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를 잘 모르는 시청자들로서는 단순히 ‘양승오가 종전 주장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고 이해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피고들(MBC 안광한 사장 등)이 그와 같이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주신 씨의 병역기피 의혹과 관련해 양승오 박사의 주장만 싣는 등 반론을 누락해 ‘공정성’ 논란을 빚었던 MBC <뉴스데스크>(▷링크)에 대한 1심 재판부 판결문 내용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이우철)는 박원순 시장 측이 MBC를 상대로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를 청구했지만 ‘기각’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MBC 뉴스를 허위로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오히려 그와 같이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선고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된 ‘명예훼손’이 인정받기 상당히 어렵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에 대해 여러 차례 검증이 진행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승오 박사는 ‘보수성향’ 시민단체들과 함께 박원순 시장 아들을 다시 고발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MBC는 양승오 박사의 주장만을 담아 새로운 증거가 드러난 것 인양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 2015년 9월 1일자 방송

MBC 보도로 인해 2015년 국정감사에서는 재차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그로 인해 다양한 이슈들이 묻히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는 MBC 보도와 관련해 행정지도 ‘의견제시’를 의결한 바 있기도 하다. 과연, 재판부는 박원순 시장의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관련기사 : 박원순 아들 병역 의혹 제기자들 유죄 판결, MBC의 책임은?)

박원순 시장 측, “허위사실 적시…정정보도 해야”

박원순 서울시장 측은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와 관련해 허위사실이라면서 문제 삼은 부분은 다음과 같다.

①자생한방병원 MRI 영상과 X선 촬영 영상은 박주신의 것이 아니다

②양승오 등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스스로 자청하여 재판을 받게 되었다

③박주신의 병역기피 의혹과 관련하여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었다

④박주신의 병역기피 의혹에 관한 논란이 확산되고,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시민단체가 박00을 고발함에 따라 검찰이 새로 수사에 착수하였다

재판부는 ①과 ③과 관련해 “(MBC 뉴스는)‘양승오 박사가 박주신의 병역법위반 의혹에 관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이러한 와중에 박주신이 병역법위반 혐의로 고발돼 검찰이 해당 사건의 수사를 착수했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박원순 시장 측 주장대로)‘자생한방병원 MRI 영상과 X선 촬영 영상은 박주신의 것이 아니다’라거나 ‘박주신의 병역기피 의혹과 관련하여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라는 사실까지 암시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MBC보도에 ‘자생한방병원 MRI 영상과 X선 촬영 영상은 박주신의 것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암시하는 양승오 박사의 주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주신 씨의 병역기피 의혹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표현이 포함되고, 화면 하단에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 의혹 수사’란ㄴ 문구가, 그 이후에는 화면 상단 좌측에 ‘병역 의혹 수사’라는 문구가 표시됐다”고 사실관계를 나열했다.

그렇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기초사실과 그로부터 알 수 있는 사정은 △박주신이 병역법위반 혐의로 고발됐고 검찰이 사건의 수사에 착수했다는 점, △양승오의 인터뷰 부분은 그 내용 그대로 인용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 △양승오가 ‘영상의학 전문가’로 소개돼 있기는 하나 박원순 시장 측의 고발에 따라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 그의 주장에 신빙성이 부여됐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점, △양승오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로서 실제 병원에서 핵의학과 주임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어 ‘영상의학 전문가’가 아니라고 할 수 없는 점, △양승오 자신의 주장 이외에 그 주장의 신빙성을 뒷받침할 만한 별다른 언급이 없는 점, △보도에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는 표현은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이 밖에도 △MBC 보도의 구조 상 오히려 시청자들로서는 ‘양승오가 종전 주장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고 이해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는 점, △‘병역 의혹’이라는 표현을 완전히 배제하고서는 이 사건 보도의 요지를 설명할 마땅한 방법을 찾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이유를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양승오가 박주신의 병역법위반 의혹에 관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이러한 와중에 박00이 병역법위반 혐의로 고발되어 검찰이 해당 사건의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으로 보일 뿐 나아가 ‘자생한방병원 MRI 영상과 X선 촬영 영상은 박00의 것이 아니다’라거나 ‘박주신의 병역기피 의혹과 관련하여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라고 사실까지 암시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MBC 뉴스데스크 중

MBC 뉴스에서 양승오 박사는 “그 사진(MRI)을 보는 순간 20대에서는 불가능한 골수 패턴이다”, “두 피사체가 완전히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로 인해 충분히 “자생한방병원 MRI 영상과 X선 촬영 영상은 박주신의 것이 아니다”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양승오 박사 또한 그런 주장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MBC의 보도가 ‘MRI 사진이 박주신의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까지 암시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은 ‘팽팽’한 것인가

재판부는 ②와 ④에 대해서는 “원고(박원순 시장 측)는 이 사건 보도가 시청자들에게 ‘양승오는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주장하면서 ‘양승오는 검찰의 판단에 따라 기소된 것이지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며 “하지만 기소 여부는 검사가 결정하고 피의자가 원한다고 하여 마음대로 형사재판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일반인의 상식에 속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원고(박원순 시장 측은)는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문장의 ‘팽팽히’라는 표현도 문제 삼고 있다”며 “이는 양측의 입장 대립에 관한 비유적 표현 내지 평가적 표현일 뿐 그 자체로 어떠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MBC의 보도 적시사실이 허위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오히려 박주신의 병역기피 의혹제기 그 자체의 당부에 대해 이 사건 보도 당시 아직 사법부의 직접적이고 종국적인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양승오 일부 의료인들이 계속해서 의혹을 제기했던 이상 적어도 이 사건 보도 무렵에는 병역기피 논란이 완전히 불식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들(MBC 안광한 사장 등)이 그와 같이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박원순 시장 아들이 병역기피 의혹에 대해서는 양승오 박사를 제외한 전문가들과 검증을 통해 반박됐다고 보는 편이 옳다. 병무청과 검찰, 법원 등으로부터도 ‘MRI가 박주신의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는 “MBC의 보도는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기피’가 아니라 ‘허위사실’ 적시 여부를 따진 것”이라며 “MBC보도의 맥락 등이 아니라 보도 문구만을 두고 판결한 감이 있다. 판결문을 검토해 항소여부를 가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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