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극한 대립과 언론노조 총파업 등을 거쳐 여야 합의로 탄생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위원장 강상현·김우룡 교수/이하 국민위)가 13일 오전 11시 국회 본청 2층 회의실에서 제1차 회의를 가졌다.

첫 회의인 만큼 상견례 형식으로 덕담과 인사말이 오가는 가운데, 일부 국민위원들은 그간 갈등을 빚어온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처리과정 및 국민위원회 위상과 관련해 ‘뼈 있는 말’로 입장을 밝히는 등 팽팽한 신경전을 보였다.

이날 참석한 고흥길 문방위원장은 회의 서두에서 “백지상태에서 여러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이후 국민위원들의 자기소개 등 인사말이 끝난 뒤 “특정 위원을 거론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논리는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이 어떻다, 철회해라’는 발언은 위원회 성격과 관련이 없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 13일 국회 본청 제3회의실에서 열린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첫 전체회의에서 고흥길 국회 문방위원장과 각 당 문방위 간사, 미디어국민위원들이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여의도통신
이는 위원 중 류성우 언론노조 정책실장이 ‘입법 반영 노력의 진정성을 보여 주기 위해 한나라당 고흥길 위원장의 지난 2월말 미디어관련 법안 직권상정을 철회해 달라’는 발언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도 한나라당 및 민주당 추천 위원들은 자문 기구의 위상을 놓고 ‘자문으로 한정 VS. 입법에 적극 반영’ 등 의견 대립을 보였다. 특히 김우룡 위원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의 경우 ‘정파를 떠나자’, ‘특정 정당에 추천 받았다고 해서 따르지 않겠다’, ‘여야를 아우르는 공동 위원장이 되어 달라’, ‘정쟁수단이 되면 안된다’는 등의 ‘정쟁 관련’ 발언을 잇따라 내놓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민주당 추천 위원들은 ‘국민 반대 여론의 반영’ 쪽에 무게를 실은 발언을 주로 했다.

그러면서도 이들 국민위원들은 앞으로 6월 15일까지 한나라당이 제출한 미디어관련 4개 법안을 놓고, ‘국민위원회’ 명칭에 걸맞게 국민 여론 수렴 및 소통기구의 역할을 다 하며 접점을 찾자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번 국민위의 1차 회의는 차기 회의 일정과 의제 등 운영 등에 대한 사항을 조율하기 위해 국민위 공동위원장 2명과 국민위원 4명 등이 포함된 운영위원회 및 대변인 등을 구성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공동위원장에게 일임한 후 회의를 마쳤다.

또 이날은 국회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원회의 자문기구라는 위상에 걸맞게 고흥길 국회 문방위원장이 참석해 국민위원장과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문방위 소속 3개 교섭단체 간사들도 합의 내용 중 ‘운영에 관한 의견 개진과 청취’에 따라 함께 자리했다.

미디어발전국민위원은 총 20명으로, 한나라당 추천에 강길모 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동대표·김우룡 한국외대 석좌교수(위원장)·김영 전 부산MBC 사장·변희재 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동대표(실크로드CEO포럼회장)·윤석홍 단국대 언론홍보영상학과 교수·이병혜 전 KBS 앵커·이헌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최선규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이 있다.

민주당 추천 위원에는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위원장)·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박민 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 집행위원장·류성우 언론노조 정책실장·김기중 민변 변호사 등이며, 선진과 창조 모임은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문재완 한국외대 법대 교수 등을 추천했다.

다음은 국민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오간 발언록이다.(괄호안에 추천 정당 표시)

▷고흥길 국회 문방위원장 = 위원들께서는 추천 정당 의식하지 말고, 좋은 결론을 도출해주길 기대한다. 백지상태에서 여러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 정치권과 완전 일치는 알 수 없지만 지고지순의 입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설사 완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한 분 한 분 속기록에 담긴 소수 의견을 존중하도록 노력하겠다. 이 회의가 자문기구니까 제대로 반영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논의는 일체 간섭하지 않겠다. (국민위원회) 활동에 지장 없도록 충분히 뒷받침하도록 노력하겠다. 3명의 문방위 교섭단체 간사들은 옵서버이자 활동의 링크 역할로 열심히 뒷바라지해 줄 것을 기대한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허심탄회하게 백지상태에서 정당 단체 떠나서 진정한 미디어발전 위해서 논의해달라.

