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보건복지부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작년에 발표한 <2020 청년정책 기본계획>에 포함된 청년활동지원사업 소위, 청년수당에 대한 중앙정부의 딴지가 말이다. 시작은 행정자치부였다. 작년 12월 국무회의에 참석한 박원순 시장 앞에서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인 헌법학자 출신 정종섭은 ‘청년수당은 범죄'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해졌다. 이후 서울시와 행자부의 진실게임 양상이 벌어졌지만 정확한 표현은 둘째 치고 어떤 식으로든 서울시 청년 수당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으리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올 해 초엔 박근혜 대푱령의 공약인 누리 과정 확대에 대한 갈등으로 청와대와 대립했다. 지난 2월 2일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박원순 시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회피성 발언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이 당사자 전체 회의를 소집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반박을 하자 당시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무회의가 국회 상임위 자리인 줄 아느냐'고 역성을 냈다. 청년수당이나 누리과정 말고도,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역고가 사업을 위해 기존 고가의 교통 통제가 필요한데 협의기관인 서울경찰청이 차일 피일 미루면서 괴롭힌 바 있고, 2013년에는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박원순 사찰문서가 폭로되었다. 40여년 전 군부독재시대에나 어울리는 통치 방법이고 그냥 박원순 시장에 대한 집단 이지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조건에서 보건복지부가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걸고 넘어진 것은 사실상 자충수에 가까워 보인다. 최소한의 일관성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논쟁을 중앙정부의 정치적 태도 탓에 망쳐

서울시는 작년 11월 <2020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현재 논란이 되는 청년수당과 같은 신규 사업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사업 별로 따로따로 추진되었던 것을 큰 틀에서 범주화하고 체계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장학생 지원이나 대줄이자 지원, 청년 뉴딜일자리 정책, 대학생 희망하우징 등 주택정책, 청년허브나 무중력지대 등 청년활동의 매개가 되는 공간지원 정책 등 많은 부분은 기존에 하고 있었던 사업들이 부서를 넘어서 종합적으로 설자리, 일자리, 살자리, 놀자리라는 4개의 범주로 정리되었다. 총 20개 사업 중에서 청년수당 사업 즉, 청년활동지원 사업은 핵심전략 사업 5개 중 하나였다. <2020 청년정책 기본계획>은 법정계획으로 근거가 되는 법령은 ‘서울특별시 청년 기본조례'다. 이 조례 제6조 1항은 “시장은 청년정책에 관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이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2항 각 호를 통해서 “청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의 참여 확대”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했다. 또 제3조를 통해 이 조례의 상위 법령이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임을 명확하게 밝혔다.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은 참여정부 시절 ‘청년실업해소특별법'으로 제정되었던 것을 이명박 정부 시기에 현재의 법명으로 개정한 것이다. 당시 개정취지를 보면 “비경제활동 상태에 있는 청년을 노동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한 법의 적극적 기능을 강조하기 위하여 현행 법의 제명을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으로 변경함,”이라고 명시하였다.

비경제활동 상태에 있는 청년에서 청년수당을 통해 사회참여의 기회를 확대하고 이를 매개로 노동시장의 진입을 목표로 한다는 것은 서울시의 일관된 태도다. 실제로 사업 담당부서장인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은 <경향신문>과의 일문일답을 통해서 이 사업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원사업은 정기소득이 없는 미취업자이면서 사회활동 의지를 가진 청년들에게 2~6개월간 교육비, 교통비, 식비 등 최소 수준의 활동보조 비용(현금·청년수당)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급대상은 서울 거주 만 19∼29세의 중위소득 60% 이하 청년이 대상으로, 구직 활동 등 자기 주도적 활동이나 공공·사회활동 등에 대한 계획서를 심사해 선발한다. 시는 내년 시범사업으로 약 3000명을 선발해 월 평균 5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2015.11.6.)

영구적인 것도 아니고, 모든 계층에 대한 것도 아닌 일종의 ‘활동 조건부 수당'에 가깝다. 그리고 일관되게 ‘니트족'이라 불리는 ‘일할 의지가 없고, 교육이나 직업 훈련도 받지 않는 이들'과 졸업 유예자, 불안정 노동자 등을 ‘사회 밖 청년'이라 부르면서 대상으로 제시했다. 이는 2009년 이명박 정부가 기존 법을 바꾸면서 말한 ‘비경제활동 상태에 있는 청년'이라는 정의와 호응한다.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청년수당에 대한 불만은 이것이 복지정책이냐 아니냐, 혹은 포퓰리즘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애초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 아닌가, 나아가 청년수당을 기존 노동시장 진입을 위한 도구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정책 효과에 초점이 맞춰질 필요가 있다. 그런데 중앙정부의 서울시에 대한 정치적 태도가 이런 생산적인 정책 토론을 망쳤다.

