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KBS 보도국장에 전화를 걸어 정부를 비판하는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를 "빼라"고 강요한 사실이 폭로됐다. 그러나 당사자인 KBS는 이 사안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참지 못한 KBS 기자들은 "언제까지 침묵할 거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BS 보도본부 소속 27기 기자들은 5일 <청와대 '보도 개입'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 제하 기명성명을 통해 "이정현 전 수석의 겁박을 실제로 접했을 때, 그리고 그 화살이 우리의 존재 이유인 KBS 뉴스를 향하고 있음을 새삼 실감했을 때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며 개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에 의해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녹취파일이 공개된 30일, MBC와 SBS 등에서는 관련 내용이 어떤 형식으로든 보도됐으나 KBS는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다.

2014년 5월 23일 오후 2시, KBS 신관 IBC 계단에서 KBS기자협회와 KBS PD협회의 공동 총회가 열렸다. (사진=미디어스)

이들은 "임명직 공무원(이정현)은 KBS 보도국장에 맘대로 전화를 걸 수 있고 답변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욕설까지 섞어가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대통령도 봤다며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면서 "KBS 위상이 딱 그 정도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런데 정작 KBS는 아무 말이 없다"며 "법적 대응은 고사하고 그나마 작성한 단신 기사도 무시됐다.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KBS 내부에서는 데스크에서는 관련 사안을 보도할 의지가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KBS 보도국 내에서 '단신' 기사를 작성했음에도 리포트로 배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홍보수석으로 할 일은 한 것'이라는 치졸한 변명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침묵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혹, 지금도 '통상적인' 전화를 받고 있는가. 그것이 아니라면 당장 법적 대응과 보도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불과 2년 전 청와대의 꼭두각시 길환영을 몰아낼 때 당신들(수뇌부)의 결기가 거짓이 아니었다면, 당장 침묵을 멈추라"고 재차 강조했다.

해당 성명에는 KBS보도본부 소속 27기 김석, 김기현, 최대수, 정수영, 김정환, 이진성, 정영훈, 이랑, 김학재, 이정화, 이진석, 정홍규, 이병도, 정지수, 홍수진, 정윤섭, 김기수, 박준석 기자가 이름을 올렸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