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시청률 장사'의 기본 원리는 선정성이다. 정치의 영역이라 할지라도 벗어나지 않는다. 차기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정치인을 '무정란'으로 부르는가 하면 정치 경력이 그다지 길지 않은 인사는 '초보 암탉'으로 비유한 것 등은 종편의 선정성 추구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씨가 여러 여성들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이자 종편들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끝없는 선정성의 추구를 통한 비상식적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종편에 의해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인권침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이완기·박석운)은 지난 18일 박유천 성폭행 관련 이슈 관련 TV조선과 채널A, MBN 종편3사의 시사토크쇼 모니터 결과를 발표했다. 민언련은 종편 시사토크쇼들이 해당 이슈과 관련해 △과도한 관심 및 아이템 선정, △종업원의 자극성-추측성 발언 전달, △선정적 언어 집착, △‘텐프로’, ‘텐카페’ 등 흥미 위주 소재 반복 선택 등의 문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박유천 사건 다룬 비율, 73.3%…TV조선, 종업원들 인터뷰로 ‘성폭행’ 유무에 관심

민언련의 발표 내용을 보면 종편 프로그램들이 최근 30회 방송 동안 이 사건을 다룬 횟수는 총 22회로 전체의 73.3%에 달했다. 채널A가 12차례 방송 중 11회로 가장 많았고 TV조선은 10차례 중 7번, MBN은 8차례 중 4번 방송했다.

박유천 씨는 성폭행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단계지만, 종편들은 사건의 내용을 섣불리 단정해 방송했을 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관음증을 부추기는 등 선정성 중심의 보도를 이어갔다.

해당 사건 내용을 특정한 방향으로 단정해 보도하는데 앞장선 것은 TV조선이었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과 <뉴스7>은 “이런 일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 “2차를 안 가고 화장실에서 그냥 놀고 나간 것”이라는 등의 종업원 발언을 그대로 전했다. 또 TV조선 <윤슬기의 시사Q> 역시 “성폭행은 아닌 것 같다"는 발언을 여과없이 방송했고 TV조선 <이슈본색>은 “화장실에서 이렇게 한다는 것은 2차를 나갈 마음이 없었던 게 아니냐”는 종업원의 발언을 내보냈다.

민언련은 이에 대해 “경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성폭력이 아니라고 단정한 종업원의 추측성 발언을 그대로 전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해 줄 목격자 진술이 아무리 필요하다고 해도 업소의 영업 형태와 당시 성관계 사실을 암시하는 말을 그대로 전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에서 ‘돈을 주고 2차를 나가는 성매매는 괜찮고, 화장실에서 적절한 돈을 지불하지 않고 성행위를 했으니 성폭력일 것이다’라는 식의 대화를 하는 것 자체가 이들의 낮은 인권 감수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MBN의 경우 피해여성이 경찰에 증거자료로 제출한 ‘속옷’을 주요 소재로 해 선정적 방송을 진행했다. MBN <뉴스파이터> 김명준 앵커는 “여성이 속옷을 제출했다. 우리 솔직하게 톡 까놓고 이야기하겠다”며 “쉽게 말하면 박유천 씨 관련한 체모가 나온다던지 체액이 나온다던지 그 증거를 본다는 것 아니냐”라는 등의 원색적 표현을 사용했다.

MBN, “톡 까놓고 이야기해 속옷 증거로 제출했다는 건…”

채널A는 유흥업소 관련 대목에 집중했다. 채널A <쾌도난마> 진행자들은 “사건이 발생한 이 업소 같은 경우 ‘텐카페’라고 불리는데 VVIP만 출입할 수 있는 고가의 업소라고 하더라”, “어두컴컴한 지하창고 내려가서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가면 황제들이 머무는 성처럼 돼있는 공간이 나온다다”, “텐프로가 사그라들고 텐카페가 떠오른 것인데, 굉장히 돈을 많이 쓰는 소위 유흥을 좋아하는 남자들이 선호하는 곳”이라는 등의 대화를 주고 받았다. 이런 내용들은 MBN <뉴스 BIG5>에서도 ‘1인당 50만원 내외’, ‘방 10개’, ‘여종업원, 명문대 유학파 다수’ 등의 설명과 함께 주요 소재가 됐다.

TV조선과 MBN 리포트 중

이 밖에도 TV조선 <윤슬기의 시사Q>, <뉴스를 쏘다>, <이슈본색> 등은 3차원 그래픽을 동원해 당시 장면을 재연하기도 했다. 업소 내 화장에서 여성이 손을 저으며 저항하는 가운데, 한 남성이 여성의 허리를 껴안는 모습이 반복 노출되는 식이다.

민언련은 “종편 보도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유흥업소 여성의 인권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유흥업소 여성이 아니라면 과연 이렇게까지 성관계 여부와 화장실 운운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이 쏟아져 나올 수 있었을까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에서 성폭행을 다룰 때에는 최대한 정제된 표현을 사용하고, 신중하게 다뤄야한다. 또한 유흥업소 종사자라는 이유로 그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하고 인권보호에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민언련은 이 사건과 관련한 종편3사 보도 모니터 결과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5조(성표현)과 제27조(품위유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심의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민언련의 종편3사 모니터 대상은 TV조선 <뉴스7>, <김광일의 신통방통>, <뉴스를 쏘다>, <윤슬기의 시사Q>, <이슈본색>과 채널A <쾌도난마>, <직언직설>, <아침경제 골든타임>, <사시인사이드>, <뉴스특급>, <뉴스TOP10>, MBN <뉴스&이슈>, <뉴스파이터>, <뉴스 BIG 5>, <뉴스와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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