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보면 여성 캐릭터가 물과 기름 같은 관계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줄리안이 만드는 공연의 주인공인 도로시는 연습 도중 다치는 사고를 겪는데, 다치게 만든 장본인이 페기 소여라고 오해하게 된다. 하지만 도로시는 ‘8시 15분’이라는 노래를 통해 페기가 도로시 자신보다 실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잘 해라’라고 격려할 줄 아는 인간미를 보여주는 캐릭터다.

이번에 도로시를 연기하는 배우는 일일드라마 <마녀의 성>을 통해 주부 관객에게 인지도를 높인 배우 김선경. 그는 기존 관객들에게 각인된 도로시가 아닌, 새로운 도로시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도로시 브록 역 김선경 ⒸCJ E&M

-도로시 브록이라는 캐릭터를 선택하게 된 계기를 들려 달라.

“도로시 브록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가 ‘악역’이라는 이미지다. 하지만 이번에 제가 연기하는 도로시 브록을 통해 처음으로 도로시 브록이 악역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다. 도리어 보는 이로 하여금 도로시 브록의 매력에 빠져들게 할 것이다. 도로시 브록을 연기하면서 도로시 안에 있는 인간적인 내면을 보여주고, 인간적으로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관객에게 감동을 제공할 수 있는 관람 포인트가 있다면 탭댄스 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앙상블이 추는 탭댄스는 화려한 볼거리를 관객에게 제공하면서 고전 작품에 대한 그리움을 줄 것이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제공하는 포인트는 분명하다. 그건 ‘당신도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다. 도로시는 페기라는, 갓 상경한 소녀에게 사고로 인해 무너지게 되지만 페기는 극 중에서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캐릭터다.

페기는 도로시를 다치게 한 장본인으로 오해를 사서 줄리안에게 쫓겨난다. 하지만 실패에도 굽히지 않고, 도전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캐릭터다. 이런 관점으로 뮤지컬을 본다면 흥미진진한 뮤지컬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도로시 브록 역 김선경 ⒸCJ E&M

-영화 <써니> 이후 본의 아니게 드라마에서는 ‘악역 전문 배우’가 됐다.

“억울하다. <마녀의 성>을 찍을 때에도 나문희, 유지인 선생님 등 선배들이 ‘너 왜 이렇게 웃기니?’ 할 정도였다. 그런데 왜 자꾸 악역 제의만 들어오는지 모르겠다. 악역은 연기를 잘 하는 배우만 소화할 수 있다고들 하는데 최근 3~4년 동안 악역 제의가 많이 들어온다. 시트콤이나 멜로를 해보고 싶다. 유동근 선생님이 연기하던 중년의 로맨스도 있지 않은가.”

-대중에게는 <써니>의 ‘김선경’으로 많이 각인되었다.

“시청자들은 바쁘고 각박한 삶을 산다. 그래서 강한 역할을 좋아하는 경향들이 있다. 영화 <써니> 속 ‘복희’라는 역할도 강한 캐릭터였다. 여자가 갈 수 있는 가장 바닥까지 가본 캐릭터가 복희다. 당시 영화를 수락했던 이유는 대본이 재미있었고, 임팩트가 있어서 선택한 거다.

당시 강 감독님이 ‘누나가 꼭 해주셨음 좋겠다’는 출연 권유도 한 몫 했다. 누가 나를 믿어주면 그 사람에게 실망을 주지 않고자 노력하는 스타일이기도 해서 <써니> 출연을 결정했다.”

-이번 일일드라마 <마녀의 성>에서도 악역을 맡았다.

“너무 힘들어서 80회 가까이 되었을 때 출연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다. 시청자가 나를 쳐다보는 눈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정신병자 아냐?’하는 시선에 가슴을 쥐어짜는 것만 같은 고통을 느낄 지경이었다. 그때 ‘이 캐릭터가 아니면 드라마가 돌아가질 않는다’며 작가가 설득했다. 나중에는 마음을 내려놓고 연기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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