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위크는 27일(한국시간)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필드하키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배리 마이스터(68·뉴질랜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최근 뉴질랜드 방송에 출연, “골프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며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올려놓고 2~3류 선수들만 참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는) 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언급한 사실을 보도했다.

세계 정상급 남녀 선수들 가운데 몇 명이 일찌감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거나 불참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스포츠도 흥망성쇠를 겪는다. 특히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가 흥망성쇠를 겪는 데 있어 올림픽 내에서의 위상은 큰 영향을 미친다.

올림픽 불참을 선언한, 남자골프 세계 랭킹 4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AP=연합뉴스)

올림픽에서 인기가 있는 종목은 전 세계적으로도 큰 인기를 구가하고 해당 스포츠와 관련된 산업은 활성화된다. 반면 올림픽에서 인기가 없는 종목은 올림픽의 울타리 밖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고, 다른 종목의 올림픽 신규 진입 과정에서 희생양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때문에 거의 모든 종목의 스포츠들이 ‘올림픽 정식종목’이라는 타이틀을 갖기 위해, 그리고 그 타이틀을 얻은 뒤에는 올림픽 내에서 위상을 높이기 위해, 그리고 올림픽에서 퇴출되지 않기 위해 쉼 없는 노력을 경주한다.

이를 감안할 때 마이스터 위원의 발언은 골프가 오늘날 올림픽이 필요로 하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을 지적하는 한편, 자꾸 이런 식으로 상위 랭커들이 불참하는 행태가 이어진다면 올림픽에서 퇴출시킬 수도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골프라는 종목이 가진 두터운 선수층과 대중적인 인기를 고려할 때 실제로 골프가 올림픽에서 퇴출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고대올림픽부터 올림픽은 전쟁까지 멈춰가면서 최고의 선수들이 정정당당히 최고의 기량을 겨루는 장이었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겠지만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 그리고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 모두 경기의 내용과 그에 따른 결과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오는 8월 개막하는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을 기분으로 현재 올림픽에서 치러지는 종목들 가운데 퇴출되어야 할 종목들로 어떤 종목들을 꼽을 수 있을까.

우선 가장 먼저 퇴출시켜야 할 종목으로 꼽고 싶은 종목은 축구다. 축구의 대중적인 인기를 감안할 때 동의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하지만 올림픽에 병역 혜택이 걸린 한국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소수의 국가를 제외하고, 올림픽 축구가 상당수 축구팬에게 외면 받는 현실을 고려하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 최종명단 발표 및 감독 기자회견에서 신태용 감독(가운데) 및 코치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축구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의 연령을 23세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어 국가별로 당대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출전할 수 없다는 점은 올림픽에서 축구가 외면 받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다. 특히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프로팀의 협조 의무가 없기 때문에 23세 미만의 선수도 해당 국가대표팀의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모두 뽑을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23세 이상의 선수 3명을 선발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 제도가 있다고 한들 큰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그 다음으로 올림픽에서 퇴출되어야 할 종목을 꼽자면 복싱이다. 고대 올림픽부터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 올림픽 복싱은 절대 올림픽에서 퇴출되지 않을 종목으로 보일 수 있지만 역도가 올림픽에서 하루아침에 퇴출이 결정됐던 일을 상기해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복싱이 올림픽에서 퇴출되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채점과 판정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는 종목이라는 점도 퇴출 이유가 될 수 있다. 국제복싱연맹(AIBA)에서 최근 프로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을 이뤘으나 이로 인해 세계 최고의 복서들이 올림픽에 출전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까워 보인다.

22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대회 펜싱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복싱의 예를 비춰 보면 펜싱과 태권도 역시 오늘날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는 부적절해 보인다. 펜싱이나 태권도는 칼과 경기복, 호구 등에 전자감응장치를 연결시켜 판정 시비를 없애는 데는 일단 성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펜싱이나 태권도나 경기를 보는 사람들이 선수들이 경기 장면보다는 전자감응장치와 스코어보드에만 눈을 고정시키는 것이 현실이다.

선수가 득점을 올리는 순간을 선수의 동작에서 팬들이 함께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없고, 득점 장면을 슬로우 비디오가 아니면 제대로 볼 수 없는 종목이 펜싱과 태권도다. 여기에다 올림픽에서 판정 시비가 자주 나오는 종목들이란 점도 올림픽에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이 글에서 열거한 종목들은 지극히 필자 개인적인 기준에 따른 것으로 보는 이들의 관점에 따라 퇴출대상 종목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올림픽이 세계 스포츠계에서 그 권위와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월의 흐름과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스포츠 팬들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는 종목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만들고 유지시키는 것은 올림픽이 스스로의 위상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노력이다.

스포츠 전문 블로거, 스포츠의 순수한 열정으로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꾼다!
- 임재훈의 스포토픽 http://sportopic.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