보건복지부의 무리수, 참 답답하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11월 5일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 실시에 대한 입장 발표 이후 지속적으로 해당 사업은 협의 대상이므로 "공식적으로 협의절차를 이행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3월 7일 협의안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하였고, 보건복지부는 5월 26일 '부동의' 의견을 통보했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11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서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은 “실업 및 빈곤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미취업 청년들을 보호하는 사회보장제도"라며 협의를 종용했고, 이후 올 해 5월 26일에는 ‘부동의' 입장을 통보함으로서 사실상 ‘협의'제도를 ‘심의'제도로 운용했다.

보건복지부가 부동의한 내용은 크게 네 가지 영역으로 (1) 사업 타당성: “성과지표 또는 목표달성도에 부합하도록 대상자 선발기준을 검토하되, 특히 취약계층에 보다 많은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저소득층 우선선발 요건을 구체화 할 것” (2) 기존 제도와의 관계: “청년에 대한 국가정책은 근로의지를 북돋고, 구직활동을 통해 취업에 성공하여 궁극적으로 청년의 자립을 지원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므로 급여항목 중 순수 개인활동, 단순 사회참여활동 등 취·창업과 직접 연계성이 없거나 정부정책과 부합하지 않는 항목은 제외” (3) 운영방안: “청년 스스로 작성·제출한 활동계획서 범위에 따라 현금을 지출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급여지출에 대한 모니터링’ 방안을 강구 할 것” (4) 기타권고: “청년활동지원사업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민간위탁기관을 객관적으로 선정할 것” 등이다. 내용 상 보면, 이는 협의보다는 오히려 심의에 가까운 것으로 ‘사회보장 기본법' 제26조의 ‘협의'를 사실상 지방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각각의 지적 사항이 타당성도 결여하고 있어 별로 참조할 만한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선 사업타당성 부분을 보자. 이미 서울시는 수차례나 청년활동지원 사업이 ‘보편적 복지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중하위 계층에 대한 공모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또 서울시는 이 사업이 일반적인 복지사업이 아니라 ‘사회 밖 청년의 제도 내 견인’이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취약계층에 보다 많은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우선선발 요건을 구체화'하라는 것은 복지사업이 아니라는데 계속 ‘복지사업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하는 것과 매 한가지다. 도대체 어느 쪽이 사업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지 알 수가 없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작년 12월에 법률자문 결과를 공개하면서 "사회보장의 개념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회보장기본법 상의 사회보장제도를 '협의의 복지제도'로 축소하여 이해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일방을 밝힌 바 있다. 즉, 설사 서울시 청년활동지원 사업이 기존의 복지정책과 다르다 하더라도 큰 틀에서 사회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그런데 다시 ‘저소득층 지원사업'으로 만들라고 주문한다면, 스스로 광의의 사회보장 개념을 협의의 사회보장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기존 제도와의 관계라는 측면에서는 더욱 황당하다. 중앙정부가 구직활동을 중심으로 청년 지원을 하니, 서울시가 기타 사회참여 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인데 청년의 사회참여가 ‘순수 개인활동'에 불과하다는 인식은 심각할 지경이다. 최근 다양한 연구 결과들은 구직자의 직업탐색과정에 있어 다양한 사회참여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중앙정부 역시 여성구직자나 노인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연구를 통해서 자원봉사 활동이 구직 활동으로 연결되는 ‘강한 사회적 연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에 있어 다양한 공익적 사회참여에 대해 ‘순수한 개인활동' 정도로 치부하는 것은 무책임할 정도로 무지한 태도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3년 12월 청년맞춤형 일자리대책부터 총 6번에 달하는 청년 일자리 대책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 청년실업률이 1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지 되묻기도 민망할 정도다. 지난 3년간 청년일자리 대책에만 쓴 돈이 4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작 일년에 90억원 정도 사용하는 청년수당을 가지고 ‘낭비'라고 탓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역시 보건복지부의 트집잡기에 압권은 민간위탁기관 선정에 대한 부분이다. 어떤 민간위탁기관을 선정할 것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서 결정할 문제이지 언제부터 보건복지부가 지방정부의 민간위탁에 까지 개입하게 되었나. 현행 ‘지방자치법' 제104조는 서울시장이 조례를 통해서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의 일부를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다. 또한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역시 제5조를 통해 민간위탁 운영평가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제9조를 통해서는 적격자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심의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가 서울시의 민간위탁을 언급하는데서 박근혜 정부의 지방자치에 대한 태도가 엿보인다. 그리고 이런 무리한 태도야 말로 보건복지부의 대응이 합리적이라기 보다는 그야말로 정치적인 몽니 부리기로 만든다.

