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예고를 보고 어떻게든 보도를 막아 보려고 KBS 보도국에 전화를 했는데 그것까지도 녹취를 해서 방송에 내보내더라. 어떻게 그런 보도를 하면서 문제의 문서가 진짜인지, 방송에 그런 내용을 공개해도 좋은지 유족에게 확인 한번 하지 않을 수 있나. 화도 났지만 어떻게든 자연이를 조용히 보내 주려던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생각이 들어 무척 괴로웠다.”

고 장자연씨의 유족이 지난 16일 일간스포츠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KBS 뉴스9의 관련 보도에 대해 이같이 밝히고, “문제의 문서는 계약관계 해지를 위해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유족들은 인터뷰에 응한 동기에 대해 “그동안 할 말이 없어서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용히 있었더니 여론에 의해 유족들이 이상한 사람으로 비치는 것 같아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면서 “13일 KBS 1TV ‘뉴스9’에 원치 않는 보도가 나간 것도 입을 열기로 결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 KBS '뉴스9'의 지난 13일치 보도

유족들이 문제삼은 보도는 지난 13일 KBS 1TV ‘뉴스9’ 보도 중 2건이다. 이날 ‘뉴스9’는 ‘자필문건 ‘충격’’에서 “자살한 탤런트 장자연씨가 숨지기 직전에 남긴 자필 문건을, KBS가 단독입수했다. 술접대에 잠자리 강요까지, 연예계의 추악한 면이 담겨 있었다”면서 “KBS는 숨진 장씨의 명예와 불법행위 사이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이 문건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문건의 내용을 전격 공개했다.

뒤이어 KBS는 고 장씨의 전 매니저 유씨의 경찰 조사를 전하는 보도 “공공의 적 있다”를 내보내면서 “장씨 유족들은 장씨 사망이 경찰 수사로까지 확대되는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한 뒤 “<녹취> 장자연 씨 유가족(음성변조) : “저희는 문서를 읽어보지도 않고 소각했으니까. 편하게 가게 해주세요”를 붙여 내보냈다.

▲ KBS '뉴스9'의 지난 13일치 보도

해당 뉴스 2건에는 ‘유족들이 KBS 뉴스9에 전화를 걸어 KBS의 문건 보도를 원치 않는다’는 요지로 항의한 내용은 일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이날 유족들이 KBS에 건 항의 전화의 일부 발언은 전혀 다른 맥락으로 등장했다. KBS 기자에 의해 ‘경찰수사로까지 확대되는 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리포트 내용을 뒷받침하는 용도로, 유족들의 항의 전화가 이용된 셈이다.

하지만 유족들의 항의와 이에 대한 KBS 뉴스9의 ‘왜곡 보도’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고 장자연씨 문건 사태는 지난 13일 KBS ‘뉴스9’의 단독 문건 보도 직후 경찰의 문건 진위 여부에 대한 수사에 들어간 상태라, 이제 세간의 관심은 온통 ‘장자연 리스트’에 몰려 있다.

소란스러운 여론 속에서 KBS ‘뉴스9’는 장자연 문건에 대한 후속 보도에 집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KBS는 유족들 통화에 대한 KBS의 일방적인 왜곡 보도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KBS가 계속 유족들에게 침묵한다면, 조만간 유족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KBS의 제재와 ‘사과’를 요구하며 민원을 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면 방통심의위는 KBS에 ‘시청자 사과’를 명령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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