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타킹>의 행보가 우려스럽다. 시즌 2를 맞아 화요일 저녁으로 시간대를 옮기는 등 변화를 줬지만 시청률은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의 고유한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일반인 출연자의 개성과 재능 대결이 좀처럼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지 못하자, 결국 여성의 외모를 앞세운 이슈몰이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한때 MBC <무한도전>과 자웅을 겨룰 만큼 큰 사랑을 받았던 것에 비춰보면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몸짱 스타 유승옥을 발굴한 전례가 있어서 그런 것일까? <스타킹>은 최근 들어 부쩍 여성 출연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스타킹> 제작진과 MC들 하나 같이 출연자의 외모와 몸매를 강조한다. 마치 이 프로그램이 ‘몸매킹’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SBS TV <스타킹>

21일 방송된 ‘최고 신붓감 선발대회’만 해도 그렇다. 이날 <스타킹>은 미스 춘향, 스포츠 아나운서, 한의사, 교사 등 5명의 출연자를 앞세워 이들 중 최고 신붓감을 뽑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출연자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이 지덕체를 고루 갖춘 ‘1등 신부’라고 주장했지만, 방송분량 대부분은 이들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섹시 댄스를 벌이는 장면에 할애됐다.

심지어 이날 방송에서 출연자들은 ‘최고의 아내’, ‘최고의 엄마’가 되기 위해선 신랑(남편)의 체력을 좋게 만들어야 한다며, ‘스태미나에 좋은 혈자리’ 마사지까지 선보였다.

연예인 패널의 모습도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이들은 몸매가 훤히 들어나는 옷을 입고 찍은 출연자의 사진을 보며 보정 여부를 토론(?)하거나 섹시댄스에 환호성을 보내는 게 전부였다. 이런 리액션이 ‘1등 신부’를 뽑는 것과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SBS TV <스타킹>

이날 방송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방송된 ‘바디퀸 선발대회(450회)’ 편에서는 아예 대놓고 ‘몸짱’ 스타를 찾는 콘셉트로 방송이 꾸며졌다. 최고의 애플힙이라며, 여성 출연자의 엉덩이를 계속 클로즈업해서 보여줬기 때문일까? 이날 방송은 최근 몇 달간 방송 중 가장 높은 7.9%(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가짜 춤 선생을 찾아라(454회)’편에서도 여성 출연자들의 짧은 치마와 섹시댄스는 이날 방송의 전반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아이템’이었으며, ‘뻥쟁이 아줌마를 찾아라(452회)’ 편 역시 다양한 이력의 아줌마들이 출연해서 자신들의 몸매를 뽐냈다.

어떤 특집을 꾸미든 결국 ‘기-승-전-몸(매)’이 되어버리고 마는 상황에서, 시청자가 굳이 <스타킹>을 시청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자신의 장기를 들고 나와서 대결을 펼치고 박수를 받았던 과거의 <스타킹>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SBS TV <스타킹>

만약 아이템의 한계라면, 과감히 프로그램의 콘셉트 자체를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런데 제작진은 <스타킹>이란 이름은 그대로 쓰면서, ‘진짜-가짜’를 찾는 방향으로 슬그머니 제작 방식을 바꾸고, 이어서 끊임없이 여성 출연자의 몸매를 부각시키며 섹시댄스로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꼼수’만 부리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의 앞날이 밝을 수 있을까?

‘남녀노소 불문! 특별한 사연, 강력한 재주를 가진 모두를 향해 열려 있는’, ‘우리 이웃들의 꿈, 용기, 도전, 희망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그들과 함께 힘찬 응원과 따뜻한 격려를 전하는 마음 따뜻해지는 국민예능’.

<스타킹> 공식홈페이지에 적혀있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다. 그런데 말이다. 여성의 몸매만을 부각시키는 지금의 방송 어디에서 과연 우리 이웃들의 꿈, 용기, 도전, 희망을 찾아 볼 수 있단 말인가?

프로그램 이름을 <몸매킹>으로 바꿀 게 아니라면, 기획의도에 맞는 아이템과 연출을 고민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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