솔직히 어느 것 하나 곰곰히 생각해서 ‘그렇구나' 수용할 만한 건더기가 하나도 없는 협의 절차가 ‘지방정부에 대한 통제'라는 것을 제외하고 어떤 도움이 되겠느냐는 말이다.

서울시의 ‘홍준표식 로드맵'을 응원한다

지난 2013년 2월 26일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연간 60여억원의 적자를 이유로 공공의료원인 진주의료원의 폐쇄를 결정한다. 특히 도의회에서 관련 조례를 날치기 통과하고, 관련 공청회나 지역주민 의견을 청취하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의료원 폐쇄를 추진해 무리를 끼쳤다. 그리고 경남 지역사회와 국회는 보건복지부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개입할 것을 종용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2013년 5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서 “지자체의 공공의료 책임 약화나 지역 주민을 위한 의료안전망 기능 축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남도에 폐업이 아닌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도록 수 차례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6월에는 이미 통과된 의료원 폐지를 담은 조례안을 재의하도록 요청했지만, 홍준표 지사는 이를 거절하고 2013년 7월 1일자로 ‘공포' 절차를 진행한다. 그렇다면 국고를 통해서 지원되었던 의료원을 폐쇄한 경남도에 보건복지부가 어떤 패널티라도 부여하고 최소한 국고가 투입된 국유재산을 환수라도 했을까. 그러니는 커녕 2014년 12월에 진주의료원을 도청사로 활용하고, 국비가 들어간 의료장비를 민간에 무상임여하거나 매각할 수 있도록 승인해주었다. 사실상 사후 승인한 것이다. 지역 시민사회와 국회가 지속적으로 보건복지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을 때에는 권한 운운하면서 몸사리기에 바빴고, 결국엔 홍준표 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쇄를 용인했던 보건복지부가 무슨 권한이나 명분으로 서울시 청년활동보장사업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애당초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의 협의, 조정 기능은 2011년 당시 박근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부개정안에 포함된 것으로, 사실상 ‘중앙정부에 의해 무리한 복지정책이 시행이 될 때 지방정부가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하기 위한’ 입법취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자체적인 각종 사회정책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사실상 법의 남용에 가깝다.

그동안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자주 비교되곤 해왔다. 서울시 청년수당도 성남시 청년배당과 비교되는 정책이다. 하지만 이재명 성남시장이 중앙정부의 간섭이나 국정원 등의 개입에 대해 상당히 단호한 태도로 대응해왔던 것에 비춰보면, 박원순 시장은 미온적으로 보인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서두에 소개한 각종 갈등은 명쾌하게 정리되기 보다는 일종의 ‘에피소드'처럼 흐지부지 끝났다. 그러다 보니 박원순 시장은 스스로 내놓고 있는 서울시 혁신정책에 대해 확신이 없어 보인다는 평을 듣는다. 이는 스스로 정치가라기 보다는 행정가로 위치지우고 싶은 스타일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행정가라 주장한다고 사회적 위치나 관계가 그렇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지난 6월 20일, 서울시가 청년활동지원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의외이고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

돌이켜보면 늘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같은 ‘예외’는 보수의 몫이었다. 실제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법에도 없던 뉴타운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고, 오세훈 전 시장은 시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양화대교 공사를 강행했다. 이런 보수의 ‘예외'는, 그래서 그들의 자산이 되었고 “약속한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할 것"이라는 강력한 정치적 동원의 원동력이 되었다. 반면 진보는 늘 합리적이고, 대화와 타협을 우선시하며 급하더라도 돌아갈 수 있는 미덕을 강조했고 그러다 보니 번번히 시기를 놓쳤고 실망을 안겼다. 그래서 이들은 늘 보수의 시각에서 ‘안전함'으로 인정을 받았지만 시민의 입장에서는 ‘입으로만 하는 진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런 점에서 애당초 보건복지부의 말도 안되는 몽니에서 벌어진 청년활동지원사업에 대한 논란을 박원순 시장이 정면으로 부딪히길 바란다. 진심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