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특보 출신 사장 선임으로 시민사회, 노조의 극심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OBS경인TV가 지난 9일 이사회를 소집하고, ‘차용규 사장 지지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는 10일 “12~13일 ‘차용규 퇴진 투쟁’을 위한 투표에 들어가겠다. 조합원이 ‘차용규 퇴진 총력투쟁’을 반대하면 위원장과 사무처장이 회사를 떠나겠다”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혀, 이번 투표가 차용규 사태의 주요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사회는 당초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OBS사옥 경영동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노조의 피케팅 계획 등이 알려지면서 서울 조선호텔 지하 1층 중식당으로 장소가 옮겨져 개최됐다. 이사회에는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 안석복 경영본부장, 김성재 사외이사, 손용 사외이사, 주주 관계자 등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차용규 사장의 정당성 재확인 △노조의 정상 업무 복귀 촉구 등을 결의했다.

▲ 9일 오후 4시, 이사회가 열린 서울 조선호텔 지하 1층 중식당 앞에서 OBS희망조합원들이 피케팅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곽상아
OBS는 10일 오전 발표한 이사회 결의문에서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노사가 협심하여 회사경영의 정상화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부 노조원들이 OBS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적법하게 선임된 대표이사의 업무수행과 OBS 방송업무 진행을 불법적으로 방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하여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사회는 현 차용규 대표이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선임되었음을 재확인하며, 차용규 대표이사가 OBS가 당면한 어려운 경영환경을 헤쳐나갈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인정하고 절대적인 신뢰를 보낸다”며 “현재 불법적으로 대표이사의 경영업무수행을 방해하고 있는 일부 노조원들은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정상적인 업무에 복귀하고 OBS의 경영정상화를 위하여 적극 협력하여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OBS희망조합은 10일 오후 조합원 전원에게 ‘차용규 퇴진 총력투쟁’을 묻는 총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내용의 위원장 담화문을 발표했다.

노중일 지부장은 담화문에서 “조합의 주체적 역량으로 차용규를 퇴진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며 “11일 오후 7시 조합원 토론회를 개최하고, 12일 오전 8시부터 13일 저녁 10시까지 ‘차용규 퇴진 투쟁’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노 지부장은 “만약 차용규를 인정한다면 OBS에서는 과거행적은 상관없이 주주들에게만 잘 보이면 승진하고 사장이 될 수 있다는 전통 아닌 전통이 세워지게 된다. 조직 내 합리성은 사라지고 줄서기와 정치놀음이 판을 치게 될 것이다. 방송인의 자부심은 사라지고, 조합원들은 하나 둘 회사를 떠날 것”이라며 “‘차용규 퇴진 총력투쟁’을 반대하시면 위원장과 사무처장은 회사를 떠나겠다. 책임을 회피한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저희의 충정이라 이해해달라. 이는 저와 사무처장이 모순된 상황에서 양심을 지키고 남은 인생을 살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라고 밝혔다.

노 지부장은 “차용규를 인정하는 순간 OBS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 창준위는 다시 한 번 배신감을 맛볼 것이고, OBS는 정권과 야합한 방송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다. OBS가 신규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특혜 논란에 휩싸일 것이다. OBS의 경영이 더욱 어려워져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사측이 나서면 조합은 고립무원의 상태가 되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할 수 있다”며 “조합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미래비전 수립과 제도 개선도 뜻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다. 조합의 역량을 모아 지자체 단체장과 정치권, 언론노조를 설득해 역외재전송 문제를 풀려고 해도, 이들을 설득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노 지부장은 “‘차용규 퇴진 투쟁’에 찬성해 주신다면 지금까지 밟아왔던 과정과는 다른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모든 희생과 책임을 각오하고 싸울 것”이라며 “퇴진 투쟁을 선택해 주신다면 그에 합당한 조합원의 의무도 이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