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 기온차가 여전히 심하지만, 이제 완연한 봄이 오고 있다.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오랜만에 관악산에 갔다. 벌써 이른 개나리는 꽃망울을 터트릴 듯 노랗게 꽃잎이 보이고, 나뭇가지들도 작은 움들이 하나둘 삐죽삐죽 나오고 있었다. 날씨가 화창하고 맑아, 집구석에서 뒹굴고 리모콘과 씨름하며 지내기 힘들어지니 봄은 봄이다.

지난해 출범한 미디어행동은 이제 만 한 살이 지났다. 만 1년간 언론 민주화의 시계는 멈추는 정도가 아니라 20년 전으로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한 듯 역주행했다. 눈을 뜨면 오늘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최악의 예상 시나리오는 정확하게 현실화됐다. 이명박 정권 탄생과 함께 시작된 ‘언론 사유화’와 ‘언론인 탄압’이 불도저처럼 쉴새 없이 몰아치고 있다.

미디어행동 사무처를 맡고 있는 언론개혁시민연대는 2009년이 시작된 지 벌써 3개월째지만 올해의 독자적인 사업계획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아니 사업이랄 것이 없다. 이명박 정권이 휘두르는 칼날 아래 언론의 공공성·공익성을 최대한 지켜내는 것, 수구족벌 조중동과 재벌에게 방송을 내줄 수 없다는 것,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모든 세력과 연대할 것이라는 것, 그 이상의 계획도 그 이하의 계획도 세울 수 없는 상황이다.

▲ 언론개혁시민연대 홈페이지 화면 캡처.
3월 2일 한나라당의 폭력으로 만들어낸 ‘100일’이라는 시간은 사회적 합의도 논의도 제대로 이뤄내기 불가능한 시간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폭력과 야만의 현장을 100일 뒤로 설정했을 뿐.

많은 국민들은 언론노조의 지난 겨울 1차 파업과 이번 2차 파업에 대해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 많은 네티즌들과 시민사회세력들이 언론악법은 곧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집는 행위로 판단하고 함께 싸웠다.

지난 연말과 이번 투쟁을 통해 확인된 것은 네티즌들과 시민사회 단체를 비롯해 정당까지도 언론노조가 참여하고 있는 미디어행동의 투쟁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미디어행동의 투쟁에 함께 하거나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질문은 “언론노조는 언제 파업에 들어 가느냐?”였다. 파업은 최후의 마지막 순간에 쓰는 칼일 뿐 투쟁의 전부일 수는 없다.

특히 이후로의 투쟁은 파업보다 더 중요한 ‘보도 투쟁’이지 않을까 싶다. 이메일 지시이라는 신 보도지침이 횡행하고, 언론 검열기관이 방통심의위라는 탈을 쓰고 다시 살아난 지금. 진실 보도를 위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위해 언론노조는 물론 시민사회 진영도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국민들에게 헌법정신을 유린하고 있는 조중동에게 방송을 내주려는 정권의 음모와 조중동의 실체를 알려내는 것이다. 지금 당장 집회에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았다고, 촛불문화제가 지난해처럼 뜨거워지지 않는다고 걱정할 이유는 없다. 잡아놓은 물고기나 양식장보다, 우리가 직접 바다로 나가면 된다. 대중이 있는 곳으로 뛰어들면 된다.

따뜻해지는 봄. 2009년 우리의 봄은 2008년의 봄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또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이 봄을 그냥 보내거나 놓칠 수 없다. 발랄하고 발칙한 새로운 방법으로 ‘조중동 방송 반대’의 주장을 펼쳐내고 뜻을 모을 것이다.

전국의 벚꽃 축제기간에 쏟아지는 시민들이 수백만이요, 산과 강으로 산책 나오는 시민들도 수백만일 것이다. 또 대학들의 축제와 전국의 지역축제, 마라톤대회도 빼놓을 수 없는 ‘악법 철폐 선전’과 ‘시민 참여’의 현장이 될 것이다. 물론 교회와 성당, 절도 마찬가지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상황에 서민들의 한숨은 커지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투쟁은 즐겁고 희망을 만드는 투쟁, 시민들과 함께하는 감동의 투쟁을 펼칠 것이다.

여의도와 전국의 벚꽃 현장에 가족과 함께 산책 나온 시민들을 바로 ‘우리’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 우리의 염원을 모아 시민들과 함께 달리기도 할 것이며, 자전거도 타고, 연도 날릴 것이다. 그 물결이 10만이 되고 100만, 1000만이 되리라 상상해본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언론관련 법제 개선, 미디어 수용자 운동, 대안매체 운동 등을 전개할 목적으로 1998년 8월 창립된 시민단체입니다. 41개의 단체가 참가하고 있으며, 현재 미디어행동의 사무처를 맡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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