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세계 최강 OTT(Over The Top) 사업자인 것은 맞다. 넷플릭스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지 십 년 만에 190개국 8100만 가입자를 확보한 ‘플랫폼’이고, 31편의 드라마‧영화를 자체제작한 ‘콘텐츠’ 사업자이기도 하다. 한달에 만원 안팎의 비용을 지불하면 언제 어디서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티빙, 푹 같은 한국의 OTT와 다를 바 없지만 넷플릭스는 글로벌 사업자이고 콘텐츠를 직접 만든다는 점에서 다른 OTT들과는 다르다.

30일 방한한 넷플릭스 최고경영자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넷플릭스의 강점을 △190개국의 글로벌 플랫폼 △책읽기와 같은 오리지널(original) 방식의 콘텐츠 이용 방식을 제공하는 것 △개인화된 콘텐츠 추천 방식 △자체제작 콘텐츠 △인터넷 기반의 고화질 서비스(4K 포함) △직원에게 결정 권한, 제작자에게 콘텐츠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는 자유로운 조직문화 등을 꼽았다. 그는 넷플릭스를 기술 발전에 맞는 고품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고 전 세계로 유통할 수 있는 사업자로 소개했다.

▲6월 30일 넷플릭스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3층 그랜드볼룸에서 미디어 데이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최고경영자 리드 헤이스팅스(왼쪽), 최고콘텐츠책임자 테드 사란도스가 참석해 넷플릭스의 성과와 계획을 밝혔다. 넷플릭스는 이날 모인 기자 200여명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노트북 케이스를 선물했다. (사진=넷플릭스의 한국 홍보대행사 MSL그룹코리아)

넷플릭스는 현재로서는 “전 세계의 콘텐츠를 전 세계에 수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우리는 성장할 때마다 더 많은 콘텐츠를 늘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제작자, 배우, 작가들에게는 넷플릭스 자체가 ‘글로벌 시장’이다. 최고콘텐츠책임자인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는 “우리는 굉장히 많은 관객을 두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방송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넷플릭스 지원으로 영화 <옥자>를 만들고 있는) 봉준호 감독은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세계적 감독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넷플릭스 목표다. 특히 중국 등 아시아 시장 공략이 관건이다. 넷플릭스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배우, 케이팝 스타들이 출연하는 예능, 드라마 같은 ‘한류’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런 목적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글로벌 플랫폼이고 다양한 나라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하기 때문에 가능한 기획이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정부의 ‘심의’ 제도에 대해 “넷플릭스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활동할 때 현지 정부의 표준과 기준들에 부합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시장을 넓히고, 콘텐츠를 만들어 낼수록 미디어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커진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해볼 만한 것은 ‘지역’의 문제다. 넷플릭스는 별도의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진입과 철수가 상대적으로 쉽지만 넷플릭스가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고려하고 수익성이 받쳐주지 않는 지역의 가입자들은 넷플릭스의 ‘외화 벌이’ 수단만 된다. 넷플릭스가 모든 가입자에게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이는 ‘차별’이라고 할 수 없지만, 넷플릭스가 구축한 ‘규모의 경제’는 특정 지역 가입자에 대한 상대적 배제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또 하나, 가입자 기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한계다. 언제 어디서든 네트워크만 구축돼 있다면 고품격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것은 전통TV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다. 구글이 광고 기반의 무료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인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넷플릭스는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또한 무료보편 방송인 지상파 방송을 ‘몇 시간 전’ 것까지 자유롭게 되감아볼 수 있는 UHD가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시청자에게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거실TV뿐만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VOD(Video On Demand)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료방송사업자들과의 경쟁 문제도 있다.

넷플릭스가 이미 글로벌 시장으로서 역할하고, 글로벌 콘텐츠-플랫폼 사업자로서 미디어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비영어권 이용자에게는 외국드라마를 볼 수 있는 ‘극장’일 뿐이다. 넷플릭스가 지금의 성공을 이어가려면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지역’에 더 깊숙하게 진입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더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유튜브처럼 광고 기반의 플랫폼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수익모델과 콘텐츠를 다각화하는 것도 장기적인 생존전략일 수 있다. 진짜 ‘글로벌 극장’이 돼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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