▷김우룡 한국외대 교수(미디어발전 국민위원장·한나라당) = 정파를 떠나서 가능하면 이해당사자들의 폭넓은 청문 거쳐서 입법에 밑거름 될 수 있도록 함께 즐겁게 진지하게 토론해보자.

▷강상현 연세대 교수(미디어발전 국민위원장·한나라당) = 국회와 언론이 맞닿는 공통점은 민주주의다. 지난 연말 미디어법과 관련해 제대로 충분히 논의되었어야 하는데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 국민들 표현의 자유와 언론 자유 신장을 위한 중요한 원칙과 방향에 대해 넓은 틀에서 합의할 수 있는 기준 만들자. 단순한 자문기구라는 것이 합의 내용인지 확인 안되었으니 보다 넓은 마음으로 기준을 만들어 접점을 찾아가자. 기대가 큰 만큼 책임도 무겁다.

▷강길모 미발연 대표(한나라당) = 특정정당에게 추천받았다고 해서 지침에 따르거나 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고 배우겠다. 반갑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민주당) = 여론다양성과 공공성에 입각해서 여성과 시청자들의 관점에서 활동해온 내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애쓰겠다.

▷김기중 민변 변호사(민주당) = 백지상태에서 논의하자는 고흥길 문방위원장 말처럼 민주주의의 가치와 산업발전이 양립가능한 방향을 찾아보자.

▷김영 전 부산MBC 사장(한나라당) = 방송현장의 생생한 경험으로 후진적인 우리의 방송 환경 시스템을 미래지향적으로 하고 싶다. 선진화된 한국언론환경을 보고 싶은 것이 간절한 소망이다.

▷류성우 언론노조 정책실장(민주당) =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라는 명칭은 이름대로 미디어 발전을 위해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기구이다. 고흥길 위원장의 입법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이 고무적이다. 국민 여론의 60%, 70%가 법안 반영에 찬성하고 있다. 한나라당에 제안하고 싶다.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번 고흥길 위원장이 청심환 안 먹고 법안 처리하셨는데, 그 법안을 철회해 달라.

▷문재완 한국외대 교수(선진과 창조) = 미디어법 관련해서 연말부터 국민들이 논의과정 때문에 피곤해한다. 적어도 국민들에게 짜증을 주지 않도록, 학자적 양심으로 임하겠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선진과 창조) = 인터넷 이용자와 시청자들이 다양한 내용을 접하고 다양한 공론의 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한민국 헌법에도 잘 녹아있다. 한마디로 ‘법대로 하자’는 것이다.

▷박민 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 집행위원장(민주당) = 지역언론 이야기 많이 하겠다. 그것이 지역이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이다. 시민들 만날 때 마다 피곤하다 힘들다고 하는 말의 본질을 자세히 보면, 국민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정치권에서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무력감과 패배감이 들기 때문이다. 국민들과의 가교와 통로 역할을 하겠다.

▷변희재 실크로드CEO대표(한나라당) = 포털 피해자모임 하면서 정보통신망법에 대해 여러 차례 요청해왔다. 그 문제에 관심 있다. 우려로 부탁드린다. 두 분 공동 위원장은 각당이 추천한 위원장이지만 각 당을 이끄는 위원장이 아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모시겠다. 전체를 아우를수 있는 위원장이 되어 달라.

▷윤석홍 단국대 교수(한나라당) = 학자적 양심을 바탕으로 활동하겠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순수한 전문가 집단이니 자문기구에 충실해서 자칫 정쟁화되지 않도록 전문가적 입장에서 하자.

