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전환시간(zapping time) 1~1.5초 사이에 이미지 광고가 나오고, 유‧무료VOD 앞에 30초~1분가량 광고가 나온다. 시청 도중 화면 구석에 갑자기 프로그램‧이벤트‧상품 광고도 뜬다. 디지털유료방송 가입자라면 피할 수 없는 새로운 유형의 광고들이다. 실시간방송을 바탕으로 짜인 현행 방송법 체계에서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신유형광고’라고 부르는, 최근 ‘민원’을 부르는 광고들이다.

신유형광고를 사업자 자율규제가 아닌 방송법으로 포섭해 규제‧진흥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바람을 잡는 곳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사장 곽성문, 이하 코바코)다. △방송사업자들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법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고 △새로운 광고를 제도적으로 지원해 방송광고시장을 ‘활성화’해야 하며 △품목 등을 적절히 규제해 ‘시청권’을 방어해야 한다는 것이 방통위와 코바코의 입장이다.

코바코 광고산업연구소의 박종구 연구위원에 따르면, 코바코는 신유형광고들을 ‘유사방송광고’로 정의하는 방송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이헌 방송광고정책과장에 따르면, 정부는 신유형광고의 내용 정도만을 규제대상으로 두려는 모습이다. 방통위는 광고시장 활성화와 시청권 보호라는 두 가지 명분으로 ‘관리 범위’를 넓히고, 코바코는 방송광고판매대행자(media representative) 이상의 역할을 하려는 것이다.

▲6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17층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대회의실에서는 <신유형광고의 정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주최하고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사장 곽성문)이 주관했다. 이기주 방통위 상임위원은 축사에서 “(신유형광고는) 법제도화를 할 것인지 아닌지,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며 “EU의 시청각서비스 지침 개정안과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들을 잘 참고해서 국민들이 공감할 방향으로 정책방향을 설정하는데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신유형광고는 방송사업자에게 새로운 수익모델이다. 재핑광고와 트리거(trigger) 광고는 성과를 내기에 한계가 있지만 VOD 광고는 큰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ystem Operator) 2위 사업자인 티브로드(대표이사 김재필)는 2015년 8월부터 디지털방송 가입자 170만여명에게 재핑광고를 노출시키고 있는데, 매출액은 1억~2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VOD 관련 시장이 전망이 밝다. VOD는 2~3년 내 극장매출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VOD와 VOD광고를 둘러싼 이권다툼이 치열한 것도 이 때문이다.

VOD에서는 콘텐츠와 플랫폼 사이에 큰 갈등은 없다.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지상파 프로그램을 최고 1650원(부가세 포함)에 판매하고 매출을 65대 35로 나눈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이 가입자들에게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고 제공하는 무료VOD는 사업자들이 지상파 등 콘텐츠사업자들과 연간 이용계약을 맺는 것이다. 이 금액을 두고 협상이 치열하지만 이 같은 수익모델을 깨려는 사업자는 없다.

그러나 VOD광고 영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올해 들어 지상파는 스마트미디어렙(SMR)이라는 뉴미디어광고판매대행사를 통해 VOD광고를 직접 영업을 시작했다. 그 동안 유료방송사업자들은 VOD광고를 판매하면서 그 수익의 16.5%를 지상파에 배분했는데, 지상파가 이 영역을 가져온 것이다. 광고영업의 주체가 플랫폼에서 콘텐츠로 바뀐 것이다.

코바코가 방통위의 ‘제도화’ 바람에 맞춰 진입하려는 영역이 바로 여기다. 코바코는 뉴미디어광고판매대행으로 사업범위를 넓히려 했으나, 지상파 등 방송사업자들은 규제공백 상황에서 먼저 SMR이라는 회사를 설립하며 뉴미디어광고에 진입했다. SMR은 지상파, CJ, 종합편성채널이 합작한 미디어렙인데 방송사들이 포털에 제공하는 클립영상의 광고도 영업과 판매를 대행한다.

전후 맥락을 고려하면 지금 방송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광고시장을 둘러싼 구도는 정부가 ‘산업 활성화’와 ‘시청권 보호’를 명분으로 규제공백을 메우고, 코바코가 사업자들의 영역에 치고 들어가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유형광고를 두고 “가입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위법‧과잉 광고”, “시청권을 훼손하는 사업자들의 탐욕”이라는 시청자 단위의 문제제기가 정부와 코바코에 의해 활용될 여지가 있다.

지금은 신유형광고를 둘러싼 문제를 근본적으로 짚을 필요가 있다. 성춘일 변호사(참여연대) 지적대로 “앞으로도 비슷한 광고들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규제기관이 해야 할 일은 “새롭게 나온 광고가 시청자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지” 따지고, 시청자의 동의가 규제공백과 사업자의 욕심에 우선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어디에도 이런 규제는 없다”는 사업자들의 주장보다 “우리는 동의하지 않았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더 중요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규제공백을 핑계 대며 신유형광고를 ‘전제’하고 ‘수수료’를 누가 챙길지 판을 짤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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