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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보다 삼성보도가 더 문제[기고]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미디어스 편집위원
언론연대 사무총장 양문석 | 승인 2007.10.31 19:36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이 ‘삼성 비자금 파문’ 언론보도와 관련해 <미디어스>에 기고문 Q&A 형식으로 보내왔습니다. 양문석 사무총장은 삼성 비자금 파문 과정에서 보여준 언론의 행태가 독자보다 광고, 돈을 먼저 생각하는 한국언론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편집자주>

<문> 삼성 구조조정본부 재무팀과 법무팀에서 일했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비자금 운용 사실을 폭로했는데요,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언론보도, 특히 신문의 보도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답> 이번 삼성 비자금 의혹 제기는 그 규모뿐만 아니라 대선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정경유착의 검은 거래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충격을 줍니다. 특히 정치권은 누가 받았는지 폭로당할까봐 전전긍긍이고요. 언론은 삼성광고때문인지 귀가 있어도 못 들은체 눈이 있어도 못 본체, 입이 있어도 없는데...조선시대 며느리가 된 모양이네요.

   
  ▲ 한겨레 10월31일자 3면.  
 
그럼에도 작은 희망의 불씨는 여전히 타고 있습니다. 한겨레신문이 삼성광고의존도가 아주 높지만 과감하게 진실을 알렸고, 온라인 매체비평 전문지 미디어스, 미디어오늘, 그리고 오마이뉴스 정도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했습니다. 30일 한겨레 신문이 12꼭지를 보도했고요, 현대그룹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문화일보가 삼성그룹을 견제하듯이 보이는 2꼭지 기사를 선보였습니다. 나머지 9개 일간지들은 모두 1건씩이고 역사기록용으로 시늉만 냈고요, 7개 경제지들은 거의 침묵했습니다. 오늘도 꺼져가는 작은 희망을 봅니다. 한겨레신문은 여전히 격렬하게 삼성을 비판했고요, 경향신문과 조선일보만이 사설로 삼성의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중앙일보가 삼성의 장남언론이라면 동아일보는 차남언론이죠. 혈연관계가 언론의 정도를 지키게 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문> 기사로서의 가치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니겠죠?
이번 사안이 뉴스로서 지닌 가치는?

<답> 이번 '삼성 비자금' 의혹은 20005년 초여름을 발갛게 달구었던 ‘이건희 이학수 홍석현 X파일 사건'에서 드러난 삼성의 입체적인 로비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 관심사이고 어제 저녁부터 술자리에서의 안주거리도 회자되고 있는데요, 비자금의 규모, 누가 어떻게 관리해왔는지, 어떻게 쓰여 졌는지, 대선 정국과는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궁금한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언론의 기본만 있어도 이 사건의 기사가치는 최근 이명박후보의 BBK사건, 정동영후보의 경선 시기 노무현 대통령 명의도용이상의 큰 사건이죠.

<문> 신문들이 이번 사안을 어떻게 다뤘는지 구체적으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답> 30일 한겨레신문은 이 의혹을 최초 보도했습니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를 비롯해 3·4·5·6면 전면을 할애하고, 사설에서 검찰 수사를 강력하게 촉구했습니다.  이에 반해 어제는 경향신문과 서울신문이 양쪽의 입장을 게재하는 양비론적 방식에 그쳤고, 세계일보와 조선일보, 한국일보는 지면 하단 슬쩍 걸치거나  2단 기사로 때웠습니다.

삼성과 사돈지간인 동아일보와 삼성과 처남 매부지간인 중앙일보는 아예 기사를 죽여버렸죠. 삼성 쪽과 ‘사돈지간’인 동아일보는 12면 3단 크기로 보도했는데요, 제목이 기가찹니다. <전 삼성법무팀장 “삼성그룹이 내 계좌로 50억 비자금” / 삼성그룹 “외부 제3자의 돈 밝혀져 … 회사와는 무관”>으로 의혹을 밝히기는커녕 삼성을 옹호하며, 삼성의 홍위병 노릇을 자처합니다. 중앙일보는 면피용으로 신문 깊숙이 숨어있는 10면에 그것도 2단으로 달랑 흉내만 냅니다.

   
  ▲ 경향신문 10월31일자 사설.  
 
<문> 변양균, 신정아 사건 보도와 확연히 대비가 되죠?

<답> 언론이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들개 떼처럼 찧고 까불었고 언론의 본질이 뭐냐며 논란을 벌였던 '신정아 관련 사건'과는 너무나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왜냐면 '신정아 관련 사건'은 광고가 우수수 붙고, '삼성 비자금사건'은 다루면 다룰수록 삼성에게 찍히기 때문입니다. 정치권력은 우리 사회에서 어느 듯 저항하면 영웅이 되지만, 자본권력은 저항하면 쪽박차게 된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독자보다 광고 즉 돈을 먼저 생각하는 한국언론의 현실을 보면, 언론관계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분노를 넘어 심한 자괴감을 느낍니다. 

<문>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들의 명단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사정을 생각하면 검찰이 수사를 하더라도 제대로 진상을 밝힐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여기에 언론마저 침묵을 지킨다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 아닙니까?

<답> ‘검찰이 수사를 하더라도’가 아니라 먼저, 한국사회는 검찰의 수사를 강력히 요구하는 여론을 만들어야 하는데, 언론의 침묵으로 이런 여론이 형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사회자께서 말씀하신대로, 수사를 하면 뭐합니까. 언론이 사건발생 자체를 없었던 사건처럼 처리했는데, 수사결과라고 있었던 사건처럼 보도하겠습니까?

언론연대 사무총장 양문석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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