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들호, “검사장님 변론을 맡고 싶습니다.”
신영일, “날 무죄로라도 만들어 준다는 말이냐?”
조들호, “아닙니다. 검사장님이 지으신 죄만큼 정확히 그만큼 법의 심판을 받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조들호 변호사(박신양 분)가 각종 비리로 구속된 신영일 검사장(김갑수 분)을 찾아가 만난 뒤 나눈 대사 중 일부다. 해당 드라마에서 조들호는 “죄를 지었으면 죄를 지은 만큼 벌을 받아야겠죠”라고 여러 차례 말한다. JTBC <뉴스룸>의 트랜스젠더 성매매 보도를 접하면서 이 장면이 떠올랐다.

JTBC <뉴스룸>은 16일 방송에 <태국인 트랜스젠더에 홀려>라는 리포트를 배치했다. 한국과 홍콩, 일본 등을 오가며 모바일 메신저를 활용한 성매매를 저지른 태국인 일당이 붙잡혔다는 거다. 또, 이들은 성행위 장면을 찍어 온라인을 통해 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과 함께 성을 매수한 한국인 남성 2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조들호'의 논리대로 한다면 이들은 모두 제각각 지은 죄만큼 처벌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JTBC <뉴스룸>은 트렌스젠더에게 또다른 차별적 관점을 적용하는 '과잉'을 보였다.

6월 16일 JTBC '뉴스룸' 보도 캡처

앵커 어깨걸이에 '태국인 트랜스젠더에 홀려'라는 문구를 쓴 것이 대표적이다. 트랜스젠더인지도 모르고 성매수를 했다는 점이 문제인 것처럼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적 성매수라는 범죄가 '트랜스젠더에게 홀린' 것에 대한 조롱이 돼버렸다. 이런 식의 잣대는 태국인 일당들에 대해서도 제기됐다. 그들의 불법행위가 "성전환 사실을 숨기며 1시간에 20만 원의 화대를 받았다"고 표현된 것이다. 이 사건의 문제는 성매매이며 성전환 사실을 숨긴 것은 그야말로 주변적인 정보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JTBC 뉴스가 태국인이 성전환 사실을 숨긴 것이 문제라는 듯한 논조를 취한 것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2011년 제정한 <인권보도준칙>을 보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경우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JTBC의 보도는 이 준칙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성소수자들이 연루된 범죄에 대해 다른 언론들이 특히 자극적 제목을 붙여 왔던 것에서 한 치도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이다.

문제는 단지 이러한 선정주의에서 그치지 않는다. JTBC의 이런 보도는 성소주자들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재생산한다. JTBC가 '성전환 사실을 숨겼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은 성매수자들의 입장에서 성전환 사실이 어떤 '문제'가 된다는 인식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트렌스젠더의 성은 불결하거나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성관계를 맺기 전에 반드시 자신의 성전환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말로도 볼 수 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지은 죄만큼 벌 받아야 한다'는 대사에 담긴 뜻을 뉴스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트랜스젠더들의 범죄는 그들이 저지른 죄, 딱 그만큼만 보도되어야 한다. 그들의 성적 정체성을 언급하며 그것이 마치 범죄를 구성하는 한 요소인양 다뤄서는 곤란하다. 그런 면에서 JTBC의 이번 보도는 범죄보도의 기본을 무시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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