▷이창현 국민대 교수(민주당) = 위원회 이름에 ‘국민’이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미디어관련법에 대해 여야 조율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답을 구하게 된 것이다. 민주주주의 언론자유가 신장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위원회의 정명일 것이다. 산업과 공공성을 아우르는 논의를 하자.

▷이헌 시변 변호사(한나라당) = 법대로 하는 것이 내 역할일 것이다. 여야 합의로 자문기구이니 그 범위를 넘어서면 안 된다. 시변에서 신문법 관련해 헌재에 위헌 소송을 낸 적이 있다. 이 자리에 참여하니 감회가 새롭다. 그때 내용을 말하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민주당) =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가 다수당-소수당이라는 ‘투표행위에 의한 대표성’이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국민위원회가 나타난 것이다. 여론다양성과 언론자유, 매체 진흥에 대해 논의하자. 복잡한 문제는 단순하게 하다보면 오히려 안 풀리더라. 복잡한 문제는 복잡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 자리에 취재 나온 언론사들에게 부탁한다. 시변의 신문법 관련 헌재 위헌소송 당시 각기 소속된 언론사들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반드시 리뷰해주기 바란다.

▷최선규 명지대 교수(한나라당) = 지금껏 미디어관련 법 논의과정이 정쟁 수단이 돼서 타협이 안 됐다. 전문가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공공성, 언론자유와 산업성은 배치되지 않고 양립 가능하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민주당) = 어렵게 출범한 위원회이니 너무 예단하고 가지 말자.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시스템이 국회와 미디어라고 본다. 지난 연말 우리 사회의 교착 상태를 푸는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국회 시스템도 쉽게 바꿀 수 없듯이 미디어 시스템도 쉽게 바꿀 수 없다.

▷최홍재 공언련 사무처장(한나라당) = 시간과 체력이 허용하는 한 최선을 다 하겠다. 합리와 이성에 근거해서 하겠다.

▷황근 선문대 교수(한나라당) =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충분히 논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원회가 생기니 서글프다. 국회의 한계점 극복해 다양한 의견 수렴하겠다. 국민에게 볼썽사나웠던 것이 집단행동의 장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가지 않아야 하는데 대단히 우려스럽다. 각자 위원들이 주체적으로 해달라.

▷이용경 문방위 간사(선진과창조 모임) = 국민위원회로 논의를 넘긴 것에 대해 국회 일원으로 부끄럽다. 신뢰가 결여되었다. 어렵게 국민위원회가 세워졌는데 신뢰 바탕으로 활동하길 바란다. 원래 국민위원회의 회의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고 의견수렴을 받는 안을 논의했다가 이를 위원회에 맡기기로 했다. 공개적인 소통이 있기를 기대한다.

▷전병헌 문방위 간사(민주당) =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다루기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이 더 큰 것 같다. 민간인 전문기구는 국회의 정치적 한계를 넘어서 국민 우선으로 논의해보자는 취지다. 국민의 뜻 담을 수 있길 바란다. 민간인 기구가 꼭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여야간 극한 충돌을 방지하고 국민 여론에 밀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되길 기대한다.

▷나경원 문방위 간사(한나라당) = 3월2일 원내대표 합의와 3월5일 간사 합의안에 따라 사회적 논의기구인 자문기구가 생겼다. 자문기구라는 합의문 문구는 의견만 듣겠다는 게 아니라, 최대한 들어서 입법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우려는, 일부 언론이 (위원회가) 여야 대리전이 된 것처럼 부정적으로 보도했다. 첫 회의 이전에 성명을 내면서 왕성한 활동을 하기도 했더라. 정책기구가 정쟁기구로 변질되지 않기를 바란다.

▷고흥길 문방위원장(한나라당) = 선입견 갖는 것은 금물이다. 특정 위원을 거론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명감은 좋은데 지나친 사명감이 왕성해서, 테두리를 못 벗어나는 것은 위험하다. 국민위원회는 정치적 논리를 완전히 배제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어떻다, 철회해라’ 하는 발언은 위원회 성격과 관련이 없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