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오는 12일 오전부터 종일 이른바 ‘끝장토론’을 내걸고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대토론회’를 연다.

내부에서는 전진·혁신연대·전국회의·현장연대·다함께·노동전선 등 다양한 의견그룹들이, 외부에서는 그간 민주노총과 연대해온 참여연대·진보연대·민주노동당·진보신당·사회진보연대·여성단체 등이 참석해 민주노총의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성폭력 파문 이후 민주노총 관련 보도에 열 올리고 있는 조선일보는 역시,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이날 여러 면을 할애하며 내부의 목소리를 담아 민주노총을 두들겨댄 조선의 비판들이, 과연 거듭나기 위한 개혁을 바라는 비판인지 아니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인지를 판가름하기에 앞서, 오늘(9일치)자 신문들 가운데 민주노총에 대한 관심도가 제일 높은 곳은 조선이라는 게 분명해보인다.

▲ 조선일보 3월 9일치 12면 기사
아무래도 12일 토론회에 조선일보 몫의 마이크가 없어서인지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하여, 요즘 조선의 관심을 듬뿍 받고 있는 민주노총에게, 오늘치 조선일보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조선은 9일치 1면 ‘민노총 지도부 향한 진짜 노동자들의 분노’에서 “지나친 투쟁 노선은 민주노총 내부의 ‘파업 피로증’을 불렀고, 지도부 방침이 현장의 목소리와 괴리되는 ‘동맥 경화증’이 갈수록 심화됐다”면서 “노동 현장에서 벗어나 한 번 민주노총 지도부에 포함되면 계속 지도부 언저리에 머무는 ‘회전문 인사’로 인해 “지도부가 일종의 특수계층화(化)했다”(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는 지적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12면에서 조선은 ‘“민노총 지도부는 특수계층…이대로 가면 타도 대상 될 것”’에서 내부의 비판 목소리를 전달했다. 곽민형 전 민주노총 화섬연맹 수석 부위원장의 말을 빌려 “조합원들 사이에 새로운 노동운동에 대한 갈망이 높지만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념으로 나뉜 파벌들의 정파싸움에 매몰돼 있다”고 전했다.

또 조선은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현 지도위원)이 지난달 19일 프레시안과 했던 인터뷰를, 출처도 제대로 안 밝히고 한 인터넷 매체라고만 인용해 “이대로라면 20년 전 한국노총이 ‘타도 대상’이었던 것처럼 민주노총 또한 타도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도 보도했다.

이외에도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의 월간 <노동사회> 지난해 11월호 기고를 발췌해 “(민주노총) 조합원 80만명 중 총파업 돌입이 가능한 조직은 23만명에 불과하다”며 “투쟁력을 과시하기 위해 무리한 투쟁계획을 제출하거나, 총파업 찬반투표 조차 실행하지 못하는 조직에서 민주노총 총파업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은 사기와 기만”이라는 비판을 그대로 실었다.

▲ 프레시안 2월 19일치 기사
이렇게 조선은 각종 진보 매체들에서 민주노총 내부 인사가 한 발언들을 찾아내 기사를 만들어냈다. 프레시안 등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고자’ 마련한 기획 인터뷰들을 이리저리 오려냈으니, 조선이 이날 내놓은 정규직 중심의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과 자정노력 부재, 정파간 다툼, 현장과의 괴리 등의 내부 비판 내용은 억지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날 조선일보의 ‘민주노총 걱정’ 기사에는 걸러 들어야 할 조언(?)들도 상당하다. 최현묵 조선일보 노동팀장은 이날 1면 기사 ‘민노총 지도부 향한 진짜 노동자들의 분노’에서 “민주노총의 근간을 이루는 공기업 노조의 변화는 ‘정치성 파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작년 서울지하철노조 파업이 비난여론에 굴복한 것이라고 했다.

또 이날 사설 ‘민노총, 과격파가 주름잡는 풍토에선 미래 없다’에서 최근 민주노총에 비판적인 서울지하철노조 등을 예로 들면서 “이들 노조는 무엇보다 민노총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언론법 개정 반대 같은 정치투쟁에 몰두하는 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이수호 전 위원장의 그 인터뷰 발언들을 또 떼내어 붙였다. (이수호 전 위원장의 인터뷰 전문을 읽어보면, 조선의 논리에 뒷받침하게끔 정치투쟁에 대한 불만에서 나온 발언이 전혀 아니었다.)

그러나 국민 여론의 지지를 받은 전국언론노조의 ‘언론법 반대 총파업’과 같은 예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 대해 연대파업도 못하는 노동조합이 제 기능을 다한 것일까.
현재 민주노총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과격한 정치투쟁 일변도’가 아니라 ‘대중적 정치투쟁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무능과 관료주의, 이에 따른 도덕 불감증’이라고 지적했어야 옳다.

어찌 됐든 조선일보의 불구경과도 같은 민주노총 걱정에 답하는 길은, 오로지 민주노총의 ‘끝장을 보겠다’는 혁신 노력 뿐인 것 같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