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 김아중, 중심에 서다! <원티드> (6월 22~23일 방송)

<싸인>, <펀치>에 이어 <원티드>까지 SBS와 김아중의 궁합은 늘 좋았다. 그러나 <원티드>의 김아중을 유독 주목해야 되는 건, 원톱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싸인>의 고다경은 윤지훈(박신양)을 돕는 조력자이자 일종의 오른팔 같은 존재였고, <펀치>의 신하경도 박정환(김래원)과 이태준(조재현)의 피 튀기는 대립구도에서 한 발자국 물러난 인물이었다. 그러나 <원티드>의 정혜인은 작품의 중심에 온전히 발을 담그고 있다.

<원티드>는 톱스타 정혜인이 은퇴 선언을 한 날 돌연 아들이 납치됐고, 그 아들을 구하기 위해 납치범의 지시에 따라 생방송 리얼리티 쇼를 내보내야 하는 내용의 드라마다. 매회 납치범의 미션이 주어지고 시청률 20%를 넘기지 못하면 아들이 위험한 상황. 그러나 엄마 정혜인을 제외하고는 이 사태를 너무나 냉소적인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하는 상황. 그 안에서 정혜인 역의 김아중은 몸을 사리지 않는 고군분투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칸의 여왕 자리까지 넘봤던 톱스타 캐릭터지만, 첫 회부터 화려한 톱스타로서의 모습은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아들 현우가 감금되어 있는 동영상을 보고 숨을 헐떡이는 엄마. 납치범과 관련 있어 보이는 여자가 탄 오토바이를 쫓아가다가 빗길에 그대로 미끄러지고, 납치범의 지시를 배달하러 온 퀵서비스 기사와의 몸싸움까지 사리지 않는 엄마. 납치범의 미션을 보고 오열하다가 그 자세로 밤을 샌 창백한 얼굴의 엄마.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의 손으로 얼굴을 때리며 일어나는 엄마.

극 중 정혜인은 충분히 극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김아중은 첫 회에서 과하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엄마의 얼굴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 무조건 소리치고 오열하는 장면의 연속이었다면 오히려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아중은 감정을 꾹꾹 누르다가 어느새 튀어나오는 모습으로 벌써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완성했다.

이 주의 WORST : 영화감독 일기장까지 훔쳐봅니까? <신문이야기 돌직구쇼+> (6월 23일 방송)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불륜설이 보도됐을 때,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종편 프로그램에서 며칠 내내 물고 뜯기 좋은 뉴스라는 것을 말이다. 하루 종일 비슷한 포맷의 시사 교양 프로그램이 연이어 편성되어 있고, 프로그램들은 너무나 친절하게 비슷한 뉴스들을 반복해서 내보내는 종편에서 홍상수-김민희 불륜설은 그야말로 ‘물고 뜯고 씹기’ 좋은 뉴스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지난 23일 방송된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이하 <돌직구쇼>)가 스캔들을 다루는 방식은 치밀하다 못해 치졸하기까지 했다. 홍상수 감독 부인의 입장을 전한 친인척을 인터뷰한 <여성동아> 기자를 섭외했고, 친인척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화면에 띄우고 곱씹었다. 두 사람이 연애를 시작하기도 전에 김민희가 언론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까지 끌어와서 끼워 맞추느라 정신없었다. 약 한 시간 짜리 방송에서 홍상수-김민희 불륜설에 할애된 시간은 거의 30분, 절반에 가까운 분량이었다.

물론 일부일처제 사회에서 가정을 버리고 잘못된 연애를 하는 두 사람의 행동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일기장까지 뉴스에서 공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돌직구쇼>는 홍상수 감독의 은밀한 사생활인 일기장까지 공개하는 것도 모자라, 그것을 굳이 다이어리에 옮겨 적은 뒤 스튜디오에 버젓이 전시를 했다.

일기 내용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힘든 게 사라지고, 마치 천국에 있는 것 같다’였다. 도대체 홍상수 감독의 일기장을 공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1년 째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팩트를 증명하기 위해? 그것은 이미 친인척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그렇다면 김민희에 대한 홍상수 감독의 마음을 알기 위해? 그걸 왜 시청자들이 알아야 되나. 일기장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이미 두 사람의 불륜설을 보도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결국 홍상수 감독의 일기장 공개는 스캔들 보도의 자극성을 더하기 위함이었다. 혹여라도 시청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됐다는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은 들리지 않길 바란다. 누구도 홍상수 감독의 개인 일기장을 보고 싶어하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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