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정권의 언론탄압에 저항하다 <동아일보>로부터 해직된 언론인들이 결성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위원장 정동익)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동아투위는 17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에서 ‘동아투위 창립 34주년 기념식 및 국가 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 기자회견을 열어 해직과 관련한 정신적 피해 부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오는 4월 중순 소장을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102명이 소송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으며 동아일보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를 통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동아투위는 지난해 10월29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1974년 유신정권 당시 ‘동아일보 광고 탄압 사건’은 중앙정보부 등 국가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발표했음에도 정부와 동아일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일차적으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동익 동아투위 위원장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동아투위 사건은 34년이 지났지만, 진실화해위의 결정이 났기 때문에 승소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승소해서 해직 언론인들을 양산하는 현실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 동아투위가 17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에서 ‘동아투위 창립 34주년 기념식 및 국가 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선영
앞서 기자회견에서 정 위원장은 “언론 자유 투쟁을 한 지 34년이 지났지만,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을 하는 기자와 PD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정부가) 언론악법을 강행처리하려고 하고 있다”며 “아직도 언론 자유 현실에 대한 걱정 때문에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직된 언론인들에게 사과하고 해직 언론인과 손잡고 정도의 언론으로 간다면 얼마나 좋겠냐”며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동아일보의 사과를 촉구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동아투위의 34년 역사는 언론인들의 자랑스러운 역사”라며 “많은 이들이 ‘어떻게 언론노조는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냐’고 묻는데, 이는 34년 동안 싸운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함세중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는 얼마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동아일보 해직 언론인에 대한 발언을 전했다.

그는 “김수환 추기경은 해직 기자들이 추기경을 찾아왔을 때 마태복음 25장 최후의 심판 부분을 인용하면서 언론 현장에서 쫓겨난 여러분들이 예수님이고, 여러분들을 존경한다”며 “권리를 짓밟히고 민중을 위해 노력한 여러분들이 예수님”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 동아일보 사옥. ⓒ송선영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동아일보의 젊은 언론인들을 향해 “오늘도 우리는 동아일보를 보면서 ‘이 신문이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참담함을 느낄 따름”이라며 “이성과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용산참사에 대해 추상같은 비판을 하는 게 진정한 언론의 사명이라고 믿을 텐데 당신들은 어디에 가 있는 거냐. 여러 신문들이 이명박 정부 1년을 진지하고 날카롭게 평가하는 기사와 논평을 내보낼 때 당신들은 무슨 일을 했냐”고 되물었다.

이들은 또 “인사권을 가진 사주의 눈치만 살피거나 양심과 이성을 저버리고 부당한 권력의 대변자가 되는 것은 자유언론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젊은 후배 여러분이 언론의 바른 길로 나가기를 간곡히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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