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성추행으로 정직 처분을 받았던 MBC 고위 간부가 대법원 양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폭로했으나 이것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지자 “무겁게 받아들이고 깊이 새기겠다”며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사태는 면책특권 논란으로 번지며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허위사실 유포’로 논란을 빚은 조응천 의원에 대해 ‘경고’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조응천 의원은 “(이번 사태를)무겁게 받아들이고 깊이 새기겠다”고 밝혔다. 조응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좌진들로부터 확실한 소스라고 얘기를 들어 질의했던 것”이라면서 “동성인 김 씨와 또 다른 김 씨를 착각했다. 사실 확인을 제대로 못한 내 책임”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즉시 사과했다. 그 분에게도 전화를 드렸는데 안 받더라”며 “기회가 주어지면 그 분을 찾아뵙고 사죄하겠다”고 말했다.

MBC 고위 간부가 성추행했다는 근거없는 사실을 주장한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연합뉴스)

사건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벌어졌다. 대법원의 업무보고 과정에서 조응천 의원은 “성추행으로 정직 처분을 받았던 MBC 고위 간부가 대법원 양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MBC 측은 곧바로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에 대한 문화방송의 입장>(▷링크)을 내어 “(국회 질의과정에서)지목된 본사 간부가 성추행 전력이 있거나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조응천 의원은 질의나 보도자료 배포에 앞서 본사에 어떠한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을 했다.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이렇듯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조응천 의원의 실책에서 발생한 것인데, 엉뚱하게도 국회의원에 대한 ‘면책특권’의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3일 <"면책 특권 시대에 맞지 않다" 여야 큰 입장차> 리포트(▷링크)를 통해 “조응천 의원이 특정인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건을 계기로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며 “무책임한 의혹 제기에 따른 피해를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적 논조의 신문들도 이 문제를 '면책특권'과 연결시키는 내용의 사설을 지면에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4일 <조응천 의원, 멀쩡한 사람 성추행범 지목 후 사과하면 끝인가> 제목의 사설에서 "그러나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직무상 권리가 사생활을 보호받아야 하는 국민의 기본권보다 결코 우위일 수는 없다는 게 현대 헌법의 기본 정신"이라며 "허위 폭로, 거짓 명예훼손에 대해선 국회 윤리위원회에서 엄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 일정 기간 국회에서 발언하는 것도 금지시켜야 옳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역시 같은 날 <허위폭로 조응천, 면책특권 누리려 더민주 의원 됐나> 제하의 사설에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대해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소신껏 의정활동을 하라고 헌법 제45조로 보장한 특권"이라며 "그러나 음해나 비방, 묻지마 폭로의 방패막이로 오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동아일보는 "조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첫 공직기강비서관으로서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던 인물"이라며 "조 의원이 이런 식의 ‘치고 빠지기 폭로’를 하려고 국회의원에 나선 것인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역시 4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품격 있는 국회’를 언급하며 “국회의원의 허위폭로, 갑질 문제와 같은 것도 국회개혁의 중요한 의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의원(조응천)은 사과했지만 이미 엄청난 명예훼손을 저지른 뒤였다”며 “한 국회의원의 무책임한 폭로로 인해 방송사의 한 고위간부는 하루아침에 성추행범으로 몰리는 씻을 수 없는 엄청난 명예훼손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행보까지 묶어 비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야당의 다른 초선의원(박주민)은 일선 경찰서장들의 금융부채, 신용불량 현황, 자녀학자금 대출 명세 등 개인 신상과 관련된 자료들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요구했다”며 “자신이 참여했던 시위를 관할했던 경찰서장들에 대해 보복성 압박을 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이 공무원들을 상대로 직무와 관계없는 개인 신상자료를 이처럼 무더기로 요구하는 갑질을 일삼는다면 어느 공무원이 소신을 가지고 제대로 일할 수 있겠는가. 두 야당 초선의원들의 허위폭로와 갑질은 사라져야 마땅한 구태”라고 몰아붙였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의원이 면책특권의 뒤에 숨어서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를 일삼는 일은 더 이상 없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면책특권’ 논란에 대해 “작은 실수를 가지고 큰 제도를 손보려는 자체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초선 의원의 실수를 빌미로 국회가 권력을 견제하는 기능과 권한까지 제압하는 시도에 과감히 맞서 싸우겠다”며 “기본적으로 면책특권은 행정부와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권한이다. 이런 권한을 약화시키면 사법부가 두려워 어떻게 제대로 견제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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