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땜빵 드라마라는 오명을 쓴 채 편성된 <백희가 돌아왔다>는 아무도 생각지 못한 통쾌한 반란을 일으켰다. 차마 땜빵이라는 말을 쓰기가 미안할 정도로 시청자 반응은 뜨거웠고, 당연히 시청률도 기존 드라마들을 용감무쌍하게 물리쳤다. 기존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참신한 소재와 배우들의 차진 연기로 <백희가 돌아왔다>는 단막극에 대한 일반의 시각을 크게 바꿔주었다.

단막극은 기존 중장편 드라마와 달리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관계로 세간의 관심을 끌 대형 캐스팅이 불가능하다. 또한 제작진도 대부분 신인작가와 신입피디가 주로 투입되는 관계로 완성도에 대한 높은 기대도 여의치 않다. 그럼에도 <백희가 돌아왔다>는 성공했다. 그것도 아주 큰 성공이다. 그 성공이 시사하는 바는 더욱 크다.

KBS 2TV 4부작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

요즘 지상파 드라마들은 빈약한 시청률에 허덕이고 있다. 유명 작가와 톱스타들을 캐스팅해도 좀처럼 시청자들을 유인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특색 없는 소재에 틀에 박힌 스토리 등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히트작가의 행보는 거침이 없어 <시그널>, <태양의 후예> 등의 드라마들을 탄생시켰지만 그야말로 군계일학일 뿐이다.

전반적으로 드라마의 질이 하락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현재 한국드라마의 현실이다. 드라마 왕국으로 군림했고, 현재도 거대한 미디어시장인 중국을 지배하는 한국 드라마가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그 원인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새로운 작가의 공급이 끊겼기 때문이다.

KBS 2TV 4부작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

각각의 지상파 방송사들은 매해 신인작가 공모를 하고는 있다. 그러나 문제는 뽑아만 놓고 이들의 대본을 그냥 썩히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 큰 인기를 끓었던 베스트셀러극장(MBC), TV문학관은 말 그대로 옛날이야기일 뿐이다. 이후 지상파 방송사들의 단막극은 페스티벌 형태로 연간 몇 편을 골라 제작하기도 했지만 이조차 곧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나마 KBS에서 매해 적은 편수라도 꾸준히 제작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머지 MBC나 SBS는 단막극에 대단히 인색하다. 분명 시청료를 받는 KBS와는 다른 어려움이 있을 거라 이해는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막극을 만들지 않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단막극의 존재 이유는 단지 신인발굴이라는 점에 그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중장편과 다른 단막극의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소설의 드라마화로 시청자에게 작품성 있는 양질의 문화요소를 제공한다는 점도 간과될 수 없는 부분이다. 결국 신인의 발굴, 드라마의 다양화 등 단막극을 제작해야 될 이유는 너무도 분명한데 방송사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KBS 2TV 4부작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

물론 모든 단막극이 이번 <백희가 돌아왔다>처럼 모두 히트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백희가 돌아왔다>의 성공이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요즘 드라마들이 저조한 시청률 속에서 의미 없는 순위 경쟁으로 포장되는 상황이라면 시청률을 이유로 단막극을 만들지 않는 방송사들의 편협한 논리는 더욱 옹색해질 뿐이다.

다가오는 7월 KBS는 매주 1편씩 단막극을 방송하는 드라마 스페셜을 준비하고 있다. 분명 <백희가 돌아왔다>는 땜빵의 반란이자 단막극의 반란이라 할 수 있다. 그 반란이 일과성 현상이 아니라 완성을 위해서는 땜빵이 아닌 단편드라마의 정규편성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잘 만들어진 드라마여야겠지만 그런 드라마들을 외면하지 않는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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