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KT는 정부산하기구인가, 아니면 민영화된 사기업인가? 도대체 알 수가 없는 기업이다. 어지간하면 법적으로 사기업이기 때문에 이해하려고 해 보지만, 지난 1년 동안 수없이 떨어져 내린 낙하산을 보면서, 법적으로는 사기업일지 몰라도 내용적으로는 정부산하기구다. 아니 ‘MB정권의 낙하산 착지着地회사’다.

▲ 이춘호 KBS 이사
지난해 MB정권의 인사들이 줄줄이 낙하산을 타고 KT에 착지할 때만해도, 바뀐 정권에 대응하기 위한, KT의 대외협력부문 강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거니 하며 이해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시민사회는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사장선임과정에서 ‘특보출신 사장’에 대한 우려가 기우로 끝났지만, 위인설관식 정관개정 등 찜찜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되었으나, 사기업 KT로서는 KTF와 합병 등 정권차원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육지책일 수 있겠다 싶어 또 넘어갔다.

그런데 이번 사외이사 건은 아무래도 심하다.

이미 KT와 KTF 합병은 정권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밀어줌으로써 단 하나의 걸림돌도 없이 무한질주 중이다. 사사건건 경쟁하고, 갈등하며 입장을 달리하던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미 한 통속인양, KT와 KTF 합병에 대해서만은, 일심동체 자웅동체 아닐까하는 착시현상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음주 합병인가 발표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는 이야기다. 이미 새로운 사장이 취임한 이후, KT가 원하면 법이 되고 제도가 되며 정책이 된다는 말이 무성하다. 감히 누가 KT의 위세를 거스를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사외이사 건은 더 이상 참을 수 있는 분노가 아니다.

케이티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춘호씨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여성부 장관 후보. 전국에 부동산 25건, 장남도 15건. 유방암 아니라는 병원의 진단결과를 들은 남편으로부터 오피스텔을 선물로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결국 부동산 투기와 축소신고 의혹으로 장관후보에서 퇴출당한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이미 그 도덕성은 ‘파탄’난 사람이란 뜻이다.

문제는 도덕성뿐만 아니다. 이춘호씨는 현재 KBS 이사이다. 한 달에 한 두 번 회의를 다녀가면 연간 4천만원에 가까운 돈을 KBS로부터 챙기는 사람이다. 그런데 KT 사외이사까지 챙겼다. 연간매출액이 KT와 KTF가 합병했을 경우, KBS보다 거의 20배 가까운 회사에서 사외이사를 하면, KBS의 4천만원보다 훨씬 더 받을 터. KBS와 KT이사직으로만 연간 1억원 이상의 연봉을 챙기는, ‘직업이 이사’인 사람이 이춘호씨다.

그런데 KBS 이사와 KT이사를 겸직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 KT 광화문 지사 ⓒ미디어스
KT는 IPTV인 메가TV를 운영하면서, 방송사업자라는 법적 지위를 갖고 있는데, 동종업계의 경쟁사업자인 KBS의 이사직까지 겸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KT는 KBS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때문에, 매년 ‘콘텐츠사용료’를 KBS에 지불해야 하는데, 매년 ‘사용료’에 대한 협상을 벌여야 한다. 협상 여하에 따라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원이 왔다갔다하는 그런 협상이다. 그런데 KT사외이사와 KBS이사를 겸하고 있는 이춘호씨의 마음먹기에 따라, KT가 손해보든지 KBS가 엄청나게 손해보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양쪽의 핵심정보를 다 가질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개연성 때문에, 경쟁업체나 같은 기업집단 현직 이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수 없다는 KT 정관이 만들어졌는데, 이런 정관마저 위배하고 이춘호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이유는 뭘까?

KT가 결정하면 법이 되고 제도가 되고 정책이 되는 시절에, ‘사외이사 한 명 갖고 왜 그래? 아마추어처럼’ 하면서 넘어가도 될 일은 아닐 성 싶다. KT가 이춘호씨 사외이사 선임을 취소하든지, 아니면, 이춘호씨가 연봉 적은 이사직 하나를 버리든지 해야 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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