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언론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담당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소식이 있었다. 주말(18~19일)에 걸쳐 중앙일보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수가 두 배 가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21일 오후 현재 팬수는 17만6천여명이다. 중앙일보는 큰 이슈를 타깃으로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를 집중 편성한 전략이 성과를 봤다고 설명하나, 업계에서는 중앙일보가 성과를 내기 위해 비용을 투입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좋아요’ 수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먼저 중앙일보가 관리하는 페이지들을 통합했을 가능성이다. 페이스북 측은 ‘페이지의 관리자가 동일하고, 페이지의 이름과 내용이 비슷할 경우’ 페이지를 통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때 유지할 페이지로 ‘좋아하는 사람’은 통합된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주말 동안 여러 개의 페이지를 통합해 ‘좋아요’ 수를 늘린 것은 아니다.

또 다른 방법은 비용 투입이다. 언론사 중에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용자를 유도하기 위해 광고를 집행하는 경우가 있다. 콘텐츠의 양과 질에 따라 비용은 달라지지만, 통상 한국의 뉴스 이용자에게 ‘좋아요’를 받아 내기 위한 비용은 건당 1000원 안팎이라는 것이 언론사 관계자 설명이다. CPL(Cost Per Like)로 400~500원을 받으며 이를 대행하는 업체들도 여럿 있다.

중앙일보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 수 증가 추이. 6월 20일 오후 5시 15분에 갈무리.

그러나 중앙일보는 “콘텐츠 편성전략과 기동력”을 비결로 설명했다. 중앙일보 뉴디지털실은 ‘대행사 등을 통해 비용을 투입한 결과인가’라는 미디어스 질문에 서면으로 “빅 이슈를 타깃 대상으로 집중 편성하는 전략이 성과를 봤다는 얘기만 해 드리겠다”며 “더 자세한 건 내부에서만 공유하는 노하우다”라고 답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올해 초부터 전문가들을 만나 페이스북 페이지를 연구해왔고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섬마을 선생님 성폭행 사건과 박유천 성폭행 사건까지, 실시간으로 사회이슈에 빠르게 대응했고 △또 자체 제작 콘텐츠 비중을 늘리고 △‘좋아요’가 급증한 6월 카드뉴스 영상뉴스 라이브콘텐츠 등을 전략적으로 편성한 점 등이 ‘좋아요’ 수를 늘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의 비법(?) 공개에도 의문은 남는다. ‘좋아요’ 수가 급증한 기간, 중앙일보 포스팅별 좋아요는 수십 정도 수준으로 평소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지를 관리하는 한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주말 동안 (중앙일보 페이스북 페이지에 관련해) 사용자 반응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팬만 7만~8만명 늘어난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진=페이스북코리아)

업계에서 중앙일보가 거액을 투입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중앙일보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른 이용자들 중 외국인으로 보이는 이름이 많다”며 중앙일보가 외국인을 포함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광고를 집행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중앙일보를 의심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시각”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앙일보는 비용 투입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이석우 디지털기획실장은 “열심히 한 덕”이라며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비용을 투입했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 또한 “비용을 투입했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혜리 중앙일보 뉴디지털실장은 “(이번 성과는) 오랜 전략을 가지고 한 것이다. 대행사를 통해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비용 투입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한편 이번 건을 “언론의 소셜네트워크 활용전략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쟁을 제기하는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 언론사 디지털팀의 최대 과제는 소셜을 떠다니는 뜨내기 독자를 팬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사가 내부 보고용이든 대외 과시용이든 소셜 독자를 돈으로 사들이는 것은 언론사와 독자 사이의 콘텐츠와 소통이라는 과정을 생략하는 것이기 때문에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이 중앙일보의 ‘좋아요’ 수 추이를 지켜보는 이유다.

▲다음은 미디어스의 질문과 중앙일보 뉴디지털실 답변 내용. 1. 중앙일보의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수가 지난 17일 10만에서 20일 18만으로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중앙일보가 비용을 투입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대행사 등을 통해 비용을 투입한 결과인가. ->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랐다. 빅 이슈를 타깃 대상으로 집중 편성하는 전략이 성과를 봤다는 얘기만 해 드리겠다. 더 자세한 건 내부에서만 공유하는 노하우다. 2. 지난 주말 중앙일보 페이스북 페이지의 포스트에 달린 좋아요 수는 포스트당 수십 정도다. 페이지 좋아요가 급증한 시기에 사람들을 집중시킨 포스트는 없었던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좋아요 수를 늘린 비결은 무엇인가. -> 올해 초부터 많은 전문가들을 만났다. 미디어 업계 종사자라면 ‘상식’이자 ‘습성’이 돼버린 내용을 데이터를 통해 재확인하는 수준의 소득이 있었다. 이후 자체적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잘나간다는 국내 언론사 SNS계정은 물론, 페이스북 페이지를 연구했다. 그러면서 페이지 좋아요가 조금씩 늘었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섬마을 선생님 성폭행 사건과 박유천 성폭행 사건까지, 실시간으로 사회이슈에 빠르게 대응했다. 또 자체 제작 콘텐트 비중을 늘렸다. 좋아요가 급증한 6월, 카드뉴스는 물론 영상뉴스, 페이스북 라이브 콘텐츠를 편성해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그리고 모니터를 강화했다. 편성전략과 기동력, 이 두가지가 전략이라면 전략일 수 있다. 자체 제작 콘텐트에 대한 인지도가 확 높아졌다. 각 콘텐트를 브랜드로 인식하는 팬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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