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를 뒤덮은 먹구름이 더욱 짙어진다. 한국경제에는 이미 폭우가 쏟아진다. 외환이 바닥을 드러냈는지 환율이 뜀박질을 멈출 줄 모른다. 주가는 곤두박질을 거듭한다. 수출이 뚝뚝 떨어지고 기업들은 줄도산으로 이어진다. 자영업은 무너지고 실업행렬은 길어만진다. 북한을 때리는 소리를 내더니 긴장이 고조된다. 국민의 고통이 들리지 않는지 집권세력은 좌파 때려잡는다며 사회통합이 아닌 사회분열로 치닫는다.

지난 대선 이전부터 신자유주의의 덫에 걸린 미국경제는 소낙비를 머금은 검은 구름에 휩싸여 있었다. 그 폭풍우에 747이라는 신기루가 환시(幻視) 속으로 사라졌다. 물난리가 날 텐데 둑을 허무는 고환율정책을 지탱하여 외국인투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한반도 대운하를 하느니 안하느니 눈치를 살피더니 기어코 4대강에 매달리나 보다. 옛적에 삽이 하던 일을 포크레인이 하니 일자리인들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다.

느닷없이 이른바 경제살리기법안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여론수렴을 생략해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내용을 몰라 엉뚱한 소리나 한다. 입법전쟁이라는 말로 기세를 올리며 날치기를 벼른다. 천둥벌거숭이 날뛰듯 말이다. 국민도 야당도 안중에 없다. 오직 쪽수와 경위만 믿고 밀어붙이니 국회가 아수라장이 될 수밖에…. 패싸움하는 꼴이 조폭의 그것을 닮았다.

분류법도 희한하다. 언론통제법을 경제살리기법이란다. 방송을 거대신문-재벌한테 주면 일자리가 쏟아진단다. 방송사를 더 만든들 광고가 있어야 먹고 살게 아닌가? 방송광고시장이 10조원에서 더 늘지 않는데 경제위기마저 겹쳤다. 사이버모욕죄, 인터넷실명제 강화, 시위자복면착용죄 따위가 경제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거짓 포장도 유만부동이다.

경제관련법도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만큼 화급하지 않고 경제를 살릴지도 의문이다. 오바마는 대선유세 중에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을 재협상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미 FTA를 먼저 비준해서 미국을 압박한다고 난리다. 나라망신이다. 미국도 유럽도 은행국유화로 가는데 거꾸로 간다. 금산분리 완화, 정부소유은행 민영화가 그것이다. 재벌기업의 집단부실화가 금융산업의 집단부실화로 이어져 1997년 외환위기가 터졌다. 그런데 재벌의 탐욕을 다스리는 출자총액제한을 없애야 경제가 산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법관은 오직 양심과 법에 따라 판결해야 한다. 중학생도 아는 소리다. 정권의 탄압은 촛불집회를 정치사건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법원장이 나서 대법원과 헌재를 들먹이며 전자우편으로 재판을 간섭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관의 양심을 디딤돌 삼아 영광의 대법관에 올랐다. 출세욕에 눈먼 나머지 사법부의 독립을 헌신짝 버리듯 했건만 부끄러움을 모른다. 검찰이 권력의 주구라고 지탄받는 터에 사법정의마저 실종하다니….

교육도 산업이라며 학생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몬다. 전국의 학생을 일등부터 꼴찌까지 한 줄로 세우는 일제고사를 반대했다고 해서 교사들을 잘랐다. 막상 성적조작에 앞장선 학교도 교육청도 뒤탈이 없는 모양이다. 교육자라면 염치라도 있어야 한다. 용산 철거민들이 살려고 망루에 올라갔다가 주검으로 돌아왔다. 과잉진압이 빚은 참사이다. 좀 기다리거나 안전조치를 취했다면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다. 그래도 그들은 너무나 당당하다.

청와대 비서관이 3·1절 전날 그것도 독립기념관에 찾아가서 친일불가피론을 설파했다. 헌법이 말하는 임시정부 법통을 부정했는데 친일행각을 두둔한들 어찌 놀랄소냐? 4·19 혁명을 데모로 폄훼했다. 그 때 그 자리를 지켜본 이들의 뇌리에는 아직도 그 모습이 생생한데 말이다. 역사왜곡을 서슴지 않으니 무슨 짓인들 못하리. 무너진 경부고속철 터널에서 전기 불조차 나간 채 내외빈을 모셔놓고 개통식을 가졌단다. 이상하게도 별 일 아니라는 표정이다.

낮은 지지율을 홍보부족 탓으로 아는 모양이다. 특보완장을 찬 관제사장들이 방송사를 점령했다.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TV토론이 이어진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헌병의 얼굴을 하고 방송프로그램에 감시의 눈을 번득인다. 귀를 열지 않고 입만 여니 소통이 아닌 불통이 이뤄진다. 국민을 바보로 아니 힘만 믿고 밀어붙여 신뢰의 위기를 넘어 불신의 늪으로 치닫는다. 경제난에 신음하는 국민은 광기 넘치는 야만의 시대를 사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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