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열린 한·일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차 대결이 한국의 패배(2:6)로 끝났다. 지난 7일, 9일, 18일에 이어 오늘(20일)까지 벌써 4번째인 WBC 한·일전. 대체 WBC의 룰은 어떻기에, 한 국제경기에서 이렇게나 여러 차례 두 나라끼리만 자꾸 붙는 건가 싶지만, 어쨌든 언론들은 한·일전이 거듭될수록 엄청난 보도를 경쟁적으로 쏟아내며 흥분하고 있다.

역시 ‘한·일전’의 힘은 막강한 것일까. 전파낭비와 시청권 보장, 과열 경쟁 등의 비판 여론이 높자 ‘국제스포츠 중계 방송에서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의 동시 중계는 하지 말자’고 약속하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지상파 방송3사는 지난 18일 열린 3차 한·일전부터 3사 동시 생중계에 나섰다.

▲ KBS '뉴스9'의 지난 18일치 보도

한국의 WBC 4강 진출이 확정된 지난 18일 한·일전의 경우, 지상파 방송3사는 동시 생중계에 그치지 않았다. 각 방송사별로 메인뉴스마다 폭발적인 분량의 한·일전 뉴스를 쏟아냈다.

이날 KBS <뉴스9>는 한·일전과 관련해 스포츠 뉴스를 제외하고 총 28개 중 13개의 리포트, MBC <뉴스데스크>는 총 30개 리포트 중 12개를, SBS는 아예 <특집 SBS 8뉴스>를 편성해 33개 꼭지 중 무려 19개 뉴스를 보도했다. 그러니까 지상파 3사는 중계방송료를 뽑아내려고 작정을 한 것인지, 이날 메인뉴스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한·일전 뉴스를 쏟아냈다는 말이다. 물론 메인 뉴스 직후의 스포츠 뉴스에서도 또다시 한·일전 뉴스를 대거 방송했다.

▲ MBC '뉴스데스크'의 지난 18일치 보도

하지만 국내외 다수의 현안들을 제치고 엄청난 양이 방송된 3사 메인뉴스의 한·일전 보도를 보면, 각 방송사 별로 차이를 찾기는 어렵다. 세계가 놀란 한국 야구, 4강신화, 승부사 김인식 감독, 놀라운 집중력, 수비의 승리, 봉중근 의사, 결정타 이진영, 공수 활약 김태균, 실력 야구, 국내외 응원열기 후끈, 일본 굴욕·충격, 우승까지 가자 등등. 이 정도면 마치 메인 뉴스 뒤에 이어지는 <스포츠 뉴스>의 ‘뻥튀기’ 편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은가.

▲ SBS '특집 8뉴스'의 지난 18일치 보도

그렇다면 오늘(20일)치 한·일 야구 4차전과 관련한 지상파 방송3사 메인뉴스 제목들 정도는 미리 예측이 가능할 법하다. 비록 패하긴 했지만, 오늘도 역시 3사가 동시 생중계한 경기인 만큼 오늘도 역시 상당량의 보도가 등장하지 않을까. 오늘밤 3사 메인뉴스 큐시트를 미리 예상해봤다.

오늘의 주요뉴스/헤드라인- ‘한국, 日에 석패…베네수엘라와 준결승’

1. 오프닝 코멘트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20일) 4번째로 열린 한·일전 경기는 예상하지 못한 ‘패배’였습니다. 하지만 조 2위가 된 오늘의 패배로 4강에서 홈팀 미국과의 맞대결을 피하게 됐습니다. 먼저,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경기 주요장면부터 보시겠습니다..

2. WBC 대표팀 경기 하이라이트

3. 철벽 일본 야구…결승전 같았다

4. ‘꽃보다 범호’ 동점포 솔로 홈런포, 지고도 빛났다

5. 김인식호, 지고도 웃는 이유는?

6. 오늘도 응원은 연전연승

7. 한·일야구 4차전 패배의 손익은?

8. 이치로, ‘전범’ 겨우 면해

9. 일본 네티즌 “이기고도 찜찜”

10. 다섯 번째 한·일전 이뤄질까?

11. 22일 베네수엘라와 준결승

12. 베네수엘라 전력분석

13. 봉타나, 산타나 불참 아쉽다

14. 병역특례 어떻게 될까?

15. WBC 우승까지 남은 변수

16. 클로징 코멘트
[앵커]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게 운동경기지만 어려운 시기일수록 스포츠가 가져다주는 감동과 위안의 힘은 더 크게 느껴지게 마련입니다.
오늘 한일전의 패배에는, 졌지만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습니다. 한국 야구가 어떻게 일본을 이길 수 있는지 도저히 알기 어려워서 일본도 우리의 정신력과 자부심에 졌다고 분석합니다.
일본에게 기죽지 않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고, 항상 통할지는 모르지만 주요한 전략은 이것이란 뜻이 되겠습니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선전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면서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역시 지상파 방송뉴스에 ‘왜 WBC는 이렇게 한국과 일본 야구가 자꾸만 붙고 또 붙어야 하는지’에 대한 보도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국내 방송사들은 ‘황당한 WBC’ 때문에 생겨난 ‘한·일전 퍼레이드’ 흥행의 덕을 좀더 봐야 할 만큼 방송 중계료를 톡톡하게 지불했을 테니 말이다.

<미디어스>가 예측한 방송3사 큐시트 적중률이 얼마나 될지, 오늘밤 뉴스가 한·일전 생중계보다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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