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뉴스를 진행하는 남녀 앵커가 부부 관계인 경우를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얼마 뒤면 실제로 볼 수 있게 됐다. 오는 16일부터 뉴스채널 <mbn>의 ‘출발 모닝뉴스’(오전 5~7시)를 진행할 이정미·오대영 앵커는 부부다. 국내 최초라는데, 세계 최초는 아니란다.

각각 2007년 3월과 1월 mbn에 입사한 이정미 아나운서와 오대영 기자는, 2007년 7월부터 사내연애에 돌입(?)해 1년여의 열애기간을 거쳐 지난해 10월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결혼 이후 동료들에게 ‘저러다가 둘이 앵커 같이 하는 거 아니냐’는 농담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같은 농담은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처럼 ‘진담’이 됐다는 것이다.

▲ 오는 16일부터 MBN ‘출발 모닝뉴스’를 맡은 오대영 앵커(사진 왼쪽)와 이정미 앵커(오른쪽)ⓒmbn
요 며칠새 ‘국내 최초 부부 앵커 진행’으로 취재진들의 많은 관심을 받게 된 이정미·오대영 앵커는 “늘 인터뷰를 하던 입장이었는데, 갑자기 난생 처음 인터뷰를 당하게 되니 기분이 묘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이 진행하는 뉴스는 알콩달콩할까, 아니면 달콤살벌할까. 다음은 <미디어스>와의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 회사의 ‘공동 진행’ 결정은 예상했었나.
= 전혀요. 선배들 사이에서 ‘둘이 잘 어울리는 데 해봐라’는 우스개 말씀을 농담처럼 많이 하셨죠. 그런데 갑자기 2주 전쯤 오디션을 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같이 오디션을 봤어요. 그때도 설마 설마 했는데, 봄 개편 앞두고 이번 주에 공고가 났어요. 사실 많이 놀랐고 어리둥절해요.(이정미 앵커)

- 주변 반응은 어떤지. 부러운 시선이 많을 것 같은데.
= 부부가 뉴스 공동 진행하는 건 국내 최초라면서 축하도 많이 해주시구요. ‘둘이 방송하다가 싸우지 말고 잘 하라’고 격려도 많이 해주세요. 관심과 기대가 높은 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지요.(오대영 앵커)

- 혹시 국내 최초 뿐 아니라 세계 최초는 아닐까.
= 찾아보진 못했지만 세계최초는 아닐 꺼에요. 예전에 중국에선가, 부부 앵커가 생방송 중에 싸움났다는 기사를 얼핏 본 것 같거든요.(오대영 앵커)

▲ 오대영 앵커(사진 왼쪽)와 이정미 앵커(오른쪽)ⓒmbn
- 부모님들은 뭐라고 하시는지.
= 말씀드렸더니, 너무너무 좋아하세요. 특히 저희 부모님은 지방에 계셔서 자주 얼굴 뵙기 어렵거든요. 그런데 텔레비전 화면 통해서 사위랑 같이 얼굴을 매일 보게 되니까 너무 좋다고 하시더라구요. (이정미 앵커)

- 부부 앵커의 강점을 자랑한다면.
= 어떤 파트너보다도 편하고 호흡이 잘 맞을 수 있겠죠. 또 저는 정치팀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감을 살릴 수 있고, 아내는 쭉 방송 진행 해왔으니까 방송감이 뛰어나거든요. 각자 기자와 아나운서로서 서로 부족한 면을 보완해 가면서 시너지 효과도 되고,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서로 좋은 기회를 얻은 것 같아요.(오대영 앵커)

- 걱정되는 점은 없나.
= 종일 계속 붙어있으면 싸울 것 같기도 합니다. 집에서도 일 얘기 해야 하고요. 또 서로 모니터링도 해줘야 하잖아요. 상대방이 고칠 점도 지적해주면 기분 상할 수도 있겠지요. 그만큼 더 이해 많이 하고 안 싸우도록 해야겠지만요.^^ (오대영 앵커)

- 부부싸움 하고 나면, 방송하기 싫거나 화면에서 드러나지는 않을까.
= 부부싸움은 걱정 안 해요. 뉴스의 경우는 원숏(한 사람만 화면에 나오는 숏)이 대부분이구요. 투숏(두 사람이 한 화면에 나오는 숏)이 오프닝과 클로징 정도 밖에 없기 때문에, 방송에는 별로 지장이 없어요.^^ (이정미 앵커)

- 공동 진행을 맡게 돼서 가장 좋은 점을 꼽자면.
= 같이 출근하는 게 가장 좋아요. 예전에도 한번 모닝뉴스 맡았었는데, 보통 새벽 2시에 나와야 하거든요. 가끔 무서웠는데, 이제 같이 출근하게 되니 든든하고 좋네요.(이정미 앵커)
= 저 같은 경우는 이번이 앵커 데뷔거든요. 예상치도 못했는데 맡아서 좀 떨리고 그러는데요. 처음이지만 부부가 같이 하니까 의지가 되고 마음이 많이 편해요~ 서로 더 자주 볼 수 있으니 좋구요. (오대영 앵커)

- 사내 커플인데도 자주 얼굴 보기 어려웠나 보다.
= 신혼생활 하면서는 오대영 기자가 국제부로 발령나 내근직이 되면서 좀 나아졌지만요. 저희 연애할 때가 대선시즌, 총선시즌 이랬거든요. 오대영 기자가 정치부라서 말도 못하게 바빴죠. 오 기자는 항상 밖에 나가있고, 제가 맡은 뉴스는 이른 아침이거나 늦은 저녁이었어요. 주말도 없이 짬짬이 데이트하느라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더 애틋했던 것 같고요, 그래서 결혼도 빨리 한 것 같네요^^ (이정미 앵커)

- 서로 ‘뉴스’ 코멘트 연습도 하는지.
= 네. 요즘 집에 가서 연습도 하면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죠. 예를 들어 날씨 뉴스의 경우는 보통 ‘오늘 날씨를 알아보겠습니다’ 하면서 바로 가는 게 대부분인데요. 여기서 ‘오늘 날씨가 많이 춥던데요’ 이렇게 둘이 얘기를 주고받다가 넘기면 어떨까? 뭐 이런 아이디어들이요. 그런데 아직 PD분들하고 얘기를 안해 봐서 반영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이정미 앵커)

- 뉴스에서 신혼 냄새(?)가 너무 나는 것 아닌지. 뉴스 연성화가 우려된다.^^
= 저희 계획은 연성화 맞습니다.^^ 둘이 하니까 아무래도 마음이 편하거든요. 시청자분들께 그 느낌이 전해질 수 있도록, 부드럽고 편안한 형식으로 가려는데요. 전체 포맷이 어떻게 변할지는 회사 차원에서 아직 결정된 게 없어요. 좀더 지켜봐야 하겠죠.(오대영 앵커)

-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 요즘 경제사정도 안 좋고 그렇잖아요. 편안한 진행으로 시청자들에게 기분 좋은 뉴스를 많이 전해드렸으면 합니다.(오대영 앵커)
= 부부 앵커의 뉴스 진행이 국내 최초라고 하는데요. 관심 가져주신 만큼 길이길이 남을 수 있도록 열심히 잘 해보겠습니다. 예쁘게 봐주세요~(이정미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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