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들이 가로와 세로의 내용이 달라 화제가 됐던 풍자시 <우남찬가>와 같은 양식의 <공영찬가>를 선보이며 청와대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세월호 참사 보도통제 침묵하는 경영진에 대해 날선 비판을 제기했다. 이 시는 공영방송에 대한 찬가로 보이지만 앞 글자만 따서 읽으면 "박주민은 까면서 이정현은 왜 안 까. 북한보도 그만 좀 해"가 된다.

KBS보도본부 소속 33기 기자들은 7일 사내 게시판에 <공영찬가>라는 글을 통해 청와대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자사에 대한 보도통제 내용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데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앞서 27기 기자들은 <청와대 '보도 개입'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 제하 기명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KBS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관련기사 : "이정현 보도통제, KBS 언제까지 침묵하나")

2014년 5월 23일 오후 2시, KBS 신관 IBC 계단에서 KBS기자협회와 KBS PD협회의 공동 총회가 열렸다. (사진=미디어스)

<공영찬가>는 "박통각하 우국충정, 몰라주니 서운하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KBS 뉴스를 통해 주 7회 밤낮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유리한 보도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를 정부가 몰라준다는 섭섭함을 드러낸 표현으로 해석된다.

KBS 기자들은 또 <공영찬가>에 청와대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정부 비판 뉴스 빼라'는 외압에 대해서도 "전화소리 반갑다"며 "면목 없다는 부탁인데,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어찌그리 매몰찬가. 서로 사맛디아니해도 녹음버튼 웬말인가"라며 김시곤 전 보도국장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나라를 뺏긴 비상시국도 아니고 국론분열은 머리가 아프니 "까닭없이 까지말자"는 표현도 등장한다.

KBS 기자들은 <공영찬가>를 통해 KBS가 최근 연일 쏟아내고 있는 '북한' 관련 리포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북한소식 궁금한데, 너희들은 안물안궁?"이라고 물으며 "한시라도 (북한소식)못 전하면 혓바닥에 바늘 돋는다"고 표현한 것이다. 또, 청와대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하필 오늘! (대통령님이)보고 말았다"는 문구를 넣어 박근혜 정부가 이 같은 KBS 뉴스에 흡족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가로로 읽었을 때 드러나는 내용이다. <공영찬가>의 각 문장 앞 자만 세로로 읽으면 "박주민은 까면서 이정현은 왜 안 까. 북한보도 그만 좀 해"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KBS <뉴스9>는 그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경찰청에 대한 과도한 '자료제출 요구'를 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른바 "갑질" 리포트를 이어갔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이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 전화를 걸어 세월호 참사 보도통제 압력을 행사하는 내용의 음성파일이 폭로된 지난달 30일에도 KBS는 "박주민 의원이 세월호 집회를 담당한 일선 경찰서장 2명의 개인정보 제공을 요구해, 이른바 '갑질횡포'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의원들이 무리하게 자료를 요구하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나치게 방대한 자료 제출 요구로 피감 기관의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는 일까지 종종 벌어진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리포트를 방송했다. 반면 KBS는 이정현 녹취록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영찬가> 형식의 성명에는 KBS보도본부 33기 고진현, 곽선정, 김동욱, 김문영, 김상민, 김성현, 김연주, 김용덕, 김정은, 김준범, 김지선, 김태현, 김효신, 박상현, 박선우, 박주미, 박찬규, 변진석, 서영민, 손은혜, 신지원, 안다영, 오수호, 유지향, 윤지연, 이만영, 이수진, 이종영, 임종빈, 조경모, 조태흠, 최송현, 최형원, 한규석, 황현규 기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아래는 <공영찬가> 전문이다.

공영찬가

박통각하 우국충정, 몰라주니 서운하네
주 7회도 모자라니 밤낮으로 틀어보세
민심처럼 시청률은 하늘 높이 치솟는데
은혜마저 몰라주니 이내 마음 섭섭하네

까치 울음 찾아온 듯 전화소리 반갑구나
면목 없단 부탁인데 어찌그리 매몰찬가
서로 사맛디아니해도 녹음버튼 웬말인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정상화를 하자는데 뒷조사가 웬일인가
현명하다! 그의 판단, 고매하네 우리 기사
은갈매기 한쌍처럼 집중원투 정답구나

왜란으로 나라뺏긴 비상시국 아닐진데
안팎으로 시끄럽네 국론분열 머리아파
까닭없이 까지말고 월급날을 기다리세

북한소식 궁금한데, 너희들은 안물안궁?
한시라도 못 전하면 혓바닥에 바늘 돋아
보고말았네, 하필 오늘! (박통께서) 좋아하네
도탄빠진 조선민족 구할 길은 통일대박!

그리자! 소설보다 실감나는 처참한 북조선을!
만들자, 질릴 때까지 북핵위기 또 수공위기!
좀비처럼 죽지않고 대대손손 보도하세!
해치지마 욕하지마 아프지마 박통 박통 잠보.

(에헤라! 세상 사람들아, 가로로만 읽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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