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패배를 기억하겠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의 NBA 파이널 7차전에서 패배, 리그 2연패 달성에 실패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만장일치 MVP’ 스테픈 커리가 코트를 떠나며 남긴 말이다.

커리가 버틴 골든스테이트와 르브론 제임스가 버틴 클리블랜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NBA 파이널 무대에서 만났고, 결국 최후의 승자는 1승 3패의 열세를 딛고 기적 같은 역전 시리즈를 연출한 클리블랜드였다.

지난 시즌에는 커리의 골든스테이트가 이겼고, 이번 시즌엔 제임스의 클리블랜드가 이겼으니 1승 1패로 균형을 이뤘지만 이제 두 팀 간의 우열을 비교하라고 한다면 결코 호각지세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골든스테이트 스테픈 커리가 2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2015-2016 NBA 챔피언 결정전 7차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경기에서 패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NBA 파이널에서 클리블랜드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결점이 보이지 않는 전력을 과시한 반면, 골든스테이트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속공과 3점슛을 앞세운 ‘스몰 바스켓’의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특히 커리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시리즈 막판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했다.

골든스테이트의 간판스타 커리가 7차전 패배 직후 남긴 ‘이날의 패배를 기억하겠다’는 말이 의미는 다음 시즌에는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것이겠지만, 리그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마지막 무대에서 분명한 전력적 한계를 드러낸 골든스테이트가 현재의 모습 그대로 다음 시즌을 맞았다가는 더 참담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어 보인다.

따라서 골든스테이트가 다음 시즌 왕좌를 되찾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팀의 면모를 일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클리블랜드 르브론 제임스가 2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2015-2016 NBA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한 뒤 감격에 젖어 눈물을 흘리고 있다.(AP=연합뉴스)

이 와중에 댈러스 매버릭스의 덕 노비츠키(213cm)가 골든스테이트 유니폼을 입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골든스테이트 지역지인 <머큐리뉴스>에 따르면 골든스테이트의 한 구단 관계자는 올 여름 이적 시장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하며 대형 FA 영입 추진을 시사했다. 골든스테이트의 노비츠키 영입 루머를 보도한 기자는 ‘노비츠키를 영입하면 모리스 스페이츠, 페스티스 에즐리의 빈 자리를 채우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업그레이드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노비츠키는 NBA 역사상 최고의 스트레치형 빅맨이다. 빅맨이라고는 하나 센터뿐만 아니라 파워포워드까지 겸할 수 있는 노비츠키는 빼어난 3점슛 능력에다 이른바 ‘학다리 페이드 어웨이’로 불리는 위력적인 1대1 공격능력까지 겸비한 선수로 쉴 새 없이 빈 공간을 파고들며 유기적인 패싱게임을 펼치는 골든스테이트의 스타일에 최적화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골든스테이트를 무결점의 팀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카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일단 현재까지의 상황만을 놓고 볼 때 노비츠키의 이적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노비츠키가 댈러스와 재계약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댈러스의 지역 언론 <댈러스 모닝뉴스>에 따르면 최근 노비츠키가 마크 큐반 구단주, 도니 넬슨 단장과 3자회동을 가졌는데 아직 구체적인 계약기간과 금액은 발표되지 않고 있지만 이미 재계약에 대한 합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노비츠키는 올해 3월 ESPN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20시즌을 채우고 은퇴하고 싶으며 나의 마지막을 댈러스와 함께할 것이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댈러스의 더크 노비츠키 (AP=연합뉴스)

지난 1998년부터 18년 동안 댈러스에서만 뛰어온 댈러스 구단 역사상 최고의 스타인 노비츠키는 올여름 선수 옵션을 활용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을 것이 유력하지만 타팀으로의 이적보다는 팀 잔류에 무게를 두고 있고, 실제로 친정팀 댈러스를 위해 지난 시즌보다 더 적은 연봉을 감수하면서 3년 재계약을 맺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댈러스 구단 역사상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노비츠키의 현재 위상과 존재감을 떠올려 볼 때, 그가 굳이 지금 댈러스를 떠나 골든스테이트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할 명분이나 이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이득을 찾기가 어렵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노비츠키가 골든스테이트로 갈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그렇다고는 해도 노비츠키가 커리와 함께 골든스테이트의 유니폼을 입고 뛴다는 상상을 해 보는 것만으로 머릿속이 즐거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상상하는 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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