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뺄셈의 정치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독일벼리] 소수자 배제의 범위 좁혀가는 독일
장성준 / 언론학박사, 미디어스 독일통신원 | 승인 2016.06.20 14:25

지난 6월 11일 서울 시청광장에선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되기 이전부터 이 행사를 허가해선 안 된다는 주장들이 사회 각처에서 나왔고, 행사 개최를 불과 며칠 앞두고 행사집행 금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제출되기도 했다. 진통 끝에 개최된 퀴어문화제엔 참가자들 외에도 이 축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섞여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현장사진을 보면 오히려 반대 측의 사람들이 축제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처럼 보였다. 행사관련 기사들을 보다가 독일의 동성애와 관련된 현상들이 궁금해져 조금 찾아보기 시작했다.

독일 사회에서의 동성애

독일에선 1969년까지 동성애는 처벌대상이었다. 1872년 독일 형법에 처벌 항목이 추가됐다. 당시 제정 내용은 ‘자연스럽지 않은 음행(Widernatuerliche Unzucht)인 남성과 남성, 동물과 사람 사이의 어리석은 짓(begangen)을 범하는 경우 징역으로 처벌한다. 또한 시민 권리도 상실된다.’로써 남성 사이의 동성애를 수간(獸姦)과 같은 행위로 규정하고 있었다. 남성위주의 사회구조를 보여주듯이 동성애는 ‘남성과 남성 사이의 성행위’(zwischen Personen maennlichen Geschlechts)만 기재되어 있어 여성은 성행위의 결정자로서 위치를 부여받지 못한 대상이라는 점도 발견된다. 법이 제정된 후 1918년까지 1만 명의 남성들에게 동성애로 인한 처벌이 행해졌다. 1929년 바이마르 공화국(Weimarer Republik)의 형법위원회에서는 이 조항을 개정하여 동성애를 비범죄화 시키려고 했지만 실패, 대신 동성애 처벌을 약화시키는 수준으로 변경한다.

나치(Nationalsozialismus)의 등장에 따라 동성애에 대한 처벌은 더욱 강해진다. 독일연방에서 운영하는 독일관련 정보사이트(dpd.de)에서는 당시 나치의 행위를 ‘나치즘: 강력한 입법과 잔인한 처벌’(Nationalsozialismus: Harte Gesetzgebung und brutale Verfolgung)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많은 수의 동성애자가 희생되었다. (Vor 20 Jahren: Homosexualität nicht mehr strafbar
http://www.bpb.de/politik/hintergrund-aktuell/180263/20-jahre-homosexualitaet-straffrei-10-03-2014
)

당시 개정된 내용이 ‘다른 남성(Mann)을 음란한 성행위(Unzucht)로 이끌거나 다른 남성을 간음하는 자는 징역으로 처벌한다’라는 내용으로써 ‘의도’를 법적 수준에서 해석하여 법적 수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당시 나치정권에 의해 희생된 동성애자는 약 5만 명의 남성이며, 1만 5천명은 강제 구금되어 강력한 제재를 받았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나치에 의해 핍박받은 남성들은 정부에 나치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한 심사를 신청했지만 2002년 이들에 대한 복권과 피해인정은 기각된다.

동성애 정책 흐름에 대한 독일 연방정부의 소개 페이지(dpd.de)

한편, 전후에도 형법 175조에 대한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기에 법적인 지위에서 동성애자들은 차별 대상으로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법이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당조항의 개정은 1969년도부터 시작된다. 개정내용은 연령수준에 대한 문제로 간주되었는데, 1969년의 내용에는 21세 이상, 1978년 18세 이상의 남성동성애는 법적처벌이 가해지지 않았다. 독일에서 동성애관련 처벌 조항이 사라지게 된 것은 통독이후인 1994년이다. 2001년부터는 동성커플이 정식 가족으로 등록(eingetragene Lebenspartnerschaft)하도록 법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2013년 연방헌법재판소는 동성커플이 그 동안 가족으로써 받지 못했던 분할과세(Ehegattensplitting)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판결을 내렸는데, 당시 판결 내용은 ‘동성커플의 결혼이 고전적인 결혼과 동일시해야만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통해서 2001년도부터 가족등록한 모든 동성커플들의 세금에 대해서 소급적용을 하여 환급받게 되었다. 입양법도 개정되어 2005년도부터 가족으로 등록된 동성커플은 생물학적으로 자녀를 둘 수 있게 되었으며, 2013년부터 입양법의 전체범위를 동성커플에게 적용하는 단계를 논의하고 있다. (http://www.planet-wissen.de/gesellschaft/sexualitaet/homosexualitaet/index.html)

베를린의 ‘레즈비언, 게이축제’(Lesbisch-Schwules Stadtfest) (http://www.stadtfest.berlin/en/index.html)

매년도 6월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레즈비언, 게이축제’는 베를린 시(市)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시(市)축제다.

