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도 주목받고, 개그맨도 주목받고, 래퍼도 주목받는다. 전성기가 지난 추억의 스타가 재조명되는가 하면, 비주얼 담당인 줄 알았던 아이돌 멤버가 의외의 노래실력으로 반전을 선사한다. 이 모든 건 ‘복면’의 힘이다.

MBC <복면가왕>이 선사하는 놀라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노래가 이어지는 3분 내외의 짧은 시간, 목소리 하나에만 귀를 기울이면 오디션 출신 스타도 ‘아마추어’의 딱지를 떼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원석이 되어 빛날 수 있다.

MBC <복면가왕>

지난 19일 방송에서도 MBC <위대한 탄생> 출신 손진영과 M-net <슈퍼스타K-5> 우승자 출신인 박재정이 출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누군가에겐 감초연기자 혹은 최악의 우승자로 기억되는 그들이었지만, 무대에 서 노래를 부르는 순간 그들은 다시 무대를 그리워했던 음악인으로 돌아가 있었다.

스포트라이트는 꺼졌지만...
그럼에도 다시 무대에 오른 손진영, 박재정

사실, 오디션 출신 스타는 연극이 끝난 무대 뒤 배우의 모습과 닮은 점이 많다.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수많은 관객이 그의 연기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환호를 보내지만, 그건 잠시 뿐이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의 무대는 한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화려함 뒤에 밀려오는 공허함과 허탈함을 이겨내야 비로소 진정한 배우로 성장할 수 있다.

오디션 출신 스타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지만, 막상 프로그램이 끝나고 난 뒤에는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 중 몇몇은 찬란했던 순간을 잊지 못해 재출연을 결심하기도 하지만, 승부는 결국 프로그램이 끝난 뒤부터 시작된다. ‘홀로서기’라는 만만치 않은 숙제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그들의 음악인생은 오르막길을 혹은 내리막길을 걸을 수도 있다.

MBC <복면가왕>

손진영의 경우엔 매회 발전하는 모습과 감동 스토리를 선사하며 당시 오디션 프로그램 TOP4에 올랐지만, 그 이후의 행보는 예능인에 더 가까웠다. 대중에게 잊혀질까 두려워 그를 찾는 프로그램이라면 뭐든지 출연하다보니 자신이 그려왔던 미래와는 다른 지점에 서 있었던 것이다.

“흘러가는 대로 살다보니 노래는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방송을 했다. 내가 제일 위로받고 사랑하는 노래를 잊은 것 같았다. 6년 만에 관객 앞에서 노래하는 첫 자리다. 너무 감사하다".

비록 2라운드에서 탈락하고 말았지만, 손진영에게 <복면가왕>은 초심을 되찾아줬고, 시청자 역시 아주 오랜만에 노래 부르는 손진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타사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였던 박재정의 경우에는 더욱 극적이었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그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던 비난과 악성 댓글을 홀로 견뎌야했다. ‘역대 최악의 우승자’란 멍에는 가슴 깊은 곳 상처로 자리잡았다.

MBC <복면가왕>

그럼에도 박재정은 ‘복면’을 쓰고 무대에 올랐다. 불 꺼진 무대,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그에게 <복면가왕>은 기꺼이 다시 한 번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다. 이 무대에서 박재정은 목소리 하나만으로 3라운드까지 진출,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뽐냈다. 음 하나하나에 소중함과 간절함을 담아 노래 부르는 그의 모습에 과연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아직은 부족함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에게 대중이 열광했던 이유는 완벽함이 아니다. 시청자가 보고 싶었던 건 바로 가능성이었고, 손진영과 박재정은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았다. 음악을 향한 꿈과 열정 그리고 소중한 목소리가 있다면, 더 이상 불 꺼진 무대를 보고 겁을 먹을 일은 없을 것이다.

노래하는 가수로서 비상할 이들의 미래를 응원한다.

대중의 언어와 사고에 깊숙이 관여하는 대중문화를 바로 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필자는 대중문화의 겉과 속을 파헤치기 TV 리모콘을 사수합니다.http://saintpcw.tistory.com 많이 방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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