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넥타이를 부적처럼 매고 다니는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이른바 ‘언론관계법’에 대해 ‘일자리창출 법·경제살리기 법’이라며 주문처럼 외고 다녔던 이유는 ‘대기업의 지상파 종합편성채널의 참여 지분 20%를 허용하겠다’는 설득 논리였다.

그런데 홍준표 원내대표는 ‘재벌의 20%지분 참여 조항을 뺄 수 있다’는 발언을 함과 동시에 ‘신문의 방송지분은 절대 뺄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여의도통신
그 동안 이명박 대통령 한승수 국무총리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등이 그렇게 강조하고 또 강조하던, 경제살리기 법이니 일자리창출 법이니 하던 ‘주문’들이 다 거짓말이었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난 발언이다.

그들은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 그것은 바로 ‘조중동의 뉴스방송 진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대기업의 뉴스방송 진출로 경제살리법 운운하며 위장해서 발언해 왔던 것이다. 조중동이 아침에 신문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저녁에 방송뉴스로 굳히기를 하면, 한국의 여론시장 자체가 조중동 중심의 뉴스 틀로 굳혀질 것이다. 그들이 노동자와 농민의 생존권 투쟁을 폭력으로 몰아붙이면 폭력이 되는 것이고, 야당이 본회의장 앞을 점거하면 싸움질만하는 야당이 되고, 여당이 점거하면 민생을 위한 간절한 호소가 될 것이다.

즉 정치 경제 사회적 담론을 조중동그룹이 사실상 장악함으로써, 다른 언론사들은 조중동그룹이 끌어가는 뉴스프레임 속에서, 대체로 동의 일부 반대의 뉴스프레임을 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한나라당이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바는, 일본의 자민당식 장기집권을 사실상 한국판 한나라당의 장기집권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원하는 대로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은, 총선이고 대선이고 간에, 저들이 원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서 저들만의 국회를 구성하고 저들만의 대통령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처럼 여야 간의 정권 이양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친이계와 친박계의 정권이양이 가능하도록 하고, 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야당은 항상 정권획득과 이양과정에서 들러리를 서는 형국을 연출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조중동방송 허용의 진짜 목적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야당의 양보’를 요청한 것도 결국 이런 목적이 ‘박근혜와 친박계’에도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아니 ‘아주 유리하다’는 판단의 결과물이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 즉 이명박 대통령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은 ‘우리 편’이라고 착각해 온 많은 국민들이, 여당 내 야당으로 있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걸었던 일말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처럼 사라져 버렸다. 오로지 한나라당의 장기집권 구도에 철저히 복무하면서, 자신의 유리한 대권고지 선점과 강화를 위해서만 골똘히 잔머리를 굴리고 있을 뿐이다. 더 이상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은 없다. 오로지 민주주의를 짓밟더라도 장악해야 하는 대권을 향한 ‘추악한 욕망’만 확인한 것.

홍준표 원내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는 일찌감치 같은 배를 타고 장기집권의 나라로 항해하고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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