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소속의 신상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청와대와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KBS 보도 개입 사건으로 연일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가운데 6일 새누리당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의원들이 야당을 향해 정치공세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새누리당 미방위 소속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의 진상규명 요구를 과도한 '정치공세'로 규정했다. 앞서 박홍근 의원 등 더민주와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이 이정현 의원의 보도 개입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규명을 요구하자 이를 감싸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닭 잡아 먹고 오리발 내미는 격이다.

새누리당 미방위 의원들은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국가적 재난을 수습하는 데 국론을 모으자는 취지로 언론의 협조를 구한 것을 언론통제로 둔갑시키며 터무니 없는 정치적 주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민주당이 20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양대 공영방송에 대해 '청문회 개최', '영업기밀자료 제출' 등 무리한 정치적 요구를 하고 있다"고 몽니를 부리며 "새누리당은 방송의 독립성을 해치려는 민주당의 기도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역공을 가하기도 했다.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침해한 당사자를 옹호하기 위해 보도 개입 사건을 정쟁으로 몰아가 본질을 흐려 물타기 하려는 모습은 황당하다. 단순한 언론도 아닌 국민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상파, 그것도 공영방송 KBS에 대한 이정현 의원의 보도 개입은 어물쩡 넘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새누리당이 자당 의원을 감싸기만 해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도 모자랄 판국에 야당이 요구하는 진상규명을 정치공세로 몰아가려는 새누리당 미방위 의원들의 행태에 우려스러움을 넘어 과연 언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갖추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까지 든다.

실제로 20대 국회 미방위원장을 맡은 신상진 새누리당 의원은 4선 중진의원이지만 미방위는 그에게 있어서 생소한 분야를 다루는 상임위다. 신상진 의원은 대한의사협회 회장 출신으로 보건복지위원회에 어울릴 법한 인물이지만 이른바 국회의 '위원장 나눠먹기' 관행에 따라 미방위원장을 맡게 됐다. 상임위원장부터 언론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새누리당 미방위원들이 이러한 황당한 내용의 성명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발표할 수 있었던 걸로 생각된다.

정부여당은 지금이라도 잘못을 시인하고 언론의 독립성 보장과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스스로 나서야 한다. 또 KBS 보도 개입 사건에 대해 낱낱이 진상을 밝히고 다시는 불미스러운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방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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