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면 경칩입니다. 개구리가 긴 겨울잠을 마치고 땅위로 나오는 때입니다. 개구리뿐만 아니라 겨울잠을 자던 동식물들이 활동을 시작하는 때입니다.

산중에도 높아진 해가 산등성이에 걸리지 않아 따스한 햇볕이 그늘진 곳을 비춰 겨우내 얼었던 얼음과 눈을 모두 녹였습니다. 밤 기온이 아직도 영하라 아침이면 고인물이 얼지만 봄기운을 거역할 순 없습니다.

산중에 봄은 계곡 물소리로 옵니다. 겨우내 얼음 밑으로 소리없이 흐르던 계곡물이 산 골짜기 골짜기마다 쌓인 눈과 얼음이 녹으면서 힘찬 소리를 내며 흐릅니다.

언 땅이 녹고 계곡물이 힘차게 흐르면 나무들도 겨울잠에서 깨어나 봄을 준비하느라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아직 새순이 돋거나 이른 꽃이 피지 않아 모습은 겨울산이지만 겨울산과 다르게 나무들이 활기가 있습니다.

생각이 깊어지는 모습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듯이 요즘 나무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느낄수 있습니다.

2월, 3월은 산을 부지런히 돌아다닙니다. 땔나무하러 다닐 때와는 다르게 고로쇠 만나러 산을 다니다 보면 많은 나무들과 깊이 있게 만나게 됩니다.

겨울산에서 만나는 나무들은 다른 계절과 다르게 몸통과 가지 끝, 겨울눈을 자세히 보게 마련입니다. 잎이 돋고 꽃이 핀 나무는 꽃과 잎을 주로 볼 수밖에 없어 겨울나무처럼 나무 전체를 보기가 어렵습니다.

▲ 노각나무
겨울산에서 만나는 나무중에 우아하고 가장 부드러운 나무를 꼽으라면 노각나무와 고로쇠나무를 주저없이 꼽습니다. 노각나무는 사슴뿔처럼 생겼다 해서 녹각나무로 불리다가 노각나무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힘겹게 산을 오르다 바위틈에서 자라는 노랑과 연한 갈색으로 이루어진 매끄러운 수피를 가진 노각나무를 만나면 힘겨움이 봄볕에 눈 녹듯 사라집니다.

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은지 계곡주변에선 거의 자라지 않고 바위틈에도 뿌리를 뻗고 자라는걸 보면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것 같습니다.

▲ 고로쇠나무
고로쇠나무는 이름에 마당쇠 돌쇠처럼 쇠자가 들어가 부드러움하고 상관없을 것 같지만 매끄러운 수피에다 금빛 도는 긴 마름모꼴 무늬가 있어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과 입니다. 먼 옛날 신라와 백제가 전쟁을 했는데 다친 병사가 몸통에 상처난 나무에서 나온 물을 먹고 나았답니다. 그 나무가 무슨 나문가 했더니 고로쇠나무였다고 합니다.

그 때부터 고로쇠나무에서 나오는 물을 약수로 먹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고로쇠나무는 다른 나무보다 일찍 봄을 준비하는 나무입니다.

아직도 겨울잠을 자고 있는 나무들이 있는데 고로쇠나무는 1월 말, 2월 초부터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뼈에 이롭다 해서 골리수라 불리다 고로쇠가 되었다 합니다.

단풍나무에 속한 당단풍 고로쇠 복자기 복장 신나무 등 단풍나무와 이름이 비슷하지 않아 고로쇠가 골리수에서 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가장 맛있는 물을 주는 나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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