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5일 입법 예고한, 정부가 연합뉴스사를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 지정해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는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관련해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연합뉴스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개정안은 △6년 한시법인 뉴스통신진흥법의 시한을 삭제하며 △뉴스통신진흥회(이사장 최규철)의 연합뉴스사 예산 승인권을 명확히 하며 △연합뉴스 구독 계약을 문화부 장관이 일괄적으로 계약하며 △연합뉴스사의 경영 실적을 평가해 매년 국회와 문화부에 보고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연합뉴스의 ‘친정부적 보도 태도’가 눈에 띄게 노골화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과연 이런 통신사에 국민의 세금을 지원해도 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연합뉴스는 통신사이기에 언론사를 통한 재배포 과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정확하면서도 신중한 보도가 요구되지만, 최근 일부 왜곡된 보도를 다른 언론들이 인용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또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 등을 비판없이 고스란히 전해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사옥 ⓒ미디어스
◇ 양도세 중과가 부동산 시장 대못?

연합뉴스는 지난 15일 “양도세 대못 완전히 뽑는다”라는 기사를 통해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전하며 “비사업용토지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제도가 폐지되면 참여정부 때 종합부동산세와 함께 대표적인 부동산 시장 대못으로 꼽혔던 징벌적 양도세 제도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양도세 중과조치는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투기를 잡는다는 제도의 취지가 퇴색했고 조세원리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연합뉴스는 또 세제개편안의 개정 내용을 상세히 전하며 절감 효과 등을 언급한 뒤 “이번 조치가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함께 보도했다.

양도세 중과조치에 대한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를 거의 다루지 않은 건 둘째치더라도, 연합뉴스의 이런 보도태도는 아무 설명도 없이 불과 2주 전의 입장에서 정반대로 돌아선 것이다. 연합뉴스는 지난 2일 <연합시론> “다주택 重課稅(중과세) 원칙 허물면 안된다”를 통해 정부의 양도세 중과 제도 폐지 움직임과 관련해 부동산 투기를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안이 다음달 국회에 제출될 모양이다. 그러나 민원 증가와 징벌적 세율의 정상화라는 핑계는 정말 군색하다. …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건 아니다. 머잖아 엄청난 부메랑으로 돌아와 이 나라를 또다시 투기 광풍에 몰아넣을 대책까지 마구 써선 안 된다.”

부동산 투기를 우려하며 중과세 원칙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던 연합뉴스는 채 2주 만에 ‘부동산 시장 대못으로 꼽혔던 징벌적 양도세 중과 제도’라고 정부의 입장을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

◇ 시골의사 박경철 발언 왜곡

연합뉴스는 지난 4일 ‘‘시골의사’ 박경철 “하반기 경기회복 예상”’을 기사에서 박경철씨의 강연 내용을 전하며 “올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0년을 돌이켜 보면 경기는 침체와 회복을 반복했으며 회복기가 2년 이상 걸린 적은 없다”고 전망한 것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박경철씨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연합뉴스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 박경철씨가 연합뉴스 기사에 대해 빨간색으로 첨삭을 했다. ⓒ박경철씨 블로그 화면 캡처
그는 “(연합뉴스 기자가) 경기도청에서 한 강연을 직접 듣고 쓴 건가. 아니면 전해들은 이야기로 창작을 한 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아예 소설을 쓴 건가”라고 물은 뒤, 기사에서 누락된 부분을 빨간 글로 첨삭해 올렸다.

그는 “세계적으로 경기 회복이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이유를 전체 강연 중에 무려 70%정도 시간을 할애해서 설명했는데, (연합뉴스 기사에) 이 부분은 모두 빠져 있다”며 “누차 이런 일을 경험하는 중이지만 이렇게 완전하게 작문하는 경우는 처음 보았다. 이제 이런 일에 어지간히 이력이 날 만도 한데 이번에는 너무 화가 나서 글을 쓴다”고 말했다.

