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 모음> 인문사회서 편집자로 일하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전보’ 결정으로 본사로 정상 출근했던 윤정기 씨. 그렇지만 논란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재촉발됐다. 사측이 언론노조 출판지부 측의 윤정기 씨에 대한 직접고용 요구를 묵살하고 새로운 하청회사인 ‘더 이룸’에 배정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특히, 윤정기 씨가 새롭게 발령받아 출근한 사무실은 도저히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실상 ‘퇴사 독촉’으로 읽혀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지부장 이승한)는 28일 “저열한 일터 괴롭힘으로 노동자 입 틀어막는 자음과모음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자음과모음 사측이 윤정기 씨와 관련해 쓰레기장을 연상시키는 새로운 발령지로 배속한 것에 대한 항의성 성명이다. 특히, 사측은 지난 24일자로 일방적으로 교섭 중단을 통보한 상태다.

윤정기 씨가 새롭게 발령받아 출근한 사무실의 모습(사진 =언론노조 출판지부)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는 “윤정기 편집자가 새로 발령받은 사무실을 보고 경악했다”며 “자음과모음이 이렇게까지 상식 없는 출판사인지 생각지도 못했다. 도대체 어디서 앉아 일하라는 건지 모를 정도였다”고 규탄했다. 해당 성명과 함께 공개된 윤정기 씨의 새로운 발령 사무실은 그야말로 쓰레기장을 연상시키는 곳과 같았다. 사무실의 벽지는 이곳저곳이 뜯겨 있고 구석구석 먼지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이었다. 컴퓨터 등 제대로 된 사무실 집기 등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는 “자음과모음 강병철 사장은 지난 22일 새로운 관리자로 문 모 이사를 임명했다”며 “그 문 이사는 윤정기 편집자에 마포 도화동 새 사무실로 출근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왜 이사를 가는지 그곳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도 없었는데,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을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온갖 모욕을 주며 자진퇴사 하도록 할 계획이 아니었느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에 따르면, 해당 사무실에서 벌어진 일은 끔직했다. 문 이사는 사무실 공간에서 흡연을 하면서 윤정기 편집자에 ‘이 새끼’, ‘어떻게 해야 널 죽여버릴까’라는 등의 욕설과 협박을 내뱉었다. 윤정기 편집자가 항의하자 ‘싫으면 그만 두던가’라고 본색을 드러내기도 했다는 것이다.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는 “지난 1월부터 6차례에 걸친 교섭에서 자음과모음 교섭위원은 윤정기 편집자와 출판지부의 요구사항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며 “공식 교섭 자리에서 그들은 ‘왜 당신이 부당전보 당했는지 생각해봐라’, ‘실력을 키워라’, ‘지난 일에 사과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특히, ‘왜 부당전보 당했는지 생각해보라’는 말은 가해자 중심적 사고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는 “대화로 해결하자는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정상적으로 책을 만들게 해달라는 최소한의 요구조차 온갖 모욕, 괴롭힘, 폭력적 처사, 협박으로 입을 틀어막는 것이 자음과모음의 상식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자음과모음이 한국의 대표적인 인문-문학 출판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출판노동자들과 독자들에게 치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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