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10시, YTN 제16기 정기주주총회장인 서울 남산 YTN서울타워 1층 회의실에 의장인 구본홍 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노종면) 노조원 200여명은 일제히 ‘우~’ 소리를 내며 구 사장을 야유했다.

주주총회에서는 노조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었으며, 노조원들이 항의하며 퇴장한 뒤에도 △이사 보수한도 승인 △감사 보수한도 승인 건이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주주총회는 구본홍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약 40초만에 날치기로 통과시킨 지난해 7월17일 임시 주주총회의 원죄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동시에 사장 선임으로 시작된 ‘낙하산 논란’이 또 다른 낙하산으로 이어지는 광경을 드러냈다.

▲ YTN 노조원들이 주주총회장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송선영
◇ 0.3% 지분을 가진 우리사주조합 노조원들의 한계

YTN의 주주현황을 보면 한전KDN이 21.43%로 최대주주이며 △KT&G 19.95% △미래에셋생명보험 13.57% △한국마사회 9.52% △우리은행 7.41%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밖에 일반 법인과 개인, 우리사주조합(0.3%)은 28.12%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날 주주총회는 전체 4200만주 가운데 75.55%가 참여했으며, 39명이 위임장을 받아 참석해 주주총회 성립이 선언됐다.

우리사주조합 주주 자격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한 200여명의 노조원들은 감사 보고를 들은 뒤 회사 ‘비상 경영’은 허구적이고, 오히려 ‘방만 경영’이뤄지고 있다며 잇달아 문제점을 지적했다. (참고 ▷“구본홍 자리지키기에 3억4천 지출”)

한 노조원은 “지난해 11월과 2월 사이, 용역 직원 고용과 관련해 1억원 정도 사용했고, 지난해 주주총회까지 포함하면 1억7천 정도 사용했다. 실국장 회의비도 최소 3400만원을 사용했다”며 “비상 경영이 어떤 근거와 잣대로 되고 있냐”고 물었다.

또 다른 노조원도 구본홍 사장의 모교인 고려대 신문 광고와 교우회보 광고에 각각 200만원이 사용된 것과 관련해 “구본홍 사장이 들어서고 난 뒤 다른 학교에 광고비를 지출한 적 있냐”고 지적했다.

노조원들은 이밖에도 △단기매매증권평사손실 10억 △대표이사 공석기간인 지난해 6월 20억 펀드 투자 △구본홍 사장 외부직무실 등을 지적하며 회사의 방만 경영을 크게 질타했다.

하지만 노조원들의 반발은 반발에서 그쳤으며, 안건이 통과되는 데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거수에 의한 표결 처리’ 방식으로 진행됐기에, 대주주 자격을 위임받은 이들이 손을 들 때마다 대다수 노조원들의 반대는 ‘과반수 이상의 찬성’이라는 명목으로 가려졌다.

지난해 주주총회 당시에도 노조원들은 “MB 언론특보 출신이 방송사 사장으로 올 수 없다”며 ‘낙하산 반대’를 외쳤지만, 전체 지분 중 0.3%를 가진 노조원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노조원들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 또 다른 낙하산의 등장

▲ 한 노조원이 경남고 출신인 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송선영
이번 주주총회는 다시 한번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주주총회가 ‘구본홍’이라는 낙하산을 등장시켰다면, 이번에는 구본홍 사장과 같은 고등학교, 같은 지역, 같은 언론사 출신이 이사로 선임돼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사 선임 안건에는 배석규 현 YTN 전무와 김사모 현 경영담당상무를 사내이사로, 박소웅 현 경남대 정치언론학부 교수와 박종득 현 신방주건설 회장(해병대전우회 경남연합 회장), 이종수 전 바이더웨이 부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었다. 구본홍 사장, 배석규 전무, 박소웅 교수 모두 경남고 출신인 동시에 박 교수는 구 사장의 MBC 선배라는 점에서 낙하산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노조원들은 “YTN 이사회가 특정 고등학교 동문 이사회로 규정돼 손가락질 당할 것을 심히 우려한다”며 이사회 구성 추진 과정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구 사장은 “이사회에서 이사 후보를 추천했고, 사외 이사의 경우도 재계, 학계, 방송계에서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들이기에 이사회에서 결의했다”고 설명했다.

노조원들은 이사 선임 안건을 반대하며 연기안을 요청했지만, 대주주들의 권한을 위임받은 이들이 연기안에 반대해 결국 안건은 통과됐다.

▲ YTN 노조원들이 이사 선임 연기안에 찬성하며 손을 들고 있는 반면, 앞 쪽에 앉은 대주주 권한 위임을 받아 나온 이들은 연기안 반대의 의미로 손을 들지 않고 있다. ⓒ송선영
◇ 여전히 막강한 대주주의 위력

노조원들은 대주주들에게 회사 쪽의 입장을 그대로 따를 것이 아니라 양심에 따른 올바른 선택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분 몇 % 가지고 있지 않은 소액주주이기에, 대주주 권한을 위임 받은 분들이 기분 상할 수 있다는 것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개인에 대한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은 주식을 가진 주주이며, 동시에 YTN의 사원이다. 대주주 권한을 위임 받았다 하더라도 모든 것에서 완벽하게 회사 쪽 입장에 대한 거수기 역할만 하러 온 것인가? 여러분들은 한 번 손들 뿐이지만 YTN의 인생이 걸려 있다.”

전체 지분의 71.88% 가지고 있는 대주주들의 위력은 이번 주총에서도 여과없이 드러났다. 안건에 대한 노조원들의 강한 반발은 대주주 권한을 위임받은 5명이 손을 들 때마다 무력했다.

노조원들의 이사 선임 안건 연기 요청에 대해 거수와 무기명투표 여부를 두고 설전을 벌일 때에도 이들은 거수를 선택했고, 결국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연기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노조원들은 “당신들이 지난 주총 때 부역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 아니냐” “우리들이 눈물 흘리는 것이 안 보이냐”며 오후 1시42분 주주총회장을 퇴장했다.

지난해 주주총회 당시에도 노조원들은 구본홍 대표이사 선임 안건 상정에 강하게 항의했지만 의장인 김재윤 당시 대표이사는 “주주 지분의 57.25%가 참여했다”며 주주총회 성립을 선언했고, 결국 구본홍 선임 안건을 올려 상정, 통과시켰다.

▲ 구본홍 사장이 안건을 통과시키고 있다. ⓒ송선영
▲ YTN 노조원들이 주주총회장을 항의의 의미로 퇴장한 가운데 구본홍 사장이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송선영
노조원들이 퇴장한 뒤 나머지 안건들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2분 뒤인 오후1시44분 주주총회는 마무리됐다.

물론 지난해 주주총회와 달라진 점도 있었다. 적어도 우리사주조합 자격인 노조원들의 주주총회장 입장을 방해하지 않았고(입장 때 일부 직원들과 마찰이 있긴 했지만), 노조원들은 ‘선배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또 용역 직원이 대거 동원되지도 않았고, 의장인 구본홍 사장은 발언을 신청한 노조원들에게 의견을 말할 기회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주주총회가 갖고 있는 ‘낙하산’과 ‘날치기’의 한계를 충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구본홍 사장과 회사 쪽 관계자들은 대주주들의 권한을 위임받아 온 이들과 악수를 하며 환하게 웃었다. 반면, 노조원들은 ‘또 날치기’라며 크게 분노한 채 ‘구C 방송 구C 경영 10점 만점에 0점’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YTN서울타워 앞을 지켰다.

▲ YTN 노조원들이 주주총회장을 퇴장한 뒤 YTN 서울타워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송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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