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폭행’ 혹은 ‘전여옥 실랑이’ 사건은 점점 그 발발 자체가 미스터리해지고 있다. 지금 같은 국면이라면, 대한민국 경찰이 그토록 닮고 싶어 하는 CSI 과학수사대가 온들 사건을 종결할 수 없다. 갑갑하다. 집단 폭행을 당해 각막손상과 뇌진탕 증세가 있다는 피해자의 일방적 진술만이 펄럭일 뿐이다.

증거는 부족하고, 정황은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일단,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리스트라고까지 명명된 그 피의자가 69세 할머니이다. 게다가 단독 범행이다. 폭행의 정도 역시 심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연히 있었고 또 있어야 할 CCTV는, 화면은 있지만 (폭행)장면은 없단다.

▲ 2월 28일자 동아일보 1면기사.
당시, 국회는 입출입이 통제되던 시점이었다. 사건이 벌어진 국회 1층 후문 민원실 로비에는 적게는 수십 많게는 백여 명의 국회 관계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경위와 방호원들이야 원래 입이 없다 치고, 18대 들어 유독 기세등등한 사무처 관계자들 조차 눈을 감고 있었는지, 잘 못 봤단다.

반면 현장에 있었던 다른 목격자들의 증언은 확연하다. 그리고 일치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황을 지켜봤다는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눈을 후벼팠다느니, 5∼6명이 집단폭행을 했다느니 하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사건을 직접 목격하진 못했지만, 당시 현장에 있었던 박영선 언론연대 대외협력국장의 증언 역시 최위원장의 목격과 맥을 같이 하는데, 잠시의 실랑이, 단순한 소란이 있었다는 거다.

피해자의 진술은 믿지만 목격자의 증언은 못 믿겠다고. 그럼, CSI가 신뢰하는 객관적 증거를 살펴보자. 모든 증거들이 전의원의 진술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증거가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을 하는 이는 누구일까?

<민중의소리>가 보도한 사건 직후 전 의원의 행동을 찍은 동영상은 각막손상,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었다는 전여옥 폭행 사건의 존재 자체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그녀는 멀쩡했다. CCTV도 못 잡아낸 장면을 우연찮게 촬영했다는 어느 여고생의 캠코더 화면 역시 공개되진 않아 뭐라 단정하긴 어렵지만 복수의 언론들이 집단폭행은 아니라고 전하고 있다.

이 범죄 재구성 될 필요가 있다. 조중동이 민주주의에 대한, 의회주의에 대한 ‘테러’라고 까지 일컬었던 미증유의 사건이 사기극일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범죄 수사 경험이 없는 까닭에, 영화에 의존한다. 백윤식, 박신양 등이 열연했고, 리얼 사기극을 표방했던 범죄 영화 <범죄의 재구성>(2004)의 마지막 대사는 이렇다.

“지금, 이 사람은 상식보다 탐욕이 크다. 사기는 테크닉이 아니다. 사기는 심리전이다.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그 사람이 뭘 두려워하는지 그것만 알면 된다.”

그렇다. 상식보다 탐욕이 클 때, 사기는 심리전이 되고, 뭘 원하고 두려워했는가를 알면 범죄는 재구성될 수 있다. 전여옥 의원이 범죄를 재구성하면 마지막 대사는 어떻게 될까? 이 정도쯤 되지 않을까.

“지금, 국회는 상식보다 탐욕이 크다. 사기는 테크닉이 아니다. 사기는 심리극이다. 미디어가 뭘 원하는지, 파행 국회가 뭘 두려워하는지 그것만 알면 된다.”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해보자. ‘22개 미디어 관련 법안’이란 은어로 통칭되던 일련의 법안들이 계획된 ‘어버버함’으로 기습 상정됐다. 국회는 극한 대립의 상황으로 치달았고, 가해와 피해를 구분하기 어려운 폭력으로 암울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언론 자유, 방송의 공공성이라고 하는 상식 보다 방송에 진출하고자 하는 조중동의 탐욕이 더 컸다. 그걸 경제 살리기 법이라고, 재벌이 방송에 진출하면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혹은 좌빨적인 방송이 장악한 미디어 환경을 조중동으로 다원화해야 한다는 테크닉을 썼지만 신통치 않았다. 그런, 잡스런 테크닉을 쓰는 사기는 하류다.

조중동은 전략은 분명 한나라당보단 한수 위였다. 화력을 ‘법치’와 ‘대의제의 원리’에 집중했다. 잡스런 테크닉은 서브로 활용하고, 법치가 실종됐고, 대의제의 원리가 작동시키지 않는 국회를 힐난하는 것에 화력을 집중했다. 얼핏 여야에 대한 양비론 같아 보이는 이 전략은 교묘한 심리전의 유도였다. 이랬건 저랬건 국회가 ‘법치’와 ‘대의제’를 지키지 않는 상황 자체를 악으로 만들어 버리는.

바로 이때, 마치 의도를 알 수 없는 나비효과처럼 전 의원이 민원인과 우연히 마주친다. 모종의 일이 벌어지곤 눈이 후벼 파졌다며 일단, 드러눕는다. 미디어가 특히, 조중동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아는 행동이었다. 절호의 찬스, 기회를 놓치지 않는 조중동이다. 대서특필, 극악한 몰아주기 편집이 일어났다. 상황을 설명하는 언어는 황량했고, 병상의 사진은 처연했다. 조중동은 파행하는 국회가 뭘 두려워하는지 알았다.

그렇게 상황이 종료되었다. 국회는 아시는 대로이다. 과연, 사기일까? 그렇다면 사기는 성공한 것일까? 전 의원은 100일 후에나 퇴원해야 하나? 아니면 차명진 의원에게 병실을 양도해야 하는 걸까? 69세 할머니가 테러리스트였다면, 안중근 의사와 같은 혐의가 적용되어야 하는 것일까? 대답은 유보한다. 다만, 한 가지만. 지난 번 칼럼을 통해 “전여옥 사건이 ‘테러’면 똥파리는 ‘팅거벨’”이라 썼다. 이에, 어느 분께선 댓글을 통해 ‘벼룩시장도 네이버에 뉴스 파냐?’고 물으셨다. 모르겠다. 다만, 팔아도 되지 싶다. 조중동도 팔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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