당초 그는 연합뉴스 쪽에 사과 기사를 요구했으나, 해당 기자가 실수를 인정하며 사과해 5일 “‘시골의사’ 박경철 “한국에 기회 올 수도””라는 제목의 전화 인터뷰 형식으로 강연 내용을 바로 잡았다.

◇ 이준구 서울대 교수 발언 왜곡

연합뉴스는 지난달 10일 “이준구 “서울대 ‘막장교육’ 벗어나야”를 통해 이준구 서울대 교수의 정시 합격자 대상 특강을 전하며 “서울대가 ‘막장교육’으로 가고 있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이준구 교수가 연합뉴스의 보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고, 이에 연합뉴스는 이날 오후 해당 기사를 수정해 “이준구, 주입식·영어몰입교육 비판”으로 다시 송고했다.

그러나 연합뉴스가 해당 기사를 수정한 뒤에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홈페이지에 ‘막장 교육’ 기사를 게재했으며, 일부 신문은 다음날 지면에도 ‘막장 교육’ 기사를 고스란히 보도했다.

▲ 이준구 서울대 교수 홈페이지 캡처.
당시 강연에서 이 교수는 초중고 주입식 교육의 문제를 지적하며 “단순 주입 암기식 교육과 그렇지 않은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 사이의 격차가 발생한다”며 “아직도 우리는 이것을 반성하지 못하고 막장 길을 달려가고 있다”고 말했을 뿐, 서울대를 두고 막장이라고 비판한 적이 없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지난달 1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나는 우리 언론의 왜곡 보도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거짓을 진실인 양 속여서 보도하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대담성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며 연합뉴스의 왜곡 보도를 질타했다.

이 교수는 “Y뉴스측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곧바로 제목을 바꿔 달아 주었고 그것으로 문제가 끝난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며 “일간지들은 거의 예외 없이 Y뉴스를 전재하는 형식으로 기사를 쓰면서도 제목만은 예전의 것을 그대로 쓰고 있었다. 거의 모든 일간지가 마치 내 강의를 직접 취재한 듯한 어조로 기사를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 연합뉴스 보도를 그대로 따라한 신문들. ⓒKBS <미디어비평> 2월20일 ‘우리는 기사 베꼈을 뿐이고~’화면 캡처.
◇ 소통 가득한 대통령과의 대화?

연합뉴스는 지난 1월30일 밤 SBS통해 생방송된 <대통령과의 원탁대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를 “미증유의 경제위기 앞에 함께 선 국정 최고책임자와 국민의 진솔한 ‘소통의 장(場)’이었다”고 호평했다.

연합뉴스는 “위기극복 ‘소통 90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전하며 “이 대통령은 특히 90분간 진행된 방송에서 낮은 국정지지율, 4대강 살리기 논란, 남북관계 경색 등에 대한 까다로운 질문공세를 받으면서도 시종 당당한 목소리로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때때로 특유의 웃음과 애드리브를 선보여 분위기를 살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연합뉴스의 해석(?)과는 달리 방송이 끝난 직후 SBS <시사토론> 시청자 게시판을 비롯한 인터넷에는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이어졌으며, 일부 언론은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을 하기도 했다.

“경제 위기와 용산 참사, 남북관계 등 국정 전반이 테이블에 올랐으나 대화와 토론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적 주장과 항변, 자화자찬을 들어야 했다. 사회적 논란이 극심한 각종 ‘MB 정책’에 대한 비판에는 정색했고, 민감한 시국 현안에 대한 동문서답도 여전했다.” (경향신문 2월1일치 사설 ‘이 대통령, 변한 것은 없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는 많은 공적 지원과 혜택을 받는 만큼, 이에 맞는 책임도 요구된다. 최근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앞두고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연합뉴스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연합뉴스는 영구적으로 공적 지원과 혜택을 받게 되겠지만, 그 재원은 국민 세금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곧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는 관영통신사가 아닌 공영통신사라는 뜻이기도 하다. 공영언론으로서 얼마나 제 역할을 할지, 지금 갖고 있는 ‘바른언론 빠른뉴스’ 라는 프레임을 얼마나 잘 구현할지는 오롯이 연합뉴스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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