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새 수목드라마 <원티드>가 예상에 훨씬 저조한 시청률을 나타냈다. <시그널> 신드롬에 있었음에도 여전히 한국은 장르물에는 인색하다. 그렇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원티드>는 갈수록 점점 재미있어지는 드라마라는 것이다.

1회보다 2회가 전개에 짜임새를 더했고, 무엇보다 범인이 갑자기 자살해버리는 상황에 추리가 막혀버리는 기가 막힌 반전으로 장르물의 묘미를 제공한 점이 앞으로를 더욱 기대케 했다. 그렇다면 진짜 범인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SBS 새 수목드라마 <원티드>

범인은 처음부터 얼굴을 드러냈었다. 촬영현장에서 정혜인(김아중)의 아들에게 가짜피를 보여주겠다며 데려간 아르바이트 스태프가 일단은 직접적으로 유괴를 저지를 범인이 틀림없었다. 다만 그 배역이 전혀 낯이 익지 않은 단역이라는 점에서 소위 말하는 최종보스가 아닌 하수인 정도로 짐작하게 했다. 그 점은 제작진의 디테일이 살짝 아쉬웠다. 좀 더 알려진 배우를 썼다면 초반의 추리가 좀 더 격렬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초반에 범인을 쉽게 노출시켜 놓고는 빠르게 혐의를 벗겨버림으로써 “이거 쉽네”하도록 방심케 한 기술은 초반 심리 싸움에서 작가가 유리한 지점에 서게 했다. 그것은 즉 시청자의 추리본능을 자극하는 데 일정 정도 수확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상관의 명령에도 이 사건을 거부하던 차승인(지현우)의 합류시킨 것도 매우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범인이라고 믿었던 인물의 자살로 당장 급해진 것은 시청자다. 일단 <원티드> 홈페이지 인물소개에는 범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범인이겠냐는 것이다. 일단 가장 의심스러운 인물은 정혜인의 남편이다. 그렇지만 소위 동기들이 너무 선명해서 오히려 범인이 될 가능성이 가장 낮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끝까지 의심과 함께 미움도 받겠지만 진범은 아닐 것이다.

SBS 새 수목드라마 <원티드>

힌트가 될지 아니면 함정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진범을 추리하는 단서를 작가가 쓴 기획의도에서 찾아본다면 진범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인물은 이 유괴범을 상대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신동욱(엄태웅)이다. 범인이 원하는 것이 하필 방송이라는 것과 방송사에서 밀려나 새로운 발판이 절실한 신동욱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의심스럽다.

그러나 이 정도는 너무 쉬운 추리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아직 2회밖에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범인을 추정한다는 것은 너무도 성급한 일이 분명하다. 이 드라마는 아마도 앞으로 모든 이들에게 수상한 부분을 떡밥으로 뿌릴 것이다. 특히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함께하는 최준구(이문식), 연우신(박효주) 그리고 정혜인의 매니저 역시 주요 용의자 명단에 오르게 될 것이다.

SBS 새 수목드라마 <원티드>

어쨌든 분명 1회보다는 2회의 재미가 더 좋았다. 그런데 이렇게 범인을 찾는 것은 이 드라마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것이 또 함정이다. 작가는 유괴라는 상황 속에서 미디어를 비롯한 현대사회의 비뚤어진 반응을 고발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정혜인이 유괴사실을 생방송 토크쇼를 통해 밝힘과 동시에 미디어의 비인간적 반응들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이중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김아중이 울지 않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유괴당한 엄마의 감정이 폭발해버리면 이 드라마는 작가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못할 것이다. 여러모로 <원티드>는 생각해야 할 것이 많은 드라마다. 추리도 해야 하고 동시에 인간사 모두가 미디어에 먹이가 되는 현실에 대한 은유를 찾아내야 하니 매우 어려운 드라마다. 그래서 더욱 놓고 싶지 않은 드라마이기도 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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