변동을 포함하여) 겪고 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라는 측면만이 아니라 사회운동의 차원에서도 휴대전화의 활용은 다른 어떤 통신 수단에 비해 월등히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한국은 정치적으로나 통신기술의 발전 및 보급이라는 측면에서 이들 국가와는 차이가 난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한국의 과거와 현재의 기술 발전, 관련 제도 변화 그리고 도·감청 관행은 이들 국가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다.

2008년초부터 시작된 이 연구 프로젝트는 현재 2009년 7월경 최종 보고서 작성을 목표로 계속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지난해 12월 8일과 9일 각국의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회의와 연구자들이 각국의 상황을 발표한 회의를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소장 백원담 교수)와 함께 12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주최하였다. 현재 각국의 연구자들은 각국 보고서의 1차 완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6월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최종적으로 보고서를 검토하는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이미 한국 상황에 대한 1차 보고서를 완성하여 3월 중에 한글본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보고서는 군사정권 시대와 이후 시대에 정부에 의해 이루어진 유·무선 상의 도·감청 사례, 통신사업자의 불법적인 도청 요구에 대한 협조 사례, 통신비밀보호법의 제·개정 연혁, 2세대 휴대전화의 유·무선 상의 감청 기술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07년부터 제기되고 있는 통신사업자의 감청 설비 설치 의무화 등에 대한 제도적·기술적 분석도 함께 다루고 있다.

현재 통신사업자의 감청 설비 설치 의무화 등을 담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의 법안심사소위에서 검토 중이다. 과거 정부에 의한 불법 도·감청 논란은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지만 그 결과로 통신비밀보호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현재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의 비밀을 보호하는 법인지 아니면 모든 국민들의 통신을 감시의 대상으로 만드는 법인지 모호해지려고 한다. 도·감청의 대상이 도·감청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도록 해야 하는 특성 그리고 제도적·기술적 이해의 어려움으로 국민의 중요한 기본권인 통신비밀의 보호가 위태한 지경에 처했음에도 사회적 관심은 부족하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연구 활동과 그 결과물인 보고서가 사회적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자체 서버를 구축하여 사회운동의 정보화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진보넷은 국가와 자본의 검열과 통제로부터 여러분의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자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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