CSD행사에 참여한 라디오방송국의 포스터

2016년 7월 16일~17일까지 개최되는 이 축제는 올해 24회를 맞이하며, 정식명칭은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데이’(Christopher Street Day:CSD)이다. 축제명칭은 1969년 6월 28일 미국 뉴욕 ‘크리스토퍼 스트리트’에서 있었던 뉴욕경찰의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탄압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사건을 기리고자 국제적인 행사로 발전한 CSD행사는 독일 내에서 처음으로 1979년 브레멘과 베를린에서 개최되었고, 쾰른과 그 외의 대도시에서도 유사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금년도 베를린의 CSD행사의 슬로건은 ‘불평등에 대한 평등한 권리!’(Equal Rights for the Unequal!)이며, 지역라디오와 지역명소, 동물원 등에서 관련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해당 축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참여하기도 한다. 지난 글에 잠깐 언급했었지만, 우리나라 정치계에서 이민자들에 대한 권익을 얘기하지 못하는 것처럼 동성애자들의 인권문제도 눈감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입장이다.

서부독일방송 Planet Wissen의 동성애(Homosexualität)관련 다큐

3월 31일 독일 공영방송연합 회원사인 서부독일방송(Westdeutscher Rundfunk: WDR)의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Planet Wissen’에서는 동성애와 관련한 다큐를 방영했다. (http://www.planet-wissen.de/sendungen/sendung-ehe-fuer-alle-100.html)

앞서 간략하게 언급한 독일 내 동성애에 대한 탄압과정과 해방과정을 소개하고, 동성애에 대한 오해들을 다룬 내용이다. 잘 못 알려졌지만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동성애를 결정짓는 요소, 즉 정신병, 유전, 생물학적 요인 등에 대해서 소개하고 이는 하나의 질병이 아닌 정체성의 일부라고 설명한다. 명확한 답은 아직 제시되고 있어 정리할 수 없다고 언급하면서 ‘생물학적 요인 X + 사회적 요인 Y= 동성애’(Biologischer Faktor X + Sozialer Faktor Y = Homosexualität)이라는 공식으로 동성애자에 대한 접근을 시도했다. 또한 스튜디오로 동성커플을 초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CSD행사에 대한 소개도 흥미롭게 제시하면서 동성애에 대한 편견들을 적극적으로 제거하고자 노력했다. 소수자들의 인권과 상황을 보장하기 위해 독일 공영방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 중 하나다. 동성애를 반대하진 않지만 폭력과 분쟁을 일으키는 집단으로 규정해버리는 국내의 방송사들과는 다른 접근이다.

뺄셈의 정치. 남는 것은?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동성애를 처벌하거나 금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법보다 더 무서운 ‘관습법’이 작동하는 상황에서 동성애는 구분되어 사회에서 빠져야할 ‘뺄셈의 대상’으로 간주되는 것처럼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부터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한 ‘학생인권조례’ 반대 운동이다. 학생인권조례 내용에는 ‘동성애 학생들에 대한 차별금지 조항’이 포함되었는데, 일부 단체에선 이를 동성애 조장이라며 반발했고 어느 단체는 시장실에 찾아가 직접 항의하기도 한다. 이들의 행위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사회의 목소리는 다양하게 표출할 수 있어야 하고 정치인들은 이 목소리들을 받아들여 더 나은 정치를 행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 삼고 싶은 것은 왜 ‘차별을 금지한다는 것’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라는 것으로 해석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이상한 공식임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가 어떤 오류가 있는지는 왜 고민하진 않았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단지 자신들의 신념이 절대적으로 옳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채택하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입장이 얼마나 무서운 지를 보여준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더 흥미로운 건 동성애를 남성 위주의 성행위로 간주하는 행태다. 동성애 반대(이 말이 갖고 있는 어폐는 넘어가자)를 외치는 사람들과 단체들에서 공유하고 있는 동영상이나 글들을 보면 말 그대로 남성위주의 성행위인 ‘삽입’이 주요 내용이다. 여기서 여성들을 배제된다. 어떤 근거에서 나왔는지 모르는 이야기들뿐이다.

동성애에 대한 문제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이 주제는 사회의 저변으로 적용 가능하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다’라고 말하면 ‘여성인권만 보장하냐’라고 해석되는 사회,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다’라고 하면 ‘장애인에게 특권을 준다’라고 주장하며 반대에 나서는 사회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그리고 뺄셈정치의 결과는 아무것도 안 남는, 그리고 모든 사람이 피해를 받는 그런 사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독일 법이나 사회시스템은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어느 나라처럼 배제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아니라 좁히려고 한다는 점에선 배울 점이 있음은 분명하지 않을까?

장성준 / 언론학박사, 미디어스 독일통신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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