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좋은 음악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각각의 시간과 장소에 더 잘 어울리는 음악들이 있다. 밤에 어울리는 음악, 비가 올 때 어울리는 음악, 음악 역시 큐레이팅의 중요성이 점차 더 강조돼가는 시대에 이런 세세한 항목들은 점차 늘어가고 있다. 계절 역시 마찬가지다. 각 계절에 어울리는 편집음반들이 존재할 정도로 계절이 바뀌면 그에 어울리는 배경음악 역시 변화한다. 그리고, 지금은 여름이다. 얼마 전 여름에 잘 어울리는 음악을 만났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신인 팀의 음악이었다. 그 발견의 기쁨과 함께 역시 여름에 잘 어울리는, 하지만 그만큼 알려지지는 못한 팀의 음악까지 함께 소개하려 한다.

'넌 아만다'란 이름이 가지고 있는 뜻은 잘 알지 못한다. 그만큼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신인 팀이다.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들끼리 결성한 팀이라는 것 정도를 빼고는 아직 그리 많은 정보가 있진 않은 팀이다. 그동안 두 개의 싱글을 발표했고, 얼마 전 첫 EP <열대야>를 발표했다. 이 신인 팀에 주목하게 된 건 온전히 음악이 가진 힘 때문이다. 그저 의무적인 신보 체크를 위해 틀어놓은 수많은 음악들 가운데 자연스레 귀를 기울이게 하는 힘이 이들의 노래에 담겨 있었다.

기타 팝 혹은 모던 록이라 편의상 분류하는 장르 안에 넌 아만다의 음악은 속할 것이다. 그래서 넌 아만다의 음악을 들으면 기시감이 들기도 한다. 1990년대 후반, 델리 스파이스와 언니네 이발관, 마이 앤트 메리 등이 모던 록 1세대로 불리며 각자 자신들의 음악을 들려주던 시절의 분위기가 넌 아만다의 음악에도 묻어난다. 쟁글거리는 기타 사운드 위에서 펼쳐지는 아련하면서 서정적인 팝 멜로디. 그 공통된 정서로는 '풋풋함' 정도의 표현이 있을 것이다. 이미 '소년'과 '우린 함께 춤을 췄었는데'라는 두 곡의 싱글을 통해 자신들의 지향점을 드러냈던 넌 아만다는 <열대야>를 통해 좀 더 확장된 세계를 들려준다.

음반 제목부터 <열대야>다. 여름 한낮의 열기와 여름밤의 한 줄기 바람 같은 이미지들이 넌 아마다의 음악에 담겨있다. 10대와 20대 초반, 청춘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노래로 만들어졌다. '소년'과 '우린 함께 춤을 췄었는데'를 불렀던 화자는 여전히 여리고 소년 같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지만, <열대야>에서 그 여림과 예민함이 더 크게 증폭된다. 정서적인 면으로도 그렇고 사운드로도 그렇다. 타이틀곡이자 표제곡인 '열대야'가 음반의 마지막에 자리하고 있는 건 그 증폭된 사운드 때문이기도, 그리고 감정의 폭발 때문이기도 하다. 마치 청춘만화의 사운드트랙 같은 이 노래들 안에 한낮의 태양과 여름밤의 달빛, 녹색의 싱그러움과 더운 날의 무기력함, 어느 여름의 잊을 수 없는 아련함 같은 다양한 감정이 담겨있다.

여기, 또 하나의 팀이 있다. 위헤이트제이에이치라는 한글 표기는 뭔가 이상해 보통 영문으로 we hate jh라고 쓰고 위헤제라 줄여 부른다. 2013년 7인치 바이닐로 첫 EP를 냈던 이 팀은 좋은 곡과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모(emo)' 스타일을 중심에 두고 풋풋한 청년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이들의 음악 역시 여름의 배경음악으로 더 잘 어울렸다. 리더 박주현이 쓰는 어쿠스틱한 사운드의 곡은 주로 불안한 청춘들의 감정을 노래했다. EP <officially, we hate jh>(2014)와 첫 정규 앨범 <The Naive Kids>(2015)를 통해 선명한 청춘의 여름을 들려줬다. 얼마 전 발표한 싱글 '표류'는 이들이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을 알려주는 의미 있는 곡이다. 여름과 함께 이 노래들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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