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이 돌아왔다. 친절한 눈빛과 매력적인 눈웃음, 그리고 여심을 자극하는 달달한 멘트까지. 지난 28일 방영된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 4회는 ‘김래원표 멜로’의 귀환을 알리는 서막에 가까웠다.

김래원이 연기하는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 속 홍지홍이란 캐릭터를 보다 보면, 자연스레 2003년 MBC <옥탑방 고양이>, 2004년 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등 그가 연기했던 따뜻했던 캐릭터가 떠오른다.

사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김래원은 특유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미소를 앞세워 대세 멜로배우의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하지만 2006년 영화 <해바라기>를 기점으로, 배우 김래원은 거칠고 어두운 캐릭터의 대명사가 되었다. 지난해 이민호와 호흡을 맞췄던 영화 <강남 1970>과 조재현과의 연기대결이 돋보였던 SBS 드라마 <펀치>에서도 김래원은 주로 선 굵고 남성미 가득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

‘김래원표 멜로’를 그리워하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행보였으나, 최근 <닥터스>를 통해 김래원은 다시 밝은 캐릭터로 돌아왔다. 그의 능청스럽고 애틋한 연기를 기대한 팬들이 이 드라마에 반색하는 이유다.

4회 만에 시청률 15%를 돌파하며 월화드라마 독주체재를 구축한 <닥터스>는 지난 3회까지만 하더라도 박신혜의 원톱 드라마로 비춰질 만큼 그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래원과 박신혜가 선생님과 제자로 만났던 시점에서 13년이 흐른 뒤의 이야기를 그린 4회부터는 김래원의 매력이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있다.

아주 오랜만에 밝고 긍정적인 캐릭터를 만난 김래원은 마치 13년 전 ‘대세 멜로배우’ 시절로 돌아간 듯 거침없이 자신의 달달함을 과시(?)하고 있다. 안정된 발성을 바탕으로 한 그의 다정한 말투와 장난기 가득한 표정, 그리고 여심을 녹이는 눈웃음은 확실히 ‘김래원표 멜로’가 돌아왔음을 느끼게 해준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

“결혼했어? (아니요). 애인은? (없어요). 그럼 됐다”

13년 만에 혜정을 만난 지홍은 이 한마디로 자신의 마음을 보여준다. 최근 멜로드라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직진 로맨스’다. 첫사랑을 향한 일편단심에 부드러움, 그리고 적당한 유머와 따뜻한 마음까지 갖춘 홍지홍이란 캐릭터는 여성 시청자의 마음을 제대로 공략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태양의 후예> 송중기, <또 오해영>의 에릭을 뛰어 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김래원의 캐릭터와 매력이 살아나자 드라마도 더욱 활력이 넘치는 듯 보인다. 우선 다소 강한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었던 유혜정(박신혜 분) 캐릭터는 홍지홍(김래원 분)과 얽히면서 훨씬 더 다양한 감정과 매력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박신혜가 가지고 있는 여성미나 귀여움이 김래원을 통해 훨씬 더 배가되는 느낌이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

또한, 의학드라마와 멜로드라마 사이의 균형도 신경외과 교수가 된 홍지홍(김래원 분)이 병원에 들어오면서부터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 3회까지만 하더라도 <닥터스>의 정체성은 다소 불분명했으나, 지홍과 혜정이 병원에서 조우하면서부터 그 방향이 확실해졌다. 의학드라마가 선사하는 긴장감과 멜로드라마의 달달함을 동시에 보여주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이며, 그 중심에는 홍지홍, 아니 김래원이 있다.

울부짖음 대신 부드러운 웃음을 장착했고, 불타던 눈에선 꿀이 떨어진다. 조태식(‘해바라기’ 속 김래원 캐릭터)과 박정환(‘펀치’ 속 김래원 캐릭터)을 기억하는 시청자는 다소 섭섭할지 모르겠으나, 부드러운 남자로 돌아온 김래원이 너무도 반갑다. 그가 보여줄 ‘김래원표 멜로’를 